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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21화
PAYLUA ORIGINAL · 제21화

21화. 자정의 무료 체험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4,595자

오프라인 책장
밤 열한 시 십칠 분. 강민석은 버스에서 내리지도 못한 채 서윤의 목소리를 들었다. “제보가 열아홉 건으로 늘었어요. 문제는 스크린샷이 전부 조금씩 다르다는 거예요.” “은행이 다른데 화면은 같다는 말 아니었습니까?” “예. 검은 바탕, 흰 숫자, ‘내일의 잔액’이라는 문구까지요. 그런데 어떤 사람은 선입금으로, 어떤 사람은 보너스로, 어떤 사람은 빚 탕감이라고 표시돼요.” 민석은 차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사람마다 가장 눌러 보고 싶은 단어가 다르다. 원장은 그 차이를 알고 있었다. “아직 실제로 돈이 들어온 사람도 있습니까?” “확인된 건 없어요. 제보 중 열한 건은 일반 은행 앱이 아니라 문자 링크를 열면서 나타난 화면이에요. 나머지는 휴대전화 알림 위에 겹쳐진 창이라고 합니다.” 민석은 그제야 어깨의 힘을 조금 풀었다. 원장은 사람을 겁주거나 유혹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화면이 계좌는 아니었다. 그 차이를 잊으면 십 년 전의 실수를 다시 반복할지도 몰랐다. “당장 제보자에게 알려 주세요. 누르지 말고, 별도의 공식 은행 앱에서 거래 내역을 확인하라고요. 링크도 전달하지 말고요.” “이미 정리 중이에요. 그런데 모두에게 같은 말을 전달할 방법은 없잖아요.” 민석은 대답하지 못했다. 구백만 명에게 알림이 뜰 수도 있다는 상상보다, 지금 화면을 보고 있을 어느 한 사람의 손가락이 더 생생하게 떠올랐다. 민석은 집 앞 횡단보도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다. 회사 단체 대화방에 올라온 알림 때문이었다. 같은 부서의 최 과장이 ‘내일 특별 성과금 안내’라는 화면을 캡처해 올렸다. 그는 평소 성과급에 가장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딸 학원비보다 퇴근 후 축구 동호회 시간이 더 중요하다며 웃는 사람이었다. '누가 이런 거 보냈나? 회삿돈 진짜면 일부터 줄여 줘라.' 동료들은 웃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그러나 민석은 캡처 아래 작은 글자를 보았다. [본인 확인 누락 시 금액 소멸]. 일부러 당장의 손실을 걱정하게 만드는 문구였다. 민석은 회사 방에 추측을 쓰지 않았다. 대신 과장에게 개인 메시지를 보냈다. ‘공식 인사 공지에 없는 화면 같아요. 링크 열지 마시고 인사팀에 확인 부탁드립니다.’ 과장의 답은 빨랐다. ‘인사팀에서 그런 성과급 없다는데? 너는 왜 그걸 미리 알았냐?’ 민석은 ‘비슷한 제보를 확인 중입니다’라고만 답했다. 특별한 능력을 얻었다는 말을 직장 동료에게 털어놓을 시점은 아니었다. 그 말을 믿게 만들 방법도 없었고, 믿게 만든 뒤 무엇을 요구할지도 알 수 없었다.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는 동안 민석은 사람들의 휴대전화를 힐끔거리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 화면을 들여다본다고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도움을 요청한 사람에게 정확한 확인 방법을 알려 주는 것이 먼저였다. 집 앞 편의점에서는 야간 아르바이트생이 삼각김밥을 정리하고 있었다. 스무 살쯤 된 남자였다. 갑자기 그가 휴대전화를 들어 보며 웃었다. “와. 취업 축하금? 내가?” 민석의 발이 멎었다. “무슨 축하금이요?” 남자는 낯선 손님을 경계하다가 화면을 내밀었다. [취업 준비 지원금 870,000원. 내일 오전 9시 정산 예정. 지금 확인하기.] 아래에는 녹색 버튼이 있었다. “신청한 적 있습니까?” “아뇨. 근데 이런 건 선착순이라던데요?” “저는 이런 화면을 조사하는 사람입니다. 실제 돈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어요. 은행 고객센터나 공식 앱에서 먼저 확인하세요.”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부터 설명했다. 기자와 변호사와 함께 문제를 확인 중이라는 것도 숨기지 않았다. 남자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저씨, 피싱 같은 거예요?” “피싱인지 다른 문제인지 아직 모릅니다. 다만 버튼 누르지 않는 게 안전해 보여요.” “알겠어요. 어차피 저 아직 취업도 안 했거든요.” 그는 어이없다는 듯 웃다가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았다. 민석은 그에게 아무런 대가도 주지 않았다. ‘내가 백만 원을 받는다면 네가 나를 믿겠느냐’ 같은 제안을 할 수 없는 까닭이었다. 눈앞의 선택을 사고 싶지 않았다. 편의점을 나오자 자신의 원장이 열렸다. [상위 원장 동기화 준비율: 81%] [연결된 운영 원장: 12] [검증 책임자: 강민석] [선택 가능: 즉시 승인 / 동기화 거절] 민석은 씁쓸하게 웃었다. “둘 다 누르기 싫게 생겼네.” 지난 스무 번의 밤 동안 그가 배운 가장 확실한 원칙이 있었다. 보이는 선택지가 전부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 그는 세린에게 화면을 보냈다. 