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19화
PAYLUA ORIGINAL · 제19화

19화. 영 원의 의결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5,681자

오프라인 책장
관리인 4번을 자처한 남자는 서윤의 취재실에 앉아 있었다. 회색 정장을 입지 않았고, 손목에도 은색 시계가 없었다. 평범한 파란색 점퍼를 입은 중년 남자였다. 그는 자신을 황기태라고 소개했다. “제가 해 줄 수 있는 건 원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하는 일뿐입니다.” “그러면 신분부터 확인해야겠네요.” 오세린이 말했다. 기태는 명함과 과거 연구 협력 계약서를 내놓았다. 신분증과 서류의 표면 정보가 일치했다. 그렇다고 그가 원장의 관리인이라는 말까지 확인된 것은 아니었다. 서윤은 그 점을 처음부터 분명히 했다. “관리인 4번이라는 호칭을 증명할 수 있습니까?” 기태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테이블에 올렸다. 화면에는 민석의 원장과 비슷한 검은 창이 떠 있었다. 다만 잔액 대신 '검증 요청' 목록이 있었다. [담당자 04] [미처리 원본 대조: 414건] 민석은 화면을 오래 바라봤다. “그럼 왜 지금 나타났습니까?” “원장의 운영자가 작성자의 제한을 해제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작성자가 누구죠?” 기태는 답을 미뤘다. 대신 검증 절차의 역사를 설명했다. 초기 원장은 미래에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지급 청구를 미리 분류해 위험을 알려 주는 연구용 장부였다. 원래 설계에서는 당사자의 명시적 동의 없이 어떤 청구도 확정할 수 없었다. 그런데 서문재가 그 빈칸을 '예측 결과에 대한 묵시적 동의'로 바꾸었다고 했다. “그럼 413명이 왜 잡혔습니까?” 민석이 물었다. “실제 계약자, 참고인, 채권자의 가족, 심지어 단지 기록에 등장한 사람이 섞여 있습니다. 원장은 그들의 선택을 모두 거래 가능성으로 계산했습니다.” “그게 일조 원이군요.” “최대 노출액입니다. 현실의 확정된 채무 합계가 아니에요. 일부는 같은 원본의 중복 위험이고 일부는 실제 권리인데도 지급 전에 소멸된 것처럼 처리됐습니다.” 서윤이 물었다. “그걸 왜 이제 와서 알려 주나요?” 기태는 대답을 고르듯 눈을 감았다. “저도 그 시스템을 안전장치라고 믿었습니다. 십 년 전 누가 중단하자고 했을 때는 너무 과민하다고 생각했죠. 지금은 그때 그 말을 들었어야 했다는 걸 압니다.” 준성이 한숨을 쉬었다. “윤 교수님 말씀이었겠지.” “맞습니다. 그리고 강민석 씨의 제안도요.” 민석은 놀라지 않았다. 이미 자신이 초기 설계 검증 책임자였다는 기록을 봤기 때문이다. 알고 싶은 것은 죄책감의 주인이 아니라 지금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 “변경 신청을 어떻게 막습니까?” 기태는 규칙 변경 화면 아래 숨은 항목을 가리켰다. ‘승인권 분리 이의 제기’. 이 기능은 대표 승인자가 단독으로 계약을 바꾸는 것을 금지하고, 모든 미확정 청구를 개별 증빙 대조 상태로 되돌리는 제안이었다. “여기 누르면 일조 원이 사라집니까?” 민석이 물었다. “아니요. 금액은 남습니다. 원장의 예고가 강제 이행의 근거로 바뀌지 못하게 할 뿐입니다.” “그럼 확인된 채권은요?” “그대로 보존됩니다. 다른 기관의 합법적인 지급, 추심, 분쟁 절차에도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민석은 세린을 바라봤다. 그녀는 문안을 소리 내어 읽었고, 불분명한 단어마다 기태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이의 제기’가 승인자 변경을 정지하는 것인지, 새로운 서명을 만드는 것인지도 구분했다. “저는 이 조건이라면 기록을 남긴 뒤 신청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제 말이 원장 내부의 결과까지 보증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세린이 말했다. 민석은 동의했다. 신중한 태도가 그들을 여러 차례 지켜 주었다. 저녁 열한 시 삼십팔 분. 남은 시간은 이십일 분이었다. 서윤은 참석자들의 동의를 받은 의견서를 다시 꺼냈다. 열 명이 찬성했고 한 명은 반대, 한 명은 유보했다. 그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기태는 자신이 제시한 절차가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상위 원장이 별도로 존재한다면 하위 원장의 권한을 다시 불러올 수 있었다. 