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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55화
PAYLUA ORIGINAL · 제55화

55화. 받지 않은 입금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3,456자

오프라인 책장
11월 13일 오전 여덟 시 오십구 분. 민석은 최은정의 수선집 앞에서 자꾸 손목시계를 보았다. 원장이 예고한 시간까지 일 분도 남지 않았다. 은정은 가게 문을 열어 둔 채 재봉틀을 닦고 있었다. “제가 돈을 받을 거면 제 계좌로 받아야죠.” “맞습니다.” 민석이 말했다. “그런데 이상한 화면이 있어서 알려 드리고 싶었습니다.” 은정은 잠시 생각하더니 자신의 은행 앱을 직접 열었다. 본인이 원하는 범위에서만 거래 내역을 보여 주었다. 어제와 같은 잔액이었다. 아홉 시 정각. 알림은 울리지 않았다. 민석이 안도의 숨을 내쉬려는 순간, 맞은편 사무실의 팩스가 요란하게 돌아갔다. 은정이 건네받은 출력물에는 '정산 반환 완료'라는 도장이 찍혀 있었다. 발송자는 모르는 업체였다. “뭘 완료했다는 거예요?” 은정이 물었다. 문서에는 계좌 끝자리 네 숫자가 있었지만 그녀의 계좌와 일치하지 않았다. 은정은 화가 나 종이를 탁자에 내려쳤다. “대체 왜 내 이름이 저기 있어요? 이거 누가 만든 거예요?” 민석은 답하지 못했다. 회계상 누가 천 원을 처리했다는 사실과 은정이 천 원을 받았다는 사실은 달랐다. 지금 눈앞의 문서는 후자를 증명하지 못했다. 세린이 전화로 말했다. “개인정보와 계좌번호가 포함된 문서니 유통시키지 말고, 발신 경로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은정 씨 본인이 원하면 관련 기관에 확인 요청을 할 수 있어요. 다른 사람이 대신 처리 완료했다고 인정하면 안 됩니다.” 은정은 팩스를 접어 자기 가방에 넣었다. “인정 안 해요. 왜 남이 받았다고 하는데 내가 돈 받았다고 해야 합니까.” 그 말에 민석은 오래된 기록 하나를 떠올렸다. 첫날 그의 휴대전화에 뜬 '백억 원 선입금'. 계좌에 돈이 들어오지 않았는데도 프로그램에는 '입금'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때는 어딘가의 미래 은행이 자신에게 돈을 준 줄 알았다. 이제는 그 단어 자체가 함정일 수 있음을 알았다. 점심 무렵, 서윤은 익일금융에 질의를 보냈다. 정산 반환 완료라는 문서의 발신 주체는 누구이며, 이 돈이 어느 계좌에 실제 지급됐는지. 익일금융은 해당 문서가 자사의 공식 고객 안내 양식과 다르다는 답변만 보내 왔다. 정산 대행사의 작업일 가능성도 있으나 확인 중이라고 했다. “본인 돈이 아닌데도 정산 완료로 잡히면 어떤 일이 생깁니까?” 준성이 물었다. 기태가 화이트보드에 상자 세 개를 그렸다. 하나는 실제 지급, 하나는 기록상 지급, 하나는 거래 가능한 권리. “세 상자가 같은 게 아닌데, 누군가 '완료'라는 글자 하나로 연결하면 대조해야 할 사람이 확인을 안 하게 됩니다. 더 위험한 건 세 번째 상자예요. 아직 지급을 확인하지 못한 권리를 누군가 확정됐다고 주장할 수 있거든요.” “그걸 팔려고 천억이라고 한 거구나.” “천억이라는 가치 산정이 어떻게 나왔는지는 더 확인해야 해요. 다만 이런 구조가 그 가격의 근거 중 하나일 수는 있죠.” 민석에게 더 성가신 일도 생겼다.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왔다. '정산 반환 지연 처리센터입니다. 최은정 님의 1,000원을 신속히 복구하려면 본인 확인 링크를 열어 주세요.' 그는 손가락이 화면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 스스로 놀랐다. 천 원을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워낙 강해져서, 낯선 문장을 읽는 데도 평소보다 주의가 느슨해진 것이다. 민석은 링크를 열지 않고 원본 메시지의 수신 시간만 보존했다. 은정에게도 이 번호와 비슷한 문자가 왔는지 물었다. 그녀는 답장을 보낸 적 없다고 했다. “이런 것도 다 당신들이 만든 프로그램에서 온 겁니까?” 은정이 물었다. “모릅니다. 