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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39화
PAYLUA ORIGINAL · 제39화

39화. 금고 앞에서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3,509자

오프라인 책장
금고가 있는 건물은 작은 도서관으로 바뀌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1층만 그랬다. 위층에는 주민센터와 복지 상담실이 들어왔고 지하에는 과거 은행 건물의 임대 보관실이 남아 있었다. 복도 벽은 새 페인트로 덮였지만 안내판 한쪽에는 오래된 번호표 기계가 놓여 있었다. 민석은 그 기계를 보고 2화의 장례식 사진을 떠올렸다. 사진 속에는 이런 번호표 기계가 있었다. 지금껏 그는 사진이 미래를 찍었다고 믿거나, 누군가 자신을 협박하려고 만든 합성 이미지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번호표 기계는 십 년 전부터 이곳에 있었을 것이다. “사진이 그 장소에서 찍혔다는 것만으로 미래에 찍힌 건 아니겠네요.” 서윤이 말했다. 민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 날짜만 바꿨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목의 리본은 설명이 안 되지만.” “하나씩 확인해 봐요.” 서윤은 건물 관리 주체에게 정식 열람 가능 범위를 문의했다. 지하 보관실에 개인 물품이 있는 경우 대리인의 임의 출입은 허용되지 않았다. 정도현 명의로 남은 계약이나 위임 기록이 있는지도 법적 권한을 가진 사람을 통해 확인해야 했다. 이 절차 때문에 민석은 반나절을 기다렸다. 예전 같으면 그사이 원장이 보여 주는 미래 잔액을 계속 들여다봤을 것이다. 지금 그는 복도 벤치에 앉아 실제 시계를 봤다. 오후 다섯 시, 세린이 도착했다. 그녀는 정도현의 가족에게 확인된 유품 처리 절차와 보관 계약의 존재를 설명했고, 가족 측이 지정한 대리인과 함께 필요한 범위에서 보관실을 열람하도록 조율했다. 가족은 보관실의 모든 내용이 기사에 공개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민석은 그 말을 듣고 지하로 내려갔다. 금고 문은 작은 회색 철문이었다. 영화에 나오는 거대한 원형 금고도, 복잡한 비밀번호 장치도 없었다. 관리자가 목록을 대조하고 기록을 남긴 뒤, 해당 보관함을 꺼냈다. 안에는 현금이 없었다. 노란 봉투 하나와 녹음용 저장장치, 오래된 카드 영수증 뭉치가 있었다. 정도현의 가족 대리인은 그중 필요한 사본의 조사 목적 열람만 허용했다. 보관실 안에는 창문이 없었다. 공기에는 종이와 금속의 냄새가 섞여 있었다. 민석은 관리자가 금고 문을 잠그는 소리를 듣자 이상하게 불편해졌다. 십 년 전 류지안이 걸었던 B-07의 잠금쇠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폐소공포증이라도 생겼어요?” 서윤이 농담처럼 물었다. “그냥 문 닫히는 소리가 싫네요.” 관리자는 열람 절차를 마친 뒤 물품을 테이블 위에 펼쳤다. 민석은 누가 보아도 가치가 없을 것 같은 물건들이 십 년 동안 보관료를 냈다는 사실에 놀랐다. “정도현 씨가 매년 보관료를 냈습니까?” “계약 관련 정보는 권한을 확인한 대리인에게만 안내할 수 있습니다.” 관리자가 대답했다. 민석은 더 묻지 않았다. 전에는 앞에 나타난 숫자라면 무엇이든 알고 싶었다. 지금은 듣지 않아도 되는 숫자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세린은 지정 대리인과 보관물 목록을 확인했다. 보관함이 실제로 십 년 동안 계속 유지됐는지, 중간에 열람이나 물품 교체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절차도 남겼다. 오래된 물건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내용이 바뀌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민석은 보관함의 표면을 손가락으로 쓸었다. 긁힌 자국 하나가 오른쪽 아래에 있었다. 사진으로 보던 거대한 금융 사기와 달리, 지금 손끝에 닿는 것은 작은 쇳조각과 서류 봉투였다. “도현 씨가 남긴 게 이런 거라니.” 