게다가 모든 기록이 정상적으로 보존될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 이걸 누르는 게 의미가 있습니까?” 민석이 물었다. “있습니다. 적어도 누가 무엇에 동의했는지 재검토할 시간을 벌 수 있어요.” “그 시간 동안 다른 피해자가 생기면요?” “그래서 현실의 채권과 지급 절차는 건드리지 않는 조항이 필요합니다.” 세린은 기태에게 몇 가지를 더 물었다. 정산을 보류하면 실제 은행 계좌가 동결되는가. 답은 아니었다. 원장 앱에 나타난 금액과 현실 은행의 채무는 별개의 경로였다. 보류가 원장상 지급 예고를 없애는가. 일부는 변화할 수 있지만, 누구에게도 실물 돈을 갚지 말라는 명령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준성이 문제를 제기했다. “그래도 원장의 경고를 믿고 위험을 피하던 사람들은 손해라고 느낄 수 있어. 위험 예측 자체가 줄어드니까.” “맞아.” 민석이 대답했다. “그래서 돈을 안 받게 만든다고 말하면 안 돼. 계약 강제 실행과 위험 알림은 달라.” 세린은 문장 하나를 덧붙였다. '예측 경고 자체는 별도의 고지 없이 폐기하지 않는다. 다만 그 경고는 계약의 성립이나 변경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태는 잠시 화면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초기 설계에 있던 문장입니다.” 민석은 눈을 감았다. 과거의 자신이 작성했다는 그 문구가 십 년 뒤에야 안전장치로 돌아오고 있었다. “동의하지 않은 사람의 기록은 어떡합니까?” “검증 대기 상태로 남깁니다. 그 사람이 나중에 자기 권리를 주장할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세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중요한 건 급하게 장부를 영으로 지우는 것이 아니었다. 영 원이라고 써도 다른 사람의 권리가 남아 있으면 그 돈은 없어지지 않는다. 민석은 수정된 문안을 다시 읽었다. 자신이 승인 버튼을 누르는 순간이 무서웠다. 하지만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으면 준성에게 승인권이 옮겨지고, 그다음에는 누군가 한 번에 모든 채권을 확정하려 할 수도 있었다. 민석은 마지막 문안을 화면에 적었다. '대표 승인자의 단독 정산 권한을 정지한다. 확정된 현실의 권리는 소멸시키지 않는다. 미확정 청구는 당사자 확인과 증빙 대조가 끝날 때까지 강제 이행하지 않는다.' [예상 손익: 0원] [미확정 채권 보류: 413건] [대표 승인자 권한: 정지] 화면에는 파란색 제출 버튼이 나타났다. 민석은 버튼을 누르기 전에 눈을 감았다. 다른 사람들의 내일을 결정하는 일을 멈추려면 역설적으로 지금 자신이 가진 결정권을 사용해야 했다. “나 혼자 정한 일일까?” 민석이 물었다. 서윤이 말했다. “혼자 책임을 떠안지 않으려고 그동안 물어본 거잖아요. 모두가 동의한 건 아니에요. 그 사실도 남겨야죠.” 세린이 덧붙였다. “당신이 할 일은 법적 권리를 빼앗는 게 아니라 원장이 일방적으로 실행하는 절차에 이의를 제기하는 겁니다.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도, 목적은 분명해야 해요.” 민석은 제출 직전 참석자 의견서의 열두 번째 칸을 다시 봤다. 이름을 남기지 않겠다는 사람의 의견은 익명으로 남아 있었고, 반대한 사람의 취지도 사라지지 않았다. 이 의견서가 사백열세 명을 대표하는 결정은 아니라는 문구도 적혔다. 서윤이 말했다. “이 기록은 기자인 제가 보관하겠습니다. 하지만 기사에 쓰는 범위는 각자의 동의에 따를게요.” 준성은 자신의 오래된 연구 계약서를 책상에 놓았다. “내가 그때 계약 때문에 침묵했어. 오늘은 그 계약이 있었다는 사실도 남기겠어.” 세린이 계약서를 받아 작성 날짜와 사본 출처를 적었다. 그 작은 행동이 민석에게는 중요한 변화처럼 느껴졌다. 자신을 숨기는 대신 누가 어떤 일을 했는지 남기는 것. 원장을 거슬러 올라가는 가장 느리지만 확실한 방법이었다. 기태는 마지막까지 화면을 보며 말했다. “이 작업이 성공하면 관리인 권한도 줄어듭니다. 저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그게 좋겠네요.” 민석이 답했다. “우리가 누구를 믿느냐와 상관없이, 검증 절차는 지켜져야 하니까요.” 시계가 움직였다. 모니터에는 서문재가 예고한 대표 승인자 변경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누구도 미래 앱을 믿고 마음을 놓지 않았다. 휴대전화와 서류를 별도로 보관하고, 시각을 적고, 실제 화면 변화를 함께 확인하기로 했다. 민석은 손가락을 버튼 위에 올렸다. 이 버튼으로 사람의 돈을 받거나 빼앗는 일이 없기를 바랐다. 