세린은 화면으로 무언가를 승인하지 말고, 별도 기록으로 이의 제기 의사를 남기라고 조언했다. 원장을 실제 금융기관의 시스템이라고 간주해 대응하지도 말라고 했다. 열한 시 사십이 분, 다섯 사람이 화상 회의에 모였다. 민석, 서윤, 준성, 세린, 황기태. 기태는 아파트 경비실에 앉아 있었다. 뒤쪽에서 자동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상위 원장을 멈출 수 있습니까?” 민석이 물었다. “정확히는 저도 모릅니다.” 기태가 대답했다. “하위 원장에서는 당사자 동의를 확인하지 않은 대체 승인을 끊을 수 있었어요. 상위 원장은 열두 운영 원장의 정보를 모읍니다. 하나를 끊어도 다른 곳에서 재전송할 수 있죠.” “그럼 서버 열두 대를 끄면 돼요?” 준성이 물었다. “서버라는 말부터 조심해야 해요. 우리가 보는 건 화면뿐이에요. 어디서 계산하는지도 모릅니다.” 서윤이 묻는다. “피해자가 직접 거절하면 어떻게 됩니까?” 기태는 작은 수첩을 펼쳤다. 그 수첩에는 누군가의 전화번호 대신 표와 화살표가 빽빽했다. “거절은 한 사람의 기록이 되지만, 원장은 거절하지 않은 사람을 ‘침묵 중’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그 침묵을 동의로 바꿔 기록하는 게 핵심 위험이에요.” “침묵은 동의가 아니죠.” 세린이 말했다. “현실에서는 그렇습니다. 저 안에서는 다르게 계산합니다.” 민석이 물었다. “그럼 제게 주어진 두 버튼 사이에 세 번째 답을 넣을 수 있습니까?” 기태가 잠시 멈췄다. “당신은 설계 검증 책임자예요. 선택 버튼을 늘릴 수는 없어도, 동기화에 필요한 검증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의견은 제출할 수 있습니다.” “그게 작동한다는 증거는요?” “아직 없습니다.” 민석은 오히려 그 답이 믿음직했다. 누군가 원장을 전부 이해한다고 말할 때마다 더 큰 사고가 일어났으니까. 그는 팀원들과 하나씩 확인했다. 제보자가 동의 없이 촬영물을 공개하지 않도록 할 것. 운영자 화면과 공식 계좌를 구분할 것. 스크린샷의 시각과 기종, 전송 경로를 기록할 것. 그리고 세린이 보존한 이의 제기 문서에는 실제 은행이나 당사자의 법적 동의로 오해될 표현을 쓰지 않을 것. 열한 시 오십팔 분. 회의가 길어지자 민석의 휴대전화 배터리가 12퍼센트로 떨어졌다. 충전기를 꽂으려고 방으로 들어가는데 갑자기 원장 창이 화면 위에 겹쳐졌다. 잠금 화면에서도 나가지 않았다. “이거 휴대전화 문제일 수도 있습니까?” 기태가 단호하게 대답하지 않았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죠. 운영 체제에서 비정상적인 권한을 얻은 프로그램일 수도 있고, 우리가 설명하지 못하는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 보이는 모습만으로 어느 쪽인지 단정하지 맙시다.” 서윤이 동의했다. “기술적인 원인을 모른다고 해서 사람에게 일어나지 않은 일을 일어났다고 쓸 수는 없어요.” 민석은 오래된 보조 휴대전화를 꺼냈다. 그 기기에는 원장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신형 휴대전화 안에만 원장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지도 않았다. 그는 둘을 나란히 놓고 알림이 나타나는 시각을 촬영했다. 준성이 말했다. “이럴 때는 그냥 전원을 끄면 해결되지 않을까?” “전원을 꺼도 다른 사람이 승인했다는 기록을 만들 수 있다면 의미 없겠지.” 민석이 답했다. “그럼 왜 촬영해?” “적어도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지는 남겨 두려고.” 준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십 년 전에도 민석이 같은 식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누가 옳은지 주장하기 전에 자신이 본 것을 기록하던 사람. [동기화 준비율: 99%] 준성의 얼굴이 굳었다. “민석아, 버튼 두 개가 없어졌어.” 민석의 화면도 같았다. 남은 것은 검은색 입력창 하나였다. [검증 책임자 의견 입력: 최대 120자] 민석은 키보드를 띄웠다. 길게 쓸 수 없었다. 그는 머릿속에서 복잡한 설명을 지웠다. '대상자의 개별적이고 확인 가능한 동의가 없다. 예상 잔액과 실제 채무를 동일시할 수 없다. 전송과 대체 승인에 이의 제기한다.' 전송한 순간, 화면이 하얘졌다. [검증 조건 충족 여부 재계산] [동기화 예상 지연: 00:03:00] 고작 삼 분. 서윤이 말했다. “그래도 막았어요. 적어도 지금은.” 민석은 시계를 보았다. 자정까지 십육 초가 남아 있었다. 그때 편의점의 아르바이트생에게 문자가 왔다. 아까 그가 자신의 연락처를 적어 달라고 했던 것이다. '아저씨. 안 눌렀는데도 승인했다고 떠요.' 곧 이어 사진이 도착했다. [취업 준비 지원금 수령 의사: 확인됨] [승인자: 강민석] 민석은 말없이 화면을 확대했다. 자신의 이름이었다. 또다시. 하지만 그 아래에 처음 보는 문구가 하나 더 있었다. [승인 근거: 2036년의 동의] 열한 시 오십구 분 오십구 초. 민석은 자정이 오기 전에 깨달았다. 원장은 오늘의 침묵만 훔치는 것이 아니었다. 아직 살아보지도 않은 십 년 뒤의 동의를 끌어다 쓰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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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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