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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191화
PAYLUA ORIGINAL · 제191화

191화. 삭제 예정인 내일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2,523자

오프라인 책장
2월 20일 토요일 오전 여섯 시 십 분. 강민석은 알람보다 먼저 눈을 떴다. 창밖은 아직 어두웠다. 침대 위에 올려놓은 휴대전화는 밤새 한 번도 울리지 않았는데, 그는 세 번이나 화면을 확인했다. 은행 앱의 잔액은 어젯밤과 같았다. 검은 원장은 달랐다. [예상 거래 일괄 취소: 414건] [실행 예정: 09:17] [요청자: 강민석] [서명 검증: 준비 중] ‘요청자’라는 단어가 가장 불쾌했다. 민석은 요청한 적이 없었다. 그것이야말로 십 년 넘게 누군가가 반복해 온 수법이었다. 사람의 이름을 먼저 적고, 그 사람이 진짜 무슨 말을 했는지는 나중에 지우는 것. 세린과의 통화는 새벽 여섯 시 삼십 분에 시작됐다. 장옥희가 관리하는 원본 보존 담당자, 최유나, 김예린, 정다연도 각각 허락한 범위 안에서 연락망에 들어왔다. 세린은 통화 첫머리에 같은 말을 두 번 했다. “경고문은 아직 실제 취소의 증거가 아닙니다. 은행과 정산 기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하지만 내 이름으로 요청이 나간다잖아요.”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합니다. 화면만 보고 당신이 취소했다는 주장을 먼저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세린은 민석 명의의 요청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서면을 작성했다. 수신자는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세 곳의 기관이었다. 공휴일과 주말에는 접수·반영 시각이 다를 수 있다는 표시도 붙였다. 단순히 ‘취소하지 말라’는 요구는 하지 않았다. 개별 수취인의 정상적인 지급 권리까지 막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요청한 것은 세 가지였다. 신원 검증, 원자료 보존, 그리고 일괄 취소와 각자의 개별 의사 사이를 구별하는 임시 조치. 오전 일곱 시 오십오 분. 민석은 서윤을 만났다. 편집국 건물 앞 벤치에는 밤새 내린 이슬이 남아 있었다. 서윤은 보온병을 건넸다. “오늘 기사는 안 씁니다. 아직 실제 일인지 모르니까요.” “기자가 취재보다 먼저 기사를 포기하네요.” “기사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예상 기사로 쓰지 않겠다는 거죠.” 민석은 종이컵을 두 손으로 감쌌다. 따뜻한 차가 입술에 닿았다. 휴대전화에는 검은 원장이 보낸 알림이 또 떴다. [확인 버튼을 누르면 414건의 충돌이 해소됩니다.] 버튼 아래에는 ‘동의함’과 ‘나중에’가 있었다. 그는 어느 것도 누르지 않았다. 화면을 보존했고, 화면을 띄운 앱의 버전과 표시 시각까지 함께 기록했다. 김예린은 원장에 버튼이 있다고 해서 외부 시스템의 권한도 그 버튼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누군가 누른 화면을 만들어서 외부로 전달할 수는 있죠.” 그 말에 민석은 처음으로 자기 손가락이 무서워졌다. 오전 여덟 시 사십 분, 최유나가 긴급 비교 자료를 보내 왔다. 414건의 표시는 단일 은행 거래 목록이 아니었다. 아직 실행되지 않은 예정 지급 263건, 수령 사실 확인을 기다리는 기록 96건, 이미 분쟁으로 보류된 55건이 하나의 화면에 합쳐져 있었다. 더해야 414였다. 서로 상태가 다른 자료를 한꺼번에 ‘취소 가능’으로 묶은 근거가 드러나지 않았다. “한 번에 없애면 안 되는 것들이네요.” 민석이 중얼거렸다. “없어질 수 없는 기록도 있어요.” 유나가 말했다. “하지만 이걸 바탕으로 후속 업무가 진행되면 사람들이 돈을 받지 못하거나, 받지 않았는데 받았다고 인정한 것처럼 취급될 수 있어요.” 오전 아홉 시 육 분, 세린은 이의신청 접수번호를 읽어 주었다. 제출 기록이 남았다는 사실과 담당자가 처리했다는 사실은 별개였다. 아무도 안심하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9시 16분 58초. 민석의 화면에서 초가 거꾸로 흘렀다. 노란 원이 붉게 변했다. 서윤은 그의 손목을 보았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9시 17분. [일괄 취소 처리: 완료] [승인자: 강민석] 민석은 숨을 멈췄다. 그 순간 유나의 업무 화면에는 다른 표시가 나타났다. [일괄 처리 요청: 검증 대기] [외부 전달: 제한] “끝난 거 아니에요.” 유나가 말했다. “원장이 완료라고 썼을 뿐이에요.” 세린에게는 세 번째 알림이 도착했다. 한 기관은 요청의 적법성을 확인 중이었고 다른 한 기관은 서류 보존을 접수했다. 마지막 기관은 아직 아무 답도 없었다. 세린이 말했다. “가장 위험한 건 이 표시가 진짜 완료처럼 복제되는 겁니다.” 민석은 검은 원장의 ‘승인자’ 칸을 오래 바라봤다. 화면에 자신의 이름이 있다고 해서 자신이 한 일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누군가 그 이름을 믿고 다른 일을 시작하면 거짓은 현실을 바꾼다. 정오가 조금 지났을 때, 장옥희에게서 연락이 왔다. “2016년 원본이 움직인 기록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서류가 아니라, 그 서류의 사본으로 만든 처리 규칙이 반출됐어요.” “어디로요?” “도담보관정산의 외주 운영 창구입니다. 그리고 그 창구의 2027년 담당자 계정이 오늘 새벽에도 접속했습니다.” 옥희가 읽어 준 계정 표시에는 낯익은 글자가 있었다. [운영자 별칭: 임도훈 / 권한 재인증 02:19] 십 년 전에 이하은에게 ‘어차피 완료로 올라간다’고 말했던 명함의 흐릿한 이름. 그의 그림자가 지금의 원장까지 이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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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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