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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56화
PAYLUA ORIGINAL · 제56화

56화. 서명한 사람이 없다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3,371자

오프라인 책장
조하은이 가져온 감사 메모에는 '관리자 MINS-36'이라는 글자가 일곱 번 등장했다. 하지만 그 이름으로 출입한 직원은 회사 명부에 없었다. “존재하지 않는 사람 이름으로 승인을 받았다는 건가요?” 준성이 물었다. “승인을 받았다는 기록이 있는 거죠. 그 사람이 존재했는지는 별개입니다.” 하은이 대답했다. 그녀는 세린의 동석 아래 문서의 제목과 검토 일자를 설명했다. 실물 로그는 회사의 내부 감사와 보존 절차에 따라 관리되고 있어 가져올 수 없었다. 민석은 그 점을 아쉬워하면서도 인정했다. 빼낸 로그는 나중에 누구의 손을 거쳤는지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었다. “이 코드에는 규칙이 하나 있습니다.” 하은이 말했다. “어떤 승인자가 자신이 확인하지 않은 지급 기록을 동의된 것으로 변경할 때, 별도 감사 기록이 생겨요. 그런데 MINS-36은 예외 항목에 들어 있습니다.” “예외는 누가 만들었죠?” “2016년 시스템 이관 자료에는 원인이 '미래 버전 호환'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개발팀도 그게 무슨 뜻인지 문서만으로는 모른다고 했어요.” 미래 버전 호환. 민석은 한숨을 쉬었다. 금융 프로그램에서 ‘미래’는 대개 몇 년 뒤 출시할 새 버전을 뜻할 뿐이었다. 그런데 검은 원장은 십 년 뒤의 강민석을 가리킨다고 주장했다. 기태는 2036년 강민석이 사람인지, 시스템의 권한 묶음인지 나눠서 추적하자고 했다. 우선 서명 알고리즘의 검증에 쓰이는 공개키 식별자를 살펴보았다. 공개키는 보여 줄 수 있어도 비밀키는 제출하라고 요구할 수 없는 종류의 정보였다. 공식 감사기관이 인증서를 조회하면 실제로 어떤 용도로 쓰이던 키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서명됐다는 문자열과 실제 서명은 다릅니다.” 기태가 설명했다. “저는 제 종이에 '대통령 승인'이라고 쓸 수 있지만 그 종이가 국가 문서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이건 검증 실패가 떠요.” 민석이 물었다. “그게 오히려 단서입니다. 표시 단위가 바뀌면서 원래 서명 대상과 달라졌다는 뜻일 수도 있어요. 어디를 바꿨는지 찾는 게 먼저죠.” 그는 원장의 읽기 전용 화면을 확인할 수 있는지 시스템 공급자에게 정식으로 문의하자고 제안했다. 민석이 직접 숨은 메뉴를 눌러 얻은 데이터는 유용한 단서일 수 있어도 독립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하은의 면담 이후 잠깐 휴식 시간이 있었다. 민석은 복도 끝 정수기 앞에서 서윤을 만났다. 그녀는 커피를 뽑아 놓고도 마시지 않고 있었다. “기자한테도 이 사건은 어려워요?” 민석이 물었다. “어렵죠. 누구는 태겸 씨가 다 꾸몄다고 하고, 누구는 당신이 처음부터 돈을 벌려고 만든 거라고 하잖아요. 둘 다 확정된 사실은 아니니까요.” “전 십 년 전 일도 기억 못 하는데, 사람들이 제 과거를 저보다 잘 아는 것 같아요.” “기억이 없다는 걸 이용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어요.” “그래도 제가 정말 잘못했으면 책임져야죠.” 서윤은 커피를 내려놓았다. “책임지고 싶다는 마음하고 모르는 일까지 인정하는 건 다릅니다. 내가 기사를 잘못 쓰면 제가 정정해야 하죠. 그런데 누군가 내 이름으로 쓰지 않은 기사를 냈다고 해서 제가 그걸 썼다고 말하면 진짜 작성자를 못 찾게 돼요.” 민석은 그녀의 손을 봤다. 며칠 전 서윤 명의로 위조된 기사가 올라왔던 때, 그녀는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을 부인하는 데도 시간을 많이 써야 했다. “그때는 왜 그렇게 화가 나셨는지 이제 알 것 같습니다.” “다 알지는 못하실 거예요.” 서윤이 웃었다. “저도 당신이 마이너스 백억을 본 순간은 모르니까요.” 