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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34화
PAYLUA ORIGINAL · 제34화

34화. 영수증에 없는 노동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3,580자

오프라인 책장
익일금융은 실제로 존재하는 회사였다. 검색하면 화려한 홈페이지가 먼저 나왔다. ‘더 빠른 정산, 더 정확한 내일.’ 로고 옆에는 온갖 금융기관과 연결된 듯한 문구가 붙어 있었다. 하지만 제휴 문구가 곧 공식 보증을 뜻하지는 않았다. 서윤은 사업자 등록사항과 공시 자료부터 확인했다. 명칭이 비슷한 회사가 두 군데였고, 그중 하나만이 2016년 한빛자산신탁의 시스템 용역을 인수한 이력이 있었다. “예고 화면이 여기서 만들어졌다는 직접 증거는 없어요.” 그녀가 말했다. “그런데 2016년 시스템 사용권을 사들인 건 맞습니다.” “그러면 저 회사가 사람들 내일을 전부 아는 겁니까?” 준성이 물었다. “그런 말은 아직 못 하죠.” 세린이 서류를 넘겼다. “다만 과거 지급 기록을 갖고 있는 회사라면 질문할 수는 있습니다. 근로자에게 지급했다는 돈의 근거가 무엇인지.” 민석은 류지안이 보낸 명세서에 표시된 사십팔만 원을 바라봤다. 원장은 그 금액의 열 배를 그녀의 위치를 알아내는 대가로 제시했다. “왜 하필 열 배죠?” 기태가 컴퓨터에 과거 지급 코드 표를 띄웠다. 회사가 제출한 자료가 아니라 당시 보관된 계약 조항의 사본이었다. 서명과 실제 지급 여부는 아직 대조되지 않았다. [지급 실패 시 대체 검증 비용: 원금의 10배까지 산정 가능] “검증 비용을 돈으로 매겼던 거군요.” 민석이 말했다. “가능성은 있습니다.” 기태가 대답했다. “하지만 이 조항이 현재도 적용된다고 볼 근거는 없어요.” 세린은 원본 대조를 위해 별도의 공문을 준비했다. 민석 개인이 류지안의 대리인인 척 자료를 요구하지 않았다. 본인의 요청과 위임이 필요한 부분은 분리했고, 다른 노동자들의 자료는 동의받은 범위에서만 검토하기로 했다. 기태가 들고 온 오래된 회계 프로그램 설명서는 예상보다 낡아 있었다. 2015년에 인쇄된 책자에는 ‘미결 거래를 다음 영업일로 이월’이라는 기능이 있었다. 민석은 문장을 읽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원래는 평범한 회계 프로그램 기능이었군요.” “미지급금을 사라지지 않게 남겨 두는 건 필요한 일이죠. 문제가 되는 건 이월된 금액을 지급 완료로 간주하는 순간입니다.” 기태는 종이 위에 네 개의 칸을 그렸다. 지급 예정, 실제 송금, 수취 확인, 미확인. 원장이 보여 준 미래 잔액은 첫 칸과 네 번째 칸을 뒤섞어 버린 것처럼 보였다. 민석은 자신이 처음 받은 숫자를 떠올렸다. 사만 팔천 원의 택시비부터 백억 원까지. 그날의 대화가 수없이 머릿속에서 반복됐다. “이 설명으로 모든 걸 이해했다고 생각하면 또 속겠죠.” “맞아요. 어떤 미래 예고는 다음 날 진짜 맞았습니다. 누가 미리 거래를 계획했을 수도 있고, 특정 사람의 행동을 유도했을 수도 있습니다. 아직 모두 밝혀지지 않았어요.” 서윤은 세린의 사무실 바닥에 늘어선 도표를 촬영했다. 기사에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확인한 범위와 가설을 구별하기 위해서였다. “이 도표를 보고 있으면 사람들이 왜 속는지 알 것 같아요. ‘예정’이라는 말은 너무 쉽게 ‘확정’처럼 들리니까요.” 민석은 구겨진 영수증을 폈다. “그리고 확정이라는 말도, 누구 입에서 나왔는지 봐야 하고요.” 그는 계산기를 두드렸다. 사십팔만 원의 열 배가 사백팔십만 원이 되고, 미확인 급여 총액은 이천팔백칠십사만 원. 반복되는 배수는 우연일 수 있지만 사업의 가격을 정하는 사람이 어떤 숫자를 보고 있는지 짐작하게 했다. 그날 저녁 류지안이 자료를 보내기 전, 그는 이 도표를 봉투에 넣었다. 남의 돈을 돌려받는 일도 결국은 누구에게 무엇을 확인했는지 한 줄씩 쓰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여섯 시. 류지안에게서 직접 연락이 왔다. 목소리는 조용하고 조금 쉰 듯했다. “강민석 씨입니까?” “예.” “제가 먼저 전화를 드린 겁니다. 위치를 추적해서 찾은 건 아니겠죠?” “아닙니다. 서윤 기자님을 통해 연락 가능한 번호만 받았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저는 그때 그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기록 정리 업무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알고 계신 게 아니에요. 