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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41화
PAYLUA ORIGINAL · 제41화

41화. 칠십삼억의 이름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2,996자

오프라인 책장
[다음 검증 대상: 2026년 11월 5일] [항목: 첫 번째 실제 손실] [예상 금액: -7,300,000,000원] [손실 예상 당사자: 한서윤] 서윤은 휴대전화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화면의 빨간 숫자가 어둠 속에서도 이상하리만큼 선명했다. “제 계좌에 칠십삼억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겠네요.” 농담처럼 말했지만 목소리 끝이 떨렸다. 민석은 웃지 않았다. 서윤이 얼마 전 자신에게 해 주었던 말을 되풀이할 뻔했기 때문이다. ‘원장이 말한 미래와 실제 거래 내역은 다르다.’ 그건 사실이었다. 다만 당사자가 된 사람에게 똑같은 설명을 건네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조심스러웠다. 오세린이 먼저 물었다. “서윤 기자님, 휴대전화를 저희가 함께 보는 데 동의하신 건 확인했습니다. 자료 사본을 외부 기관에 제출하는 건 별개입니다. 그건 나중에 정할까요?” “네. 그리고 제 취재 메모는 열어 보지 말아 주세요.” 민석은 손을 거뒀다. 화면 하나를 같이 본다는 허락이 모든 파일에 대한 허락은 아니었다. 검은 원장을 누르자 새 창이 떠올랐다. [손실 분류: 신뢰 연동 보증] [기초 자산: 미확인 정산권 12종] [실제 지급 의무 확정 여부: 미확정] [근거 문서: HSY-2016-11] 준성이 눈썹을 찌푸렸다. “신뢰에 보증을 건다고? 사람 이름이 보험 상품이야?” “그런 상품이 있다고 믿게 만들고 싶은 걸 수도 있지.” 기태가 대답했다. “우선 근거 문서부터 봐야 합니다.” 서윤은 ‘HSY’라는 세 글자를 다시 봤다. 한서윤의 영문 이니셜. 2016은 십 년 전의 연도였다. “말도 안 돼요. 그때 전 인턴 기자였어요.” 민석은 고개를 들었다. “그럼 십 년 전 이 사건을 취재했다는 겁니까?” “취재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월급이 밀린 청소 노동자들을 인터뷰하려다 기사가 나가지 않았거든요.” 서윤의 기억은 편집국 지하의 낡은 복사실에서 시작됐다. 종이컵에 담긴 미지근한 커피. 퇴근 시간이 지나도 열리지 않던 컴퓨터. 한 사람의 고용계약서에 적힌 지급 완료 도장. 급여가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하는 당사자. 그때 서윤은 ‘지급 완료’라는 두 글자가 무엇을 뜻하는지 오래 물었다. 주임 기자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입금증을 먼저 가져오라고. 그녀는 다음 날 입금증이 없다는 취재원의 연락을 받았지만, 기사는 결국 나가지 않았다. “제가 쓴 제목은 기억나요.” 서윤이 말했다. “‘돈이 왔다고 적힌 날, 돈은 오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노트북을 열고 십 년 전 자료 백업 목록을 뒤졌다. 장치가 오래돼 파일이 남아 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다 한 폴더를 발견했다. 이름은 ‘미게재_2016’이었다. 노트북 팬이 거칠게 돌았다. 회전하는 표시가 멈출 때마다 서윤은 불안해졌다. 그녀는 대학 졸업 때부터 쓰던 외장하드를 종종 버리려고 했다. 용량도 작고 케이블도 헐거웠다. 그런데 버릴 때마다, 거기에는 누군가 자신에게 해 주었던 말이 남아 있다는 생각에 다시 서랍 깊숙이 넣었다. 십 년 전 인터뷰하던 남자는 기자에게 자신의 상처 난 손을 보여 주지 않았다. 대신 임금명세서 한 장을 내밀었다. ‘공사 현장에는 다들 비슷한 사람이 많아요. 제 얘기만 쓰진 마세요.’ 그가 한 부탁이었다. 그때 서윤은 ‘확인해서 쓰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쓰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은 아니었다. 서윤은 하드디스크를 노트북에서 분리해 케이블을 다시 꽂았다. 화면에 뜬 날짜들을 하나씩 확인했다. 자료 안에 당시 취재 파일이 남아 있더라도, 누가 마지막으로 수정했는지는 별도의 로그가 필요했다. “그때 왜 그 기사를 쓰려고 했어요?” 민석이 물었다. “돈을 못 받은 건 피해자의 말이었는데, 받은 걸로 적혀 있는 건 서류의 말이었어요. 둘 중 하나를 확인할 방법이 있을 거라 생각했죠.” “찾았습니까?” “못 찾았으니까 지금 이렇게 앉아 있는 거겠죠.” 그녀는 웃었지만, 웃음에는 십 년의 피로가 묻어 있었다. 그 안에 있던 파일 하나가 그녀의 손을 멈추게 했다. HSY-2016-11.pdf. 원장에 표시된 것과 정확히 같은 번호였다. 서윤은 파일을 열려다가 멈췄다. 원래 자신의 백업에 그런 번호가 있었던가? “기다려요.” 민석이 말했다. “원장에 나온 이름을 보고 검색한 거잖아요. 지금 발견한 파일이 그 당시 그대로 있었다고 보장할 수 없어요.” 서윤은 그 말을 듣고야 숨을 내쉬었다. 백업 드라이브는 지난주에도 연결했다. 누가 무엇을 바꿨는지 확실치 않았다. “그러면 제가 직접 기억하는 것부터 적죠.” 그녀는 노트를 펼쳤다. ‘기사 게재 안 됨. 인터뷰 당사자에게 지급 확인 불가. 데스크 요청으로 보류.’ 펜끝이 종이를 긁었다. 그때 자신의 회사 메일로 발신자가 없는 일정 초대가 도착했다. [2026년 11월 5일 오전 9시] [한서윤 보증인 정산 설명회] [장소: 익일금융 본사] “초대장은 사내 일정 시스템에서 생성됐어요.” 서윤이 말했다. “회사에서 보냈을 수도 있겠네요.” 준성이 대꾸했다. “아니요. 제가 속한 언론사 일정 시스템이요.” 세린이 고개를 들었다. “공식 확인이 필요하겠군요.” 서윤은 바로 편집국 당직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가 일정을 만들었는지 로그를 요청하고, 비밀번호를 변경했다. 당직자는 그런 회의를 등록한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시스템 발신자 칸은 자동화 계정이었다. 회의를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원장은 이미 서윤이 그 장소에 갈 것처럼 시간을 정해 두었다. 밤 열한 시 사십구 분. 서윤의 화면에 새로운 안내가 떴다. [손실 발생 방식: 입금 아님] [미래 채무 귀속: 한서윤의 확인 표시] [예정 시각: 09:00:00]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이거 제 돈을 빼앗겠다는 협박이 아니네요.” “뭔데요?” “제가 하지 않은 확인을, 제가 한 것처럼 남기겠다는 거예요.” 민석은 탁자 아래에서 주먹을 쥐었다. 자신이 십 년 전에 당했던 일이, 이번에는 서윤의 이름으로 반복되고 있었다. 아침까지 아홉 시간 남았다. 그리고 아홉 시간 후 누군가 칠십삼억짜리 거짓말을 그녀에게 떠넘길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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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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