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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44화
PAYLUA ORIGINAL · 제44화

44화. 처음 사라진 칠십삼만 원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3,323자

오프라인 책장
“저도 몰랐어요. 제 이름이 거기 왜 있는지.” 이범우가 한 말이었다. 새벽 다섯 시, 서윤은 자신의 기자 신분으로 그에게 직접 연락하지 않았다. 당사자의 동의 여부를 확인하는 연락은 세린의 사무실에서 공식 경로로 진행됐다. 다만 범우가 먼저 기자와 이야기하고 싶다고 요청하자 서윤은 동료 기자와 함께 녹음 범위부터 설명했다. 범우는 익일금융 시범 서비스에 신청했다가 취소한 배달기사였다. 지난달 수수료가 복잡하게 표시된다며 불편을 말했던 사람이기도 했다. “신청한 건 맞아요. 그런데 돈은 받지 않았어요. 상담원이 취소됐다고 했고요.” “그 사실을 확인할 자료가 있을까요?” “문자가 있어요. 대신 휴대전화 번호는 가려 주세요.” 범우는 문자와 급여명세서를 내밀었다. 이번 달 정산 금액에는 이전에 보지 못한 공제 항목이 있었다. [정산 조정금: 730,000원] “칠십삼만 원?” 준성이 화면을 보며 중얼거렸다. “칠십삼억이랑 숫자가 닮았다는 건 우연일 수도 있습니다.” 세린이 말했다. “무엇보다 이게 실제 공제됐는지부터 확인해야 해요.” 범우는 카드값이 밀려 있다고 했다. 칠십삼만 원은 십 년 전의 거대한 금융 사기라는 말보다 훨씬 가까운 현실이었다. 그의 월세와 통신비와 아이에게 보내기로 한 생활비가 그 돈과 맞물려 있었다. 범우는 잠깐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았다. 아이가 보내온 음성 메시지 때문이었다. 주말에 축구를 하러 가도 되느냐고, 친구들은 이미 운동화를 샀다고 묻는 목소리였다. “이럴 때는 애한테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가 말했다. 서윤은 공책을 덮었다. 이 장면은 기사의 감동적인 도입부로 쓸 수도 있었다. 그러나 범우는 아이의 목소리를 기사에 써도 좋다는 허락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한 사람의 아버지로서 겪는 곤란함을 조용히 들었다. “취소됐다고 한 상담 기록은 남아 있습니까?” 세린이 물었다. 범우는 고객센터에서 보낸 문자 하나를 보여 줬다. ‘신청 취소 접수’라는 문구는 있었지만, 처리 완료 여부는 따로 적혀 있지 않았다. “접수와 완료가 다를 수도 있나요?” “그럴 수 있어요. 그래서 지급 여부, 취소 완료 시각, 공제 처리 기준을 각각 물어봐야 합니다.” 범우가 고개를 숙였다. “제가 이런 걸 다 확인할 줄 알았다면 애초에 신청 안 했죠.” 민석은 그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누구나 모든 계약을 법률가처럼 읽을 수 있는 세상은 아니다. 그러니 제대로 설명해야 할 책임까지 이용자의 어깨에 올려놓으면 안 되는 것이다. “급여가 적게 들어온 건 확인했어요.” 범우가 말했다. “그래서 회사에 물어봤더니 선지급금을 받았던 걸로 처리됐대요.” 그는 자신의 은행 거래 내역도 보여 줬다. 신청일부터 오늘까지 선지급 입금은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계좌나 지급 경로가 전혀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세린은 거래 확인 범위를 좁혀 설명했다. “당장 공식 지급 대행사에 이의를 제기하고, 계약서와 지급 내역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원하시면 절차를 안내할게요.” 범우는 입술을 깨물었다. “제가 원하는 건 대단한 게 아니에요. 일한 만큼 돈 받는 거예요.” 민석은 그 말을 듣고 난 뒤에야 73억이라는 숫자를 다시 보았다. 원장은 큰돈을 보여 주며 사람을 끌어당겼지만, 그 아래에서는 이미 작은 금액 하나가 누군가의 삶을 흔들고 있었다. 오전 열 시, 익일금융은 정산 조정 항목에 관한 민원을 접수했다고 답했다. 