남기철 아저씨한테 들은 거겠죠.” 민석은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틀리지 않았다. “맞습니다. 직접 확인한 건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별로 없더군요.” 류지안은 십 년 전 일을 천천히 설명했다. 그녀는 원장을 만드는 개발자도 투자자도 아니었다. 스캔본에 붙은 순번을 실제 종이 원본과 맞추는 아르바이트생이었다. 어느 날 같은 계약서에 서로 다른 사람의 서명이 복사된 것을 발견했다. 이상하다고 보고했더니 ‘시스템 테스트이니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테스트라면 왜 사람들이 돈을 내야 하죠?” 그녀가 물었다. “제가 그걸 물었어요.” 그날 21시 7분, 류지안은 B-07의 안쪽 잠금쇠를 걸었다. 문을 부수거나 다른 사람을 가둔 것은 아니었다. 원본 서류 상자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지키려 했다. 바깥의 비상통로는 열려 있었다. “정도현 씨가 오기 전까지 기다리겠다고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문을 열라면서 급여를 주지 않겠다고 했고요.” 민석이 물었다. “도현 씨에게 상자를 주셨습니까?” “상자 하나는 줬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거기 없었어요.” “무슨 뜻입니까?” 류지안이 아주 작게 웃었다. “누군가 원본을 다 가져가더라도 남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이름이 아니라 결제되지 않은 항목만 따로 적었습니다.” “그 목록이 지금도 있습니까?”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보자마자 당신이 흥분해서 누군가를 고발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돈이 사라졌다는 것과 누가 훔쳤다는 건 다른 이야기니까.” 그 말이 끝나고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 노트의 첫 페이지였다. ‘지급되었다고 기록된 급여 중 은행 거래를 확인하지 못한 항목: 52건.’ 명단이 아니라 항목 수였다. 개인정보는 보이지 않았다. 가운데에는 두꺼운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총 대조 필요 금액: 28,740,000원] 민석은 숫자를 두 번 확인했다. 이천팔백칠십사만 원. 백억이나 일조 원에 비하면 우스울 만큼 작은 숫자였다. “이 금액 때문에 십 년 동안 숨으셨습니까?” “그 돈 때문만은 아니죠.” 류지안이 말했다. “제가 그날 상자를 지켰다는 걸 알아낸 사람들이, 저에게 모든 지급 기록이 맞다고 진술해 달라고 했으니까요.” “거절하셨습니까?” “네.” “그래서 000이 된 겁니까?” “아니요.” 잠깐의 침묵. “000은 제가 정한 번호가 아닙니다. 제가 어떤 명단에도 없다고 표시하기 위해, 누군가 붙여 놓은 빈칸이에요.” 민석은 수첩에 그 문장을 적었다. 그때 기태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왔다. “민석 씨, 익일금융이 오늘 오후에 새로운 상품 등록 절차를 시작했어요.” “무슨 상품인데요?” “확인되지 않은 미래 급여를 담보로, 오늘 현금을 먼저 지급한다는 서비스요.” 류지안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렸다. “그러면 사람들이 또 받지도 않은 돈을 받았다고 쓰게 되겠네요.” 민석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내려다봤다. 화면에는 아주 작은 문장이 나타났다. [익일 지급 서비스 시범 참가자 모집] [첫날 목표: 10,000명] 십 년 전 사십팔만 원을 떼인 한 사람의 기록이, 만 명의 내일로 번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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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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