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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53화
PAYLUA ORIGINAL · 제53화

53화. 깨지는 미래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3,484자

오프라인 책장
민석은 현관으로 뛰었다. 출입구 옆에는 배달 기사가 운반용 상자를 내려놓고 있었다. 유리병을 담은 상자가 흔들렸고, 병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투명한 파편이 구두 앞까지 미끄러졌다. 벽시계는 오후 두 시 십육 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뒤로 물러나세요!” 민석이 소리쳤다. 기사는 놀라 몸을 움직였고, 마침 들어오던 중년 여성이 한 발 멈췄다. 유리병 조각이 굴러갔지만 다친 사람은 없었다. 직원이 출입 통로를 막고 청소 도구를 가져왔다. 민석의 손이 떨렸다. 원장은 '출입구 유리 파손'이라고 했지 '출입문 유리'라고 하지는 않았다. 방금 깨진 것도 유리였다. 예고가 정확하게 들어맞은 것 같았다. 그러나 아직 시계는 두 시 십칠 분이 아니었다. 그는 뒤로 물러나기보다 주변을 살폈다. 누군가 문틈으로 검은 가방을 밀어 넣고 있었다. 안쪽 직원이 주의를 주자 남자는 다시 가방을 끌어당겼다. 가방에 달린 금속 고리가 강화유리를 세게 쳤다. 쾅. 문 하단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 정확히 두 시 십칠 분이었다. 민석이 무릎을 굽혀 손잡이에 묻은 작은 스크래치를 보았다. 남자는 놀라 사과하고 관리 직원에게 연락처를 남겼다. 누가 시킨 행동이라는 증거는 없었다. 그저 좁은 통로에서 생길 수 있는 사고였다. 그런데 원장의 화면이 바뀌었다. [유리 파손: 적중] [부상 인원: 0] [예측 성공률: 50%] 민석은 자신이 조금 전 사람을 물러나게 한 것이 결과를 바꿨다는 생각에 짜릿해졌다. 하지만 곧 두려움이 뒤따랐다. 예고를 보지 않았다면 유리병 사고도 지나쳤을지 모른다. 자신이 고함을 친 탓에 두 번째 남자가 더 놀라 문을 친 것은 아닐까. 세린이 늦게 도착해 현장 기록을 확인했다. 기록관은 사람들의 얼굴이 찍힌 영상을 외부인에게 직접 보여 주지 않았고, 관리 업무 범위에서 사고 내용을 기록했다. 민석은 자기가 본 사실과 추측을 따로 진술했다. “예고를 받았으니 사고를 막았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세린이 물었다. “잠깐은요.” “그러면 다음엔 예고를 받는 순간 누구보다 먼저 움직이겠죠.” “움직이면 안 되나요? 다친 사람이 생길 거라고 했는데.” “위험을 알았으면 알리는 건 좋죠. 다만 어떤 움직임이 상대를 다치게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예고를 정확한 지시처럼 따르면 곤란해요.” 민석은 깨진 유리 조각이 있던 자리를 바라봤다. 이미 청소된 바닥에는 희미한 물기만 남았다. 서윤은 현장 담당자에게 확인할 수 있는 사항만 문의한 뒤 민석의 말을 받아 적었다. 누가 파손을 예고했는지, 예고가 사건 전에 생성됐는지, 외부에서 임의로 시각을 바꾼 것은 아닌지 모두 미확인이었다. “예린 씨가 오늘 정확한 예측을 보여 줄 거라고 했어요.” 민석이 말했다. “누가 보여 준다고 했어요?” 서윤이 물었다. “모르겠어요. 자기가 가진 자료로 알 수 있다고만 했어요.” “그렇다면 우리가 본 건 '잘 맞은 것처럼 보이는 알림'입니다.” 민석이 씁쓸하게 웃었다. “여러분은 왜 그렇게 신기한 걸 안 믿어요?” “신기해서 더 자세히 보고 싶은 거예요.” 기록관에서 돌아오는 길, 민석은 자신의 휴대전화에 도착한 예고 기록을 시간순으로 정리했다. 유리병이 깨지기 전 원장에 표시됐던 문구는 '출입구 유리 파손'이었다. 그런데 사건 뒤에는 하단에 없던 작은 줄이 생겨 있었다. [관찰 결과에 따라 사건 정의를 세분화함] 그는 기태에게 통화를 걸었다. “처음엔 문 유리인지 병인지도 안 썼어요. 사건 뒤에 구체적인 정보가 붙었죠. 이걸 적중이라고 해도 됩니까?” “적중 기준을 사건 전에 정하지 않았다면 검증할 수 없어요. 예를 들어 '오늘 어디선가 누가 넘어질 것이다'는 거의 언제나 맞겠죠. 