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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33화
PAYLUA ORIGINAL · 제33화

33화. 사백팔십만 원짜리 이름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3,201자

오프라인 책장
류지안의 이름이 나온 지 네 시간 만에, 민석의 회사 전화로 연락이 왔다. 발신자는 ‘미래자산 보호 협의회’라는 단체의 상담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강민석 고객님, 미수령 보상금 사백팔십만 원 건으로 연락드렸습니다.” 민석은 회사 회의실 문을 닫았다. 협의회라는 이름부터 처음 듣는 곳이었다. “어떤 보상금입니까?” “과거 연구 참여 피해 확인 지원금입니다. 소재지를 알려 주시면 우선 지급됩니다.” “소재지 정보가 왜 필요합니까?” 상담원은 잠시 멈췄다. “수급자 본인 확인을 위해서입니다.” “본인 확인이라면 당사자에게 연락하면 되잖아요. 왜 저한테 묻습니까?” 다시 침묵이 흘렀다. 마치 상대가 대본에서 다른 줄을 찾는 것 같았다. “대상자가 연락을 받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확인 주체와 근거를 알려 주세요. 제보자의 개인정보를 제삼자에게 넘기지 않겠습니다.” 통화는 일방적으로 끝났다. 민석은 끊긴 수화기를 바라봤다. 회사에서는 정산표 마감이 한창이었다. 동료가 문을 두드렸다. “강 대리, 오전 자료 다 됐어? 오늘따라 왜 이렇게 심각해?” “죄송합니다. 십 분 안에 넘기겠습니다.” 민석은 노트북을 열고 다시 숫자를 맞췄다. 야근 수당 계산의 빈칸이 평소와 달리 눈에 들어왔다. 그는 상사에게 질문을 남겼다. 근무표와 지급표 사이의 차액은 왜 발생했는지. 상사는 귀찮아했지만 숫자를 다시 확인하겠다고 했다. ‘예전 같으면 그냥 넘겼겠지.’ 그는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웃었다. 십 년을 거슬러 가는 정산에 휘말렸지만, 정작 자기 손이 닿는 곳부터 고칠 수 있었다. 점심 직전, 민석에게 사내 메신저 알림이 왔다. 인사 담당자가 보낸 것이었다. '어제 문의하신 수당 합계 확인했습니다. 근무일 입력 방식이 달라 일부 금액이 누락돼 있었습니다. 당사자별로 다시 정산하겠습니다.' 민석은 한참 그 메시지를 들여다봤다. 거대한 원장과 관련 없는 평범한 회사의 계산 오류였다. 그런데 작은 질문 하나로 누군가의 돈이 되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졌다. 인사 담당자는 곧 전화를 걸었다. “강 대리, 혹시 누가 제보했어요? 요즘 회사 수당 문제로 말이 많아서.” “아뇨. 제가 계산표를 보다가 합계가 달라서 문의드렸어요.” “이런 일은 오해가 생기기 쉬우니 나중엔 먼저 저한테 직접 말씀해 주세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민석은 누가 얼마를 돌려받는지 알려 달라고 하지 않았다. 자신이 오류를 발견했다는 이유로 동료들의 개인 급여를 열람할 권리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오후가 되자 낯선 문자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숨은 정산금 조회’ ‘무료 신원 보호 신청’ 같은 문구가 줄을 이었다. 누군가는 기자의 기사 링크에 광고용 단축주소를 덧붙여 뿌리고 있었다. 민석은 그중 하나를 지우려다 멈췄다. 사람들은 실제로 도움을 찾다가 저런 링크를 누를 것이다. 그는 공식 기관 확인 방법이 적힌 서윤의 안내문을 가족 단체 대화방에 보냈다. 어머니가 곧 답했다. '민석아, 돈 준다는 문자만 보면 이제 네 생각 난다. 좋게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네.' 민석은 웃었다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제 생각하지 마시고 그냥 누르지 마세요.' 어머니는 엄지손가락 그림 하나를 보냈다. 한순간 그는 그 작은 그림이 화면 가득 뜨는 천억 원보다 더 마음을 놓이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후 두 시, 서윤이 전화를 걸었다. “방금 협의회라는 곳을 확인했어요. 공식 피해지원기관은 아닙니다. 며칠 전에 만들어진 민간 홍보 페이지가 있어요. 등록된 주소로 가 봤더니 공유 사무실이었고요.” “류지안이라는 이름을 알고 있더군요.” “당신이 검색하거나 전화를 걸었던 정보가 새었을 가능성도 있어요. 하지만 정확한 경로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둘은 섣부른 추측을 기사에 쓰지 않기로 했다. 서윤은 대신 류지안에게 전달할 공개 요청문을 제안했다. 이름도 얼굴도 언급하지 않고, 2016년 한빛자산신탁 문서 보관 업무를 한 사람 중 근로기록을 보유한 이가 있다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연락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연락하지 않을 자유도 써 주세요.” 민석이 말했다. “그건 당연하죠.” 그날 저녁, 공개된 취재 이메일로 파일 하나가 들어왔다. 발신자 이름은 없었다. 압축 파일도 실행 파일도 아닌, 사진 두 장과 짧은 글이었다. '저를 찾으려고 사백팔십만 원을 주겠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돈은 제게 줄 보상금이 아닙니다. 그들이 원본 상자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붙인 값입니다.' 민석은 화면을 보고 등을 곧게 폈다. 두 번째 문장은 더 짧았다. '제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날 받은 적 없는 급여가 아직 장부에 지급 완료로 남아 있다면, 그건 바로잡고 싶습니다.' 서윤은 사진을 열었다. 첫 번째는 2016년 급여명세서였다. 이름과 주소는 가려져 있었지만 항목은 선명했다. ‘야간 문서 원본 정리 수당: 480,000원’. 입금 표시가 있었으나 실제 거래번호는 공란이었다. 두 번째 사진은 건물 복도에 찍힌 그림자였다. 유리문에 반사된 사람 하나가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오른손에는 흰 붕대가 감겨 있었다. “이건 단서지 신원 확인은 아니에요.” 서윤이 말했다. 민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공개 요청문을 보고 연락한 당사자가 맞다면,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먼저 물어야 한다. 그는 서윤을 통해 답장을 보냈다. '위치나 실명을 요구하지 않겠습니다. 확인을 원하는 임금 내역과, 연락 가능한 범위를 직접 정해 주세요.' 한 시간이 지나서 답장이 왔다. '당사자 본인만 열람할 수 있는 원본 대조를 원합니다. 당신이 대신 찾아서는 안 됩니다.' 민석은 짧게 회신했다. '알겠습니다.' 그때 책상 위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내일의 잔액 예고: +4,800,000원] [정보 제공 대상 공개] [수신자: 익일금융 데이터사업본부] 익일금융. 민석은 그 이름을 처음 들었다. 하지만 조금 전 협의회가 자기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이제 더 불길하게 느껴졌다. 기태가 보내 온 메시지가 겹쳐 떴다. '익일금융, 2036년 보고서에 나온 장부 운영사의 현재 계열회사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직 확인 중.' 민석은 남기철의 얼굴을 떠올렸다. 열 해 전 네 시간의 야간수당을 받지 못한 사람. 오른손에 붕대를 감은 채 원본을 지킨 사람. 그들의 이름을 값으로 바꾸려는 장부는 형태만 달라졌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화면 바깥에서도 누군가 그 값을 실제 돈으로 바꾸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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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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