민석은 웃지 못했다. 숫자를 보고 홀려 버린 순간이 아직도 생생했다. 사람의 이름 대신 자기 이름 하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는 유혹을 뿌리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서윤이 컵을 그에게 건넸다. “그러니까 모른다고 말하는 데 서로 인색해지지 맙시다.” 그는 차갑게 식은 커피를 마셨다.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그날 오후 서문재가 사무실로 찾아왔다. 문재는 예전보다 말수가 적었다. 두 손으로 커피잔을 붙잡고 있다가 민석에게 묻지도 않은 말을 꺼냈다. “당신은 십 년 전에도 자기 이름으로 책임지는 걸 싫어했습니까?” 민석은 고개를 저었다. “전에는 누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하면 제가 하겠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왜 물으시죠?” “그때의 당신은 자꾸 남의 서명까지 지키겠다고 했어요.” “그게 나쁜 겁니까?” “나쁜 의도는 아니었죠. 하지만 어쩌면 당신 이름 하나로 모두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보이게 했을 겁니다.” 문재는 가방에서 누렇게 바랜 업무 지시서 사본을 꺼냈다. '대조 거부자 이관 후 추가 확인'. 그 아래에는 관리 담당자란이 비어 있었다. “이 문서가 문제였어요. 담당자 이름이 없으면 결재가 멈추거든요. 당신이 거기 이름을 적었습니다.” 민석은 순간 숨이 막혔다. “제 이름을요?” “네. 그런데 다른 사람의 동의를 대신했다는 뜻으로 적은 건 아닙니다. 검증을 마칠 때까지 멈추게 하는 담당자라고 생각했죠.” 기태가 곧바로 문서의 승인 범위를 살폈다. “관리 담당자는 지급 권리자가 아닙니다. 추후 시스템에서 둘을 같게 다뤘다면 그때부터 문제가 생긴 겁니다.” “왜 구분이 없어졌습니까?” 서윤이 물었다. 문재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정태겸이 새 버전에서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어요. 책임자의 승인이 있으면 모든 항목을 승인된 것처럼 처리할 수 있다고.” “당신은 반대하지 않았습니까?” “했습니다. 회의록에 남겼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남겨진 회의록에서 그 문장이 빠졌더군요.” 서윤은 고개를 들어 문재를 바라봤다. “왜 지금 와서 말하는 겁니까?” “그땐 누군가 다치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지금 보니 책임을 분리하지 않는 일 자체가 사람을 다치게 했습니다.” 민석은 문재의 말을 선뜻 믿지 않았다. 그도 당시 구조에 관여한 사람이었다. 후회는 사실의 증거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문재가 가져온 파일 한쪽에 아주 작은 손글씨가 있었다. '정정은 승인하지 말 것. 대조가 완료될 때까지 모든 반환을 멈출 것. — 강민석' “이거 제가 쓴 글씨입니까?” 민석이 물었다. “확인해 봐야죠.” 서윤이 말했다. 그날 밤 원장은 그 문장에 응답하듯 바뀌었다. [서명 검증 결과] [2016년 강민석: 대조 보류 승인] [2036년 강민석: 대조 완료 승인] [두 승인 사이의 필수 연결 기록: 없음] 준성이 모니터를 움켜쥘 듯 다가왔다. “그럼 십 년이 통째로 비어 있는 거잖아?” “아니.” 민석이 말했다. “누군가 비어 있는 십 년에 내 이름을 붙인 거야.” 그러자 원장이 처음으로 대답했다. '그것을 붙인 사람이 당신일 가능성은 확인하지 않겠습니까?' 민석은 화면을 껐다. 이번에는 단순히 버튼을 피한 게 아니었다. 누군가 주장한다고 해서 자신의 기억을 그 주장에 맞춰 채워 넣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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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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