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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38화
PAYLUA ORIGINAL · 제38화

38화. 열세 번째 장부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3,429자

오프라인 책장
류지안이 지킨 것은 상자 한 개가 아니었다. 그녀가 열 해 동안 보관한 것은 종이 두 권이었다. 첫 번째는 이미 세린을 통해 일부 확인된 급여 대조 노트. 두 번째는 누구에게도 보여 준 적이 없었다. 서윤이 두 번째 책의 존재를 전한 날, 민석은 서둘러 열어 보자고 하지 않았다. 누가 열람할 수 있는지, 개인정보를 어떻게 가릴지, 원본의 보관 방법이 무엇인지부터 논의했다. “예전 같았으면 책을 들고 뛰어왔을 텐데.” 준성이 말했다. “그랬으면 지안 씨가 책을 안 내놨겠지.” 공증 절차를 거친 사본에서 사람의 이름을 가린 뒤 민석이 처음으로 본 것은 특이한 계산표였다. A부터 L까지 열두 개 항목이 가로로 놓여 있었다. 항목별로 금액이 적혀 있었고 마지막에 별도의 합계칸이 있었다. ‘제13 대조표 — 미확인 지급.’ “열세 번째 원장인가?” 준성이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기태가 고개를 저었다. “원장이라면 직접 정산 명령을 내리는 규칙이 있어야 합니다. 이건 원장들이 내린 명령을 바깥에서 대조한 표일 가능성이 큽니다.” 민석은 책장을 넘겼다. 2016년 10월 25일 날짜 옆에 사십팔만 원이 적혀 있었다. 그 아래에는 남기철의 야간근무 네 시간에 해당하는 미확인 수당이 별도로 표시돼 있었다. 그러고 보니 표의 제목은 ‘받지 않은 돈’이 아니라 ‘받았는지 알 수 없는 돈’이었다. “지안 씨가 십 년 전부터 이 둘을 구분했네요.” 서윤이 말했다. “그때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겠죠.” 민석이 대답했다. “우리만 잊어버렸지.” 정산표 끝에는 반복되는 기호가 있었다. 숫자 영에 가느다란 사선이 그어진 모양. 원장 화면에서 000을 표시할 때 나타난 표식과 비슷했다. 세린이 말했다. “닮았다고 연결됐다고 볼 수는 없지만, 생성 원리를 비교해 볼 가치는 있겠네요.” 기태는 공개된 시스템 설명서와 당시 계약 부속서를 대조했다. 종이에서 발견된 ‘대조 전 보류’ 기호는 오래된 장부 소프트웨어에서 미결 상태를 뜻하는 기호와 유사했다. 상위 원장이 이것을 새로운 가입자처럼 표현한 경위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했다. 류지안은 어떤 사람의 미래 동의도 수집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확인되지 않은 지급 기록을 ‘확인되지 않았다’고 적었을 뿐이었다. 기태는 두 번째 노트에서 가장 오래된 계산을 하나 골랐다. 2016년 10월 25일의 사십팔만 원. A원장에는 지급 예정, D원장에는 지급 완료, L원장에는 검증 완료로 표시돼 있었다. 같은 금액이 세 군데에 있으니 세 건의 돈이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회계상 정산이 실제로 이뤄졌는지는 송금 내역을 봐야 합니다.” 기태가 말했다. “그럼 어디에도 없으면요?” 민석이 물었다. “미지급인지, 지급했으나 자료가 누락된 것인지 둘 다 가능하죠. 확인이 필요한 항목으로 남겨야 합니다.” 서윤은 판서된 세 칸을 찍고 다시 물었다. “이 회사는 왜 열두 개 원장이 필요했을까요?” “부서나 상품이 달라서일 수도 있어요. 다만 하나가 다른 것을 검증한 듯 보이도록 만들면 자기 증명 구조가 됩니다. 세 사람이 똑같은 소문을 들어 놓고 서로를 증인이라고 부르는 셈이죠.” 준성이 코웃음을 쳤다. “이쯤 되면 숫자 열두 개로 열두 명을 설득한 거네.” “문제는 지금 그 구조를 사업에 다시 쓰려 한다는 거야.” 민석이 대답했다. 그는 노트의 맨 아래 주석을 읽었다. ‘최종 합계는 금융기관 지급 내역 대조 후 확정.’ 한 번도 크게 보이지 않았던 문장이다. 지안은 십 년 전부터 그 한 줄을 놓치지 않았다. 