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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40화
PAYLUA ORIGINAL · 제40화

40화. 내일을 팔지 않는 사람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4,340자

오프라인 책장
11월 4일 아침, 강민석은 사십팔만 원짜리 입금 건을 정리하는 데 두 시간을 썼다. 은행은 송금인 측의 오류 송금 확인을 접수했고, 민석은 공식 절차에 따라 반환을 진행했다. 그가 실제로 손에 쥐었던 돈은 한 푼도 남지 않았다. 통장에는 반환 거래가 선명하게 적혔다. [입금 480,000원] [반환 480,000원] [순변동 0원] 민석은 한동안 그 세 줄을 바라봤다. 처음 이 능력을 얻었을 때였다면 손익이 영 원인 하루를 실패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남의 돈이 잠시 자기 통장에 들렀다가 제자리로 돌아간 것뿐이었다. 회사 점심시간에 준성이 찾아왔다. “태겸 쪽에서 다시 연락했어.” “돈을 더 주겠대?” “아니. 네가 잘못된 미래 예측 자료를 유포해서 사업을 방해했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낼 수 있다고 했어.” 민석은 도시락 뚜껑을 닫았다. “내가 언제 예측 자료를 유포했지?” “그 사람들이 그렇게 주장하는 거야. 서윤 기자 보도까지 엮으려는 모양이고.” “그럼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정리하면 돼.” 준성은 씁쓸하게 웃었다. “이젠 겁도 안 나?” “겁나지. 다만 무서워서 남의 사인을 만들어 줄 수는 없잖아.” 오후 두 시, 서윤의 후속 기사가 나갔다. 기사에는 확인된 세 가지 사실만 실렸다. 익일금융이 일부 시범 가입을 중단했다는 공식 답변, 예상 소득 보정 수수료가 계약 화면에서 쉽게 구분되지 않는다는 복수 제보, 과거 지급 기록 검증에 관해 회사가 제출한 설명의 빈칸. 사십팔만 원 사건과 정도현의 유품 내용은 당사자 동의와 추가 확인이 필요해 기사에서 제외했다. 기사가 나간 뒤 사람들은 댓글에서 싸웠다. 누군가는 선지급 서비스 자체가 필요하다고 했고, 누군가는 어떤 상품이든 수수료가 숨겨져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민석은 그 논쟁이 싫지 않았다. 적어도 한 사람의 이름으로 모두의 선택을 대신하지는 않았으니까. 그날 저녁, 류지안의 대리인을 통해 공식 답변이 도착했다. 십 년 전 지급 완료로 표시된 사십팔만 원은 은행 거래번호가 없어 실제 지급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관련 자료 보존과 추가 확인을 위한 절차가 진행된다고 했다. 그것이 곧바로 금전 지급 확정을 뜻하지는 않았다. 민석은 내용을 읽고 류지안에게 짧은 메시지를 남겼다. '원하시는 범위에서 확인이 이루어진 점 다행입니다. 앞으로의 결정도 본인이 하시면 됩니다.' 답장은 없었다. 민석은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오후 다섯 시에는 한서윤에게 이상한 이메일도 도착했다. 발신자는 익일금융의 법무팀이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주소는 회사가 공개한 도메인과 한 글자가 달랐다. “이런 걸 보내면 겁부터 먹고 첨부 파일을 열 거라고 생각했나 봐요.” 서윤이 말했다. 민석은 파일을 열지 말자고 했다. 서윤은 메일의 헤더와 수신 시각을 보존하고, 회사의 공식 연락처로 같은 통지가 발송됐는지 확인했다. 법무팀에서는 그런 메일을 보낸 적이 없다는 답변을 줬다. 그것만으로 누가 발송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엔 내가 주인공이 됐네요.” 서윤이 씁쓸하게 웃었다. “기자라서 그런가요?” “기자라서만은 아닐 거예요. 내가 뭘 확인하는지 누군가 불편해한다는 건 알겠어요.” 민석은 며칠 전 그녀가 물었던 말을 떠올렸다. ‘무섭습니까?’ 처음 그 질문을 들었을 때는 자신만 두려워하는 줄 알았다. 지금은 서윤도, 류지안도, 정도현의 가족도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는 걸 안다. “기사 때문에 곤란해지면 저 때문에 그랬다고 말해도 됩니다.” 서윤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단순하게 계산하지 마세요. 내가 쓰기로 결정한 기사예요. 사실 확인이 모자랐다면 그건 내 몫의 책임이고요.” 민석은 말없이 물컵을 채웠다. “서윤 씨 말이 맞네요.” “그렇죠. 그러니까 나중에 제 일에 관한 결정을 할 때도 제게 묻는 겁니다.” 두 사람은 오래된 노트 한 권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노트 안에는 숫자와 문장이 뒤섞여 있었다. 백억, 일조, 사십팔만,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 있는 사람이 쓴 메모. 그중 어떤 것은 민석 자신이 적었고, 어떤 것은 누군가 그에게 전하려 한 말이었다. 이름 모를 미래가 정답을 알려 주지 않아도, 당사자에게 물어보는 대화는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었다. 