회사는 원인 파악 전까지 오류를 인정하거나 부인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범우의 계좌에 빠진 돈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서윤은 동료 기자에게 취재를 넘기면서 하나를 부탁했다. “범우 씨가 수치심을 느끼게 쓰지 마요. 급한 사람이 서비스를 알아봤다는 이유로 잘못한 것처럼 보이게 하지 말고요.” “알아요.” 동료가 말했다. “돈 못 받은 사람의 일인데, 왜 자꾸 그 사람의 욕심이 기사 제목이 되는지 모르겠어.” 한편 신지영에게는 밤사이 원장 알림과 비슷한 문구가 포함된 낯선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십 년 전 기사 보류 결정을 최종 확인하면 자료를 삭제해 드린다.’ 지영은 답하지 않았고, 발신 정보만 보관했다. “그쪽이 원하는 건 제가 아무것도 몰랐다고 인정하는 겁니까?” 지영이 통화로 물었다. “그럴 가능성은 있습니다.” 서윤이 말했다. “하지만 저희도 확인 전에는 단정할 수 없어요.” 지영은 씁쓸하게 웃었다. “이름을 쓰게 하고 싶으면 직접 오라고 해. 나는 이제 서명할지 말지 스스로 정할 거니까.” 오후에 준성이 이상한 수식을 발견했다. 원장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요약표에는 각 채권에 ‘독립 확인 가중치’가 붙어 있었다. 익일금융 상품 안내 자료와 대조하자, 예상 손실이 칠십삼억 원으로 표시된 이유가 보이기 시작했다. [대조 전 보류 정산권: 액면가 합계 73억 원] [독립 확인이 성립하면: 거래 검토 재개] [독립 확인이 성립하지 않으면: 거래 검토 보류] “서윤 씨가 칠십삼억을 잃는 게 아니라…” 준성이 말했다. “그녀의 확인 기록에 칠십삼억의 거래가 매달려 있었던 거군.” 민석이 말을 이었다. “정확하게는 그렇게 보이도록 문서가 만들어졌다는 뜻이에요.” 기태가 덧붙였다. “실제 계약 관계는 확인해야 합니다.” 예상 손실의 주인이 한서윤으로 표시된 이유는 여전히 의문이었다. 원장은 그녀를 돈의 주인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거래를 성립시키기 위한 ‘확인자’로 취급했다. 확인이 무너지면 그 결과까지 확인자의 책임으로 돌릴 생각이었다. 그날 저녁, 세린에게 익일금융의 공식 법무 통지가 도착했다. 이번에는 공개된 회사 도메인에서 온 진짜 문서였다. ‘한서윤 기자가 작성 또는 검토한 정보가 투자 판단에 사용됐을 가능성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자 한다.’ 법적 책임이 확정된다는 통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문장은 서윤을 거래의 한가운데 세워 놓았다. “우리가 예방한 기사도 책임의 근거가 될 수 있어요?” 준성이 물었다. “그것이 성립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회사가 왜 이런 전제를 세웠는지는 물어봐야겠어요.” 세린이 답했다. 그때 원장은 새로운 화면을 열었다. [실제 손실 발생 확인: 730,000원] [손실 발생 계좌: 이범우 명의 급여 계좌] [원장 예측 손실 7,300,000,000원과의 관계: 조사 중] 민석은 화면을 오래 바라봤다. 73억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거래의 숫자였다. 73만 원은 누군가가 오늘 잃어버린 생활비였다. 예측보다 실제가 더 잔혹했다. 서윤이 휴대전화 화면 아래를 가리켰다. [추가 지급 대조 요청: 51건] [외부 거래 검토 재개 예정: 2026년 11월 7일] 이틀. 누군가는 이틀 안에 칠십삼억의 거래를 다시 열려고 했다. 그리고 범우에게는 아이의 생활비를 보내야 할 날짜가 바로 내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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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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