기태는 처음으로 구체적인 돈의 경로를 그려 보였다. 고객이 먼저 받을 돈, 회사가 미래에 회수하려는 돈, 투자자가 그 회수권을 사는 돈. 셋의 이름을 섞어 놓으면 같은 원금이 여러 번 자산처럼 보일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 상품 구조가 그렇게 되어 있는지 확인하려면 공시와 계약서, 현금 흐름이 필요했다. “이제 왜 누군가 지안 씨의 확인을 원했는지 알 것 같아요.” 민석이 말했다. “그녀가 '지급 완료'라고 말하는 순간 세 군데가 동시에 믿을 수 있는 원본처럼 보이니까.” 서윤은 책을 덮었다. “그럼 우리가 할 일도 분명하죠. 그녀에게 그 말을 하라고 부탁하면 안 돼요.” 그날 오후, 서문재가 다시 세린을 찾아왔다. “류지안의 두 번째 노트를 보셨군요.” 민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왜 그걸 당신이 알고 있습니까?” “십 년 전 그 노트가 없어졌을 때, 찾으라는 지시를 내린 사람이 나니까요.” “그럼 지금도 노트를 가져가려는 겁니까?” “아뇨. 이번에는 찾지 못해야 한다는 사람이 누군지 알려드리러 왔습니다.” 문재는 정태겸의 이름을 꺼냈다. 그가 당시 한빛자산신탁의 전산 기록 인수 작업에 참여했던 하청업체 직원이었다는 설명이었다. 문재의 진술만으로 확인된 사실은 아니었지만, 서윤은 공개 경력 자료에서 태겸이 그 시기 관련 시스템 용역사에 근무한 흔적을 발견했다. “당신이 태겸 씨에게 지시한 건 뭡니까?” 민석이 물었다. 문재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검증 안 된 항목을 오류로 정리하라고 했습니다.” “오류와 미확인은 다르죠.” “그때는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준성이 의자를 밀고 일어섰다. “그런 식으로 413명 기록이 만들어진 거야?” “정확히는 그런 방식으로 여러 기록이 하나처럼 보이게 됐죠.” 문재가 말했다. “처음부터 사람의 미래를 예측하려던 게 아니었습니다. 오늘 처리되지 않은 돈을 내일 처리한 것으로 보이게 하려던 거였어요.” 민석은 등골이 차가워졌다. 처음 접속했을 때 그를 놀라게 했던 마이너스 백억 원은 누구의 내일인가. 아니면 어제 빠진 돈에 내일이라는 이름을 붙인 결과인가. 세린은 그의 손이 휴대전화로 향하는 것을 보고 말했다. “문재 씨의 설명이 맞더라도 과거의 모든 기록이 사기였다는 결론은 아직 아닙니다. 실제로 맞힌 미래의 숫자들도 있어요. 그것까지 설명해야 합니다.” “알아요.” 민석이 대답했다. “그래서 더 무섭습니다.” 돌아가려던 서문재가 문 앞에서 멈췄다. “도현이가 그 상자를 가져간 이유를 이제 알겠습니까?” 민석은 조용히 물었다. “지안 씨가 가진 두 번째 노트를 보호하려던 건가요?” “반대입니다.” 문재가 말했다. “도현이는 노트가 사람을 보호하는 데 쓰일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누군가 나중에 대조할 수 있도록, 자신이 가진 자료를 별도로 남겼습니다.” “그 자료는 어디 있습니까?”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에요.” 문재가 떠난 뒤 서윤은 정도현의 마지막 날 이동 경로를 다시 확인했다. 대중교통 이용 기록 같은 사적 정보에 함부로 접근하지 않고, 그가 생전에 남긴 약속 메모와 공개적으로 확인된 장소부터 대조했다. 그리고 숨겨져 있던 사실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정도현이 죽기 전 약속한 ‘최종 보관자’는 사람이 아니었다. 약속 장소는 폐업한 은행의 오래된 금고 보관실이었다. 그러나 그 보관실은 십 년 전과 달리 지금도 계약상 운영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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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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