서윤은 다시 취재 노트를 펼쳤다. 그리고 ‘내일’이라는 말을 지운 자리에 ‘확인 예정’이라고 적었다. 밤 아홉 시. 서문재가 보내 온 추가 자료가 도착했다. 정태겸의 회사가 사용하던 계산식의 오래된 설명서였다. 설명서는 ‘예측 결과의 신뢰’를 계산하는 데 실제 현금 흐름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지급된 것으로 처리된 항목을 보정치로 넣었다고 적혀 있었다. “그래서 같은 돈이 두 번 나타날 수 있었군요.” 기태가 말했다. “그건 설명이 됩니다.” 민석이 대답했다. “하지만 내일의 일까지 맞힌 건 아직 설명되지 않았어요.” 실제로 그들이 확인한 예고 중 일부는 다음 날 일어난 사건과 일치했다. 원장이 사람들의 행동을 유도해 숫자를 맞춘 것인지, 누군가 거래를 미리 알았는지, 아니면 정말 미래의 정보를 읽을 수 있는지는 여전히 갈려 있었다. 세린은 문서를 덮으며 말했다. “설명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해서 이미 확인한 사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민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휴대전화가 켜졌다. [누락 원본 대조 진행 상황] [52건 중 1건 검증 중] [원장 강제 대체 승인: 일시 중단 유지] 숫자는 아직 오십일 개나 남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처음부터 모든 사람을 ‘동의’ 상태로 묶어 놓지 않았다. 그 작은 변화가 민석에게는 무척 컸다. 다음 순간 000이 말을 걸었다. '감사합니다. 저는 아직 제 이름을 그 화면에 쓰고 싶지 않습니다.' 민석은 웃었다.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신 한 가지는 확인해 주세요.' '말씀하세요.' 메시지는 한참 나타나지 않았다. 그사이 준성이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밖에서는 늦은 버스가 정류장에 멈췄다. 민석이 처음 이상한 잔액을 보았던 밤과 비슷한 풍경이었다. 그때 화면에 문장이 떠올랐다. '당신에게 천억 원을 준다고 한 사람은, 그 돈을 가진 사람이 아닙니다.' “그럼 누가 가진 거죠?” 민석이 중얼거렸다. 대답 대신 낯선 파일이 도착했다. 제목은 ‘미래 정산 잔여 자산 실사표’. 첫 페이지에는 회사 이름과 계좌가 아니라 열두 개의 서로 다른 계약 번호가 있었다. [선지급 총액 표시: 100,000,000,000원] [실제 현금 보유 확인: 미완료] [계약상 권리 보유자: 상충] 천억 원은 계좌에 있는 현금이 아닐 수도 있었다. 누군가 그 가치를 가진다고 주장하는 권리 묶음이었다. 서윤이 파일을 확인하더니 말했다. “이게 진짜 자료라면, 태겸 씨가 팔려고 했던 건 돈 자체보다 돈을 받을 권리겠네요.” “하지만 어떤 권리인지 검증되지 않았어요.” 민석이 말했다. 준성은 계약 번호의 끝을 가리켰다. “이 번호… 000이 붙어 있어.” 각 계약 번호의 뒤에는 같은 접미사가 있었다. ‘대조 전 보류’. 과거 류지안이 붙였던 표시가 마치 거래 가능 자산의 이름처럼 바뀌어 있었다. “없는 확신을 팔겠다는 거야.” 준성이 말했다. 민석은 화면을 끄지 않았다. 처음부터 이 이야기는 통장 속 돈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는 통장에 찍힌 숫자만으로 돈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 “나는 사지 않아.” 그 말에 화면의 천억 원 예고가 사라졌다. [조건부 정산권 수락 여부: 미확정] [수락 기록: 없음] 대신 새로운 안내가 나타났다. [다음 검증 대상: 2026년 11월 5일] [항목: 첫 번째 실제 손실] [예상 금액: -7,300,000,000원] 마이너스 칠십삼억 원. 민석은 입술을 깨물었다. 돈이 사라질 거라는 뜻인지, 누군가가 실제로 빚을 지게 된다는 뜻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 한 줄이 그의 시선을 붙잡았다. [손실 예상 당사자: 한서윤] 서윤은 자신의 이름을 보는 순간 표정을 굳혔다. “이번엔 제가 당사자네요.” 민석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러니까 당신에게 먼저 물어야겠어요.” “뭘요?” “이걸 함께 확인해도 괜찮겠습니까?” 서윤은 한참 말이 없었다. 이 질문은 해결책도 아니었고, 돈을 막는 능력도 아니었다. 다만 누군가 그녀의 내일을 자신의 것처럼 계산하기 전에 건네는 최초의 질문이었다. 그녀가 천천히 대답했다. “네. 다만 제 이름으로 뭘 서명하기 전에, 반드시 저한테 보여 주세요.” 민석은 웃지 않았다. 대신 수첩의 다음 장을 폈다. 내일이 돈으로 나타나는 세상에서, 누가 그 돈을 받을지보다 어려운 문제가 또 하나 생겼다. 누가 그 손실을 감당하겠다고 동의했는가. 그리고 원장은 처음으로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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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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