그래서 자신이 하려는 행동을 마지막으로 소리 내어 읽었다. 권한 정지, 미확정 청구 보류, 기존 권리 보존.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았다. 민석은 제출을 눌렀다. 화면이 멈췄다. 다섯 초, 십 초. 아무 변화가 없었다. 서문재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 '강민석 씨. 모르는 사람들의 미래까지 감당하겠다는 겁니까?' 민석은 답하지 않았다. [대표 승인자 변경: 보류] [미확정 청구 강제 이행: 중단] [권리 대조 작업: 개별 진행] 민석은 눈앞에 떠오른 '0원'을 바로 성공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서윤에게 부탁해 시각을 적게 하고, 자신은 원장에 남은 미확정 기록을 확인했다. 정말로 사백열세 건이 모두 검증 대기 상태인지, 누군가 이미 지급받은 현실의 돈이 사라지지는 않았는지 살펴봤다. “세린 변호사님, 이게 끝난 걸까요?” “이 장부 안에서 어떤 절차가 중지됐는지 확인할 수 있을 뿐입니다. 현실에서 살아 있는 채권은 따로 정리해야 해요.” 세린의 말은 축하 인사 대신 나왔지만 민석에게는 듣기 좋았다. 일조 원이라는 예고가 자신을 겁줄 때 필요한 말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원장 속 숫자와 실제의 돈을 분리해야 한다는 말. 서윤은 윤미정에게 직접 전화하기 전에 시간을 확인했다. 늦은 밤이었다. 그녀는 미정이 긴급한 변경이 생기면 연락해도 좋다고 허락한 범위에서만 통화했다. 미정은 가게 장부를 확인하고 자신에게 알려 준 정산 경고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럼 이제 제가 빚을 안 진 건가요?” 미정이 물었다. “원장의 그 경고가 더 이상 강제 정산으로 표시되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서윤이 차근차근 설명했다. “가게에서 실제로 발생한 채무가 있는지는 기존 장부로 계속 확인하셔야 하고요.” 미정은 안도하며 고맙다고 했다. 민석은 전화가 끝난 뒤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너무 긴장했던 탓에 이제야 손끝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준성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자축하려면 아직 멀었지?” 민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오늘 밤은 누군가 대신 버튼을 눌러 줄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 “그 정도면 성공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그 정도면.” 준성은 씁쓸하게 웃었다. 세 사람은 처음으로 같은 숫자를 보고 비슷한 안도감을 느꼈다. 일조 원이 아니라 영 원이었다. 준성이 처음으로 안도한 얼굴을 했다. 원장의 총 노출액은 여전히 일조 원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제 각 사람의 화면에서는 ‘대신 갚을 사람’을 고르라는 선택지가 사라졌다. 서윤이 윤미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정은 서점 단말기에 경고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은재 역시 추가 차입 권유가 사라졌다고 했다. 실제 금융기관의 잔액은 별도로 확인해야 했지만, 적어도 오늘 밤의 강제 선택은 멈췄다. “됐네.” 준성이 낮게 말했다. 민석은 대답하려다가 다시 화면을 봤다. [원장 정산 결과: 0원] [참여자 권리 보존: 413건] [대표 승인자 강민석: 권한 반환 대기] 영 원. 이번에는 아무도 빚을 지지 않은 것으로 기록되었다. 그런데 화면 가장 아래 작게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상위 원장에서 하위 원장의 변경 사항을 검토합니다.] 준성은 그 문장을 보고 굳어졌다. “상위 원장?” 민석이 물었다. 기태가 말했다. “제가 첫 번째 버전이 아니라고 했죠. 우리가 멈춘 것은 지금 손에 있는 장부 한 권뿐입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9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9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제19화 19화. 영 원의 의결 | 페이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