서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취재 자료에는 정도현을 용감한 고발자라고 단정할 증거도, 누군가를 속였다고 몰아갈 근거도 충분하지 않았다. 그가 그날 무엇을 하려 했는지는 유품을 본 뒤에도 쉽게 결론 낼 수 없는 문제였다. 민석은 잠시 고개를 숙였다. “나중에 가족분들께 이게 도움이 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도움이 됐는지는 가족분들이 판단할 일이에요.” 서윤이 말했다. “우리는 무슨 자료가 발견됐는지 정확히 설명하면 돼요.” 그 말에 민석은 마음을 다잡았다. 누군가가 죽었다는 기록 하나로 사건의 전부를 설명하려 했던 원장보다, 남은 사람의 마음을 함부로 규정하지 않는 대화가 훨씬 어려웠다. 첫 영수증에 적힌 금액은 48,000원. 민석의 손이 멈췄다. “내가 처음 이상하다고 느낀 택시비.” 서윤은 날짜를 확인했다. 2016년 10월 25일. 현재의 민석이 수첩에 적은 사만 팔천 원과 같았지만 그 돈이 같은 거래라는 증거는 없었다. 그런데 영수증 아래에는 짧은 메모가 있었다. '왕복 비용은 누가 냈는지보다, 누구를 데려왔는지 확인할 것.' 민석은 나머지 영수증을 차례로 봤다. 같은 밤 서로 다른 택시 두 대가 건물 앞에 도착했다. 한 대는 정도현의 카드로, 다른 한 대는 연구실의 공용 카드로 결제됐다. “누가 왔다는 걸까요?” 녹음기 파일의 목록에는 ‘대조 증인 접수’라고 적혀 있었다. 재생 허용 범위를 확인한 뒤 세린이 파일을 열었다. 노이즈가 잠시 흘렀다. 이어 젊은 민석의 목소리가 나왔다. “도현 형, 이걸 정말 남겨야 해요?” “누군가 훗날 너에게 모든 사람이 동의했다고 말할 거야. 그때 필요한 건 네 기억이 아니라, 그 말을 거절한 사람들의 목소리야.” 잠깐 발자국 소리. 멀리서 여자가 말했다. “제 이름까지 남겨야 합니까?” 도현이 답했다. “아니요. 지급되지 않은 항목과 당신이 동의하지 않았다는 사실만 남겨도 돼요.” 민석은 숨을 참았다. 여자의 목소리는 류지안과 비슷했지만 십 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동일 인물인지는 음성만으로 판단할 수 없었다. 파일 끝에서 서문재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록을 없애지 않으면 다 같이 위험해집니다.” 그리고 젊은 강민석이 말했다. “없애면 나중에 아무도 자기 돈을 찾을 수 없잖아요.” 녹음이 끝났다. 서윤은 조용히 물었다. “당신이 그 말을 했다는 게 기억나요?” “아니요.” “그래도 그때는 지금과 같은 생각을 했네요.” “그랬던 것 같아요.” 민석은 이상한 기분이었다. 십 년 전의 자신을 용서하고 싶은 마음과, 그에게 더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일었다. 노란 봉투에는 짧은 문서 하나가 들어 있었다. ‘원본 대조 거부자 목록. 기재된 번호는 사람 수가 아니며, 확인 가능한 동의가 없는 기록의 수량임.’ 민석은 문장 끝의 서명을 보았다. 정도현. 문제는 문서 아래의 날짜였다. 2026년 10월 25일. 도현의 사망 관련 기록보다 뒤인지 앞인지, 확인이 필요한 시각이었다. 종이에 시각은 적혀 있지 않았다. 세린은 말했다. “이 날짜가 문서 작성일인지 복사일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민석이 고개를 끄덕이려는 순간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2036년 보관 보고서 업데이트] [2016년 대조 음성 확인됨] [정도현: 상태 추적 불가] 그 아래 새 문장이 떠올랐다. '원본을 확인하면 미래는 한 가지가 줄어듭니다.' 민석은 금고 문을 바라봤다. 이 문을 열었을 뿐인데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일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줄이 그의 표정을 굳혔다. [미래 잔액 예측 일치율: 99.8% → 61.4%] 아무도 원장의 미래를 믿지 않겠다고 선언하지 않았다. 단지 과거 영수증을 확인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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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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