제 화면하고 관련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어요.” “그럼 왜 연락했어요?” “누군가 지급을 빨리해 준다면서 확인을 요구할 수 있어서요. 저도 똑같은 걸 받았습니다.” 은정은 짧게 숨을 내쉬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나한테 연락할 때는 앞으로 돈이 생겼는지부터 말해 줘요. 제가 또 무슨 서류에 서명해야 하는 줄 알았잖아요.” 민석은 사과했다. 그는 도움을 주려던 말조차 상대에게 새로운 압박으로 들릴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전화가 끝난 뒤 준성이 그의 휴대전화를 보며 말했다. “넌 백억을 받은 적 없는데 백억을 돌려주려고 하고, 천 원을 가진 적 없는데 천 원을 돌려주려고 하네.” “그러게.” “돈을 벌려던 사람이 왜 이렇게 됐냐.” “누군가 이미 받았다고 쓴 돈 중에 정말 받은 건 얼마인지 궁금해졌거든.” 민석은 문자 발신번호를 은행과 관련 기관의 공식 안내와 대조해 보았다. 확인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문자 화면을 닫았다. 원장은 누군가의 급함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급한 사람일수록 더 조심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 오후 세 시, 뜻밖에 익일금융 내부 감사 담당자에게서 세린의 사무실로 연락이 왔다. 이름은 조하은. 변호사를 통해 공식 면담을 요청했고, 회사 명의 공문으로 자신이 접촉할 수 있는 범위를 밝혔다. 하은은 화면 속 정산 완료 인쇄물과 같은 형식을 최근 내부 감사에서 발견했다고 말했다. “현재 시스템에 두 가지 '완료'가 있습니다. 지급 완료와 대조 완료. 데이터베이스 필드는 다른데, 고객 화면에서는 둘 다 완료라고 보이는 문제가 확인됐습니다.” “누가 그렇게 만들었습니까?” 세린이 물었다. “저희가 내부 경위를 조사 중입니다. 제가 확인하지 못한 사람 이름을 여기서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녀는 대신 세린에게 고객에게 표시되는 문구를 긴급 수정해 달라고 요청한 기록의 날짜와 회사가 공식적으로 검토 중인 범위를 알려 주었다. 민석은 그 말만으로도 숨이 조금 트였다. 적어도 누군가는 사내에서 같은 문제를 보고 있었다. “하은 씨가 정보를 주시는 이유가 뭡니까?” 민석이 물었다. “부서가 매일 보는 수치는 정상이라고 떠요. 그런데 문의 전화는 늘어납니다. 직원은 '완료'라고 읽어야 하고, 고객은 돈을 못 받았다고 하죠. 둘 중 하나가 거짓말하는 게 아니라면 화면이 틀린 겁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면담이 끝난 뒤 서윤은 처음으로 웃었다. “내일 잔액의 비밀이 거대한 우주 장치라면 좋았을 텐데요.” “왜요?” “그럼 누군가의 화면을 잘못 만든 책임을 따지지 않아도 되니까.” 그날 밤, 민석의 원장에 새로운 항목이 생겼다. [과거 정산 정정 모드] [정정 요청된 금액: 1,000원] [현재 소유자: 미확인] [반환 대상: 최은정] 그 아래 선택지가 두 개 있었다. [1. 즉시 정정 — 원장 계정에 임시 적립] [2. 당사자 확인 후 정정 — 최대 30일 소요] 민석은 첫 번째를 보고 손이 움직일 뻔했다. 천 원이 당장 돌아간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여전히 원장 계정의 숫자일 뿐 은정의 통장이 아니었다. 그가 두 번째에 표시하려는 순간, 화면이 저절로 넘어갔다. [요청 대리인: 강민석] [대리권 증빙: 2036년 서명] “대리권?” 민석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자신은 최은정의 대리인이 아니었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프로그램이 더 많은 권한을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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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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