틀렸다고 할 방법이 없으니까.” “그럼 이거 전부 거짓이라는 뜻이에요?” “아뇨. 나중에 정한 기준으로 과거를 재단하지 말자는 뜻이에요.” 민석은 통화를 끝낸 뒤 근처 분식집에 들어갔다. 떡볶이 두 접시가 지나가고 교복 차림의 학생들이 땀을 식혔다. 아무도 오늘 두 시 십칠 분의 비밀을 몰랐다. 세상은 그가 본 기이한 숫자 없이도 잘만 움직였다. 창가 자리의 학생 하나가 친구에게 말했다. “나 오늘 진짜 망했어. 선생님이 내일 검사한대.” “내일이잖아. 지금 하면 되지.” 민석은 그 말을 듣고 웃음을 삼켰다. 내일을 아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언제나 예언인 건 아니었다. 내일이 오기 전에 오늘 할 수 있는 일도 있었다. 그는 종이에 두 개의 질문을 적었다.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나 컸나.' 그리고 '예고를 본 사람의 행동이 그 사고에 영향을 주었나.' 첫 번째에는 자료 없음, 두 번째에는 확인 불가라고 적었다. 백억 원을 보며 잃었던 판단력을 사소한 유리 조각 앞에서 조금씩 되찾는 기분이었다. 그날 오후, 익일금융의 정태겸이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사용자가 보는 일부 예상 수치는 실제 거래 확정 금액과 다를 수 있으며, 회사는 제삼자의 불법 수정 시도를 조사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민석을 특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발표 직후 익명의 온라인 게시글에 '미래 수치를 조작한 개발자 강모 씨'라는 문구가 퍼졌다. 준성이 화를 냈다. “이건 너잖아! 고소해야 되는 거 아니야?” “누가 썼는지 모르잖아.” 민석은 휴대전화에 저장된 게시글을 정리했다. “원래 글과 퍼진 글을 구분해서 남기자. 함부로 추측하지 말고.” 세린은 법적으로 어떤 정정을 요구할 수 있는지 검토하기로 했다. 그것과 별개로 원장의 예측 시스템에 관한 사실 확인도 계속했다. 저녁 여덟 시, 서윤은 예린에게 물었다. 기록관 사건을 미리 알고 있었느냐고. 예린은 예고를 보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다만 누군가 '사고의 유형'과 '사고가 일어날 만한 시간대'를 일정 자료에서 추정하는 프로그램을 만든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런 종류의 확률이 100퍼센트라고요?” 서윤이 물었다. “그럴 리 없죠. 하지만 작은 사고는 여러 번 예고하면 언젠가 맞을 수도 있어요. 틀린 예고를 지우면요.” 민석은 자신의 수첩을 펼쳤다. 유리 파손 예고가 뜨기 전에 기록한 시각, 파손 후 바뀐 수치, 그리고 해당 알림이 처음부터 그의 화면에만 있었는지 알 수 없다는 메모. 이번에는 적어도 원장이 틀린 숫자를 지우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밤 열한 시, 화면의 2036년 표시가 바뀌었다. [단위 변경 승인자: 2036년 강민석] [보안 식별자: MINS-36] [등록 원본 시각: 2016-10-25 02:12] “시각이 십 년 전이네.” 준성이 말했다. “그건 가능해. 나중에 날짜를 덧씌울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그 아래에는 더 이상한 항목이 있었다. [승인 서명 재검증 실패] [원인: 서명 대상 데이터와 표시 단위 불일치] 기태가 보낸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서명이 진짜냐부터 묻는 겁니다. 진짜라면 무엇에 서명했는지, 가짜라면 왜 당신 이름을 택했는지요.' 민석은 답장을 쓰려다가 화면 한 구석의 작은 버튼을 발견했다. [서명된 원본 보기 — 읽기 전용] 그는 누르지 않았다. 그러나 다음 날부터 이 원본을 확인할 방법은 반드시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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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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