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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193화
PAYLUA ORIGINAL · 제193화

193화. 돈보다 빠른 기록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2,058자

오프라인 책장
2월 21일 일요일 오전 아홉 시. 김예린은 휴일의 연구실에 혼자 있었다. 오래된 형광등 하나가 미세하게 윙윙거렸다. 그녀는 책상에 두 개의 시계 화면을 띄웠다. 하나는 2027년 은행 거래 시각, 다른 하나는 검은 원장의 예고 생성 시각이었다. 두 시각의 간격을 기록하며 밤새 자신이 세운 가설을 버리고 있었다. “미래를 보는 기계는 만들지 않았어요.” 서윤과 영상 통화가 연결되자 예린이 먼저 한 말이었다. “하지만 미래처럼 보이게 하는 기계는 만들 수 있죠.” 예린은 업무 흐름을 종이에 그렸다. 기업이나 기관은 지급 예정 자료를 먼저 만들고, 검증과 승인에 따라 실제 송금 지시를 보낸다. 내부 테스트 자료를 잘못 연결하면 지급이 발생하기도 전에 ‘내일의 입금’이라는 값이 사용자에게 보일 수 있었다. 다만 그것만으로 금액과 시각을 정확히 맞힌 여러 사건이 모두 설명되지는 않았다. “예측만 한 게 아니라, 누군가 예정값에 맞춰 지급 요청을 조정했을 수도 있어요. 둘을 구분해야 해요.” 민석은 이제 그 차이를 이해했다. 앞서 예고된 1원이나 31,200원은 복잡한 시장의 미래가 아니라, 미리 적힌 송금 지시와 그것을 실행한 사람의 손끝에서 생겨난 것일 수 있었다. “그럼 제가 처음에 번 돈은요?” “그건 거래별로 다시 봐야죠. 모형이 시장을 맞힌 구간도 있을 수 있고, 이미 일정이 공개되지 않은 지급 예정 자료를 읽었을 수도 있고요.” 민석은 한때 작은 수익을 올릴 때마다 자신이 특별해졌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그때의 들뜬 마음이 누군가의 화면 밖에서 정해졌을 가능성이 마음에 걸렸다. 오전 열한 시, 그는 2016년 수첩의 가장 뒤쪽을 다시 넘겼다. 예전에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한 네모 안에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 ‘미확인.’ 그 옆에는 짧은 문장이 있었다. ‘접수한 것은 받았다는 뜻이 아님.’ 손글씨는 분명 그의 것이었다. 당시 그는 누군가를 위해 원본을 붙잡아 둔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책임을 피하려고 그 말을 적은 사람이었을까. 기억은 불완전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기억을 증거처럼 쓰지 않기로 했다. 오후, 이하은과 오연희가 각자의 자료에 대해 열람·복사 허용 범위를 정했다. 민석은 하은의 자료를 모두 받고 싶었지만, 요청하지 않은 부분은 받지 않았다. 오연희가 말했다. “우리가 기록을 되찾는다고 해서 그 기록이 당신 것이 되는 건 아니에요.” “알고 있습니다.” “진짜 안다면 충분해요. 전부 설명해 줄 필요도 없죠.” 오연희의 말은 단호했고, 그 때문에 민석은 조금 편해졌다. 그날 저녁, 도담보관정산이 보존 범위 확인을 위한 실무 자료를 송부했다. 계약상 공개 가능한 부분만 가린 문서였지만, 예린은 한 줄에서 시선을 멈췄다. [예정 지급 캐시 → 사용자별 시나리오 뷰] 시나리오 뷰. 검은 원장의 형태와 같은 표현이었다. 그 아래에는 더 낯익은 항목이 있었다. [미확인 서명 대체 시 M36 경고 문구 동봉] 2016년의 경고 기능이 사라진 게 아니었다. 경고문이 데이터를 막지 못하더라도, 오류를 알려 주는 목소리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 목소리를 ‘2036년의 메시지’라는 상품처럼 포장했다. 예린은 제어 기능의 초기 설계 문서를 꺼냈다. 초안에는 ‘운영 시스템으로의 자동 배포 금지’라는 문장이 선명했다. 2018년에 수정된 부속 문서는 그 금지 문구를 ‘승인된 시험 환경에 한정’으로 바꿨다. ‘승인된’이라는 말을 누가 정의했는지는 별도 문서로 빠져 있었다. “문장을 한 단어만 바꿔도 문이 열리네요.” 서윤이 말했다. “그리고 문을 연 사람은 자기 지문을 남기지 않았죠.” 예린이 답했다. 민석은 검은 원장에서 마지막으로 나타난 예고를 확인했다. [내일 14:30 / 제공 예정: 최초 운영 계약 부속서] [제공자: 임도훈] 임도훈이 월요일 회의에 계약서를 들고 나온다는 예고였다. 그러나 그 파일은 어제 접수된 공식 회의 일정에 이미 있었다. 민석은 피식 웃었다. 검은 원장이 다음 날을 안다고 자랑한 정보가 사실은 남들이 공개하지 않은 오늘의 일정이었다. 그 순간 한 가지 질문이 남았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누가 나에게 그 화면을 보여 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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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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