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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18화
PAYLUA ORIGINAL · 제18화

18화. 도용된 미래의 서명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5,255자

오프라인 책장
‘신청자: 강민석.’ 원장은 민석이 하지 않은 일을 또다시 그의 이름으로 기록하고 있었다. 일곱 번째 거절 때와 같은 수법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백억 원이 아니라 사람을 대신할 권한 자체가 움직이려 했다. “내가 신청 안 했어.” 민석이 말했다. 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그럼 넌 어떻게 할 거야?” “받지 않을 거야.” 휴대전화에는 거절 버튼이 있었다. 하지만 준성은 바로 누르지 않았다. 민석이 지난번에 했던 것처럼 먼저 상세 화면을 펼쳤다. [대표 승인자 변경 사유: 사전 위임] [위임 원본: 2016.10.25 작성] [효력 발생: 2026.10.27 23:59] “원본부터 확인해야 해.” 준성이 말했다. 민석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번에는 친구도 같은 원칙을 지키고 있었다. 서윤은 서둘러 세린에게 연락했다. 세린은 보관 업체에서 열람한 계약서 목록을 다시 확인했다. 거기에는 승인자 변경 위임장이 없었다. 다만 원본 번호가 비어 있는 부속서 한 장이 있었다. “그 부속서가 오늘 밤 도착하는 건가 봅니다.” 서윤이 말했다. “그럴 수도 있지만 아직 모릅니다.” 세린이 바로잡았다. “서문재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믿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어요.” 준성의 휴대전화에는 남은 시간이 표시됐다. [대표 승인자 변경까지 05:42:18] 여섯 시간. 민석은 잠깐이라도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많다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니었다. 상대는 자신들이 검증하는 동안에도 다른 거래를 만들 수 있었다. “문재가 원하는 건 내 권한을 빼앗는 거야.” 민석이 말했다. “그럼 네가 권한을 먼저 써서 막으면 되잖아.” 준성이 말했다. “그 방법은 틀렸어. 내가 한 번에 전부 바꿀 수 있다면, 다른 사람도 나중에 또 그럴 수 있어.” 그들은 두 가지 일을 나누어 진행했다. 세린은 승인자 변경 신청의 진위와 증빙을 따지는 정식 의견서를 만들었다. 서윤은 사전에 취재 동의한 사람들에게 변경 예고가 어떻게 표시되는지 물었다. 준성은 원장의 열람 기록 중 자신이 관여한 부분을 확인하기로 했다. 민석은 혼자 서점 뒤편 계단에 앉아 수첩을 펼쳤다. 노트 첫 장에는 택시비 48,000원이 적혀 있었다. 다음에는 렌즈 판매금 126,500원, 보험 환급금 500만 원, 출입증 고리 3,900원. 그 작은 돈들이 여기까지 자신을 데려왔다. 그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별일 없지?” 어머니가 물었다. “네. 일 때문에 좀 바빠서요.” “너 목소리가 왜 그래? 밥은 먹고 다니냐?” “먹었어요.” “사람이 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몸이 있어야 벌지. 무슨 일이든 혼자 끌어안지 마.” 민석은 가볍게 웃었다. 어머니는 자기가 무슨 일에 휘말렸는지 몰랐지만, 지금 가장 필요한 말을 하고 있었다. “알겠어요. 주말에 갈게요.” 전화를 끊은 뒤 그는 한참 움직이지 않았다. 누구의 내일도 거래 대금으로 잡지 않겠다고 선언한 사람이 자기 내일은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그전에 한빛자산신탁이 사용하던 전자문서 서식의 흔적을 찾았다. 준성이 보관한 2016년 회의 자료와 현재 원장이 보여 주는 위임서를 나란히 비교했다. 문서 오른쪽 아래 관리번호는 같았지만, 서명 날짜를 적는 칸의 위치가 달랐다. 과거에는 사람에게 직접 설명한 뒤 서명한다는 안내문이 있었는데 현재 위임서에는 빠져 있었다. “누가 바꾼 건지 확인할 수 있어?” 민석이 물었다. “일부는 가능해. 당시 문서 관리자는 문재 쪽이었지만 실제 편집자는 여러 명이야.” “그럼 무조건 문재가 수정했다고 쓰면 안 되겠네.” 준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과거에 했던 일부터 설명했다. 사용자에게 보여 주는 요약 페이지와 내부 검증용 페이지를 따로 만든 사람이 자신이었다고 했다. 당시에는 전문가만 자세한 설명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반 사용자가 보는 화면에는 어떤 선택이 어떤 채권을 발생시키는지 빠졌어.” “그걸 네가 만든 거야?” “응.” 민석은 말문을 닫았다. 사람의 선택을 돈으로 바꾸는 가장 위험한 부분이 바로 그런 설명 생략에서 시작됐을 수도 있었다. “왜 그랬어?” “빨리 만들려고. 시연 날짜가 다가왔고, 우리는 성공하면 취업할 수 있을 줄 알았어.” “그때는 그게 전부였겠지.”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보다 지금 어떻게 고칠 수 있는지 말해 줘.” 준성은 오래된 데이터 사전을 꺼냈다. 거기에는 ‘예측 수락’과 ‘계약 동의’를 분리해야 한다는 주석이 있었다. 민석의 필체였다. “이걸 기반으로 설계됐으면 지금 상황은 없었을 거야.” 민석은 주석을 읽었다. 십 년 전의 자신이 같은 것을 걱정했다는 사실은 힘이 됐지만, 과거의 생각이 자동으로 지금의 권리를 만들지는 않았다. 지금도 사람들에게 다시 설명하고 다시 물어야 했다. 오후 아홉 시, 서윤이 첫 번째 대조 결과를 가져왔다. 사전 위임 원본의 필체는 민석과 매우 비슷했지만, 당시 민석이 사용하던 서명과 한 획이 달랐다. 육안만으로 위조라고 결론 내릴 수 없었으나 중요한 불일치였다. “어떤 획인데요?” “강 자의 마지막 부분이에요. 민석 씨는 글자를 연결해 쓰는데 이건 끊어 썼어요.” “누군가 제 서명을 흉내 냈을 수도 있겠네요.” “그렇죠. 감정이 필요해요.” 준성은 같은 시각 USB에서 오래된 회의록을 찾아냈다. 2016년 10월 25일 회의에서 민석이 '지급 승인과 신원 대조 권한을 분리할 것'을 제안했다는 기록이었다. 단지 오늘의 생각만은 아니었다. “그런데 네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어.” 준성이 말했다. “문재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거절했지.” “그래서 오늘 다시 같은 문제가 생긴 거구나.” “아니.” 준성이 고개를 저었다. “오늘의 문제는 누가 그 거절당한 설계를 다시 꺼냈느냐는 거야.”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관리인 4번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대체 설계 검증 완료] [승인 권한을 다수에게 분리하면 원장 이용자의 미래 예고 정확도가 감소할 수 있습니다.] 민석은 화면을 보다가 말했다. “정확도가 조금 떨어져도 좋습니다. 남의 계약을 마음대로 만들 수 없는 쪽으로 바꿔야 해요.” [대체 설계 실행 조건: 검증 책임자 동의] 그는 또다시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동의'가 정확히 어떤 권리를 넘기는지 알 수 없었다. 대신 세린에게 화면을 보여 줬다. 세린은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제안서에는 '미래 예고 정확도'가 떨어진다고만 적혀 있었다. 손실이 발생한다거나 채권이 사라진다는 말은 없었다. “이들은 통제력을 잃는 걸 손해라고 부르는군요.” 세린이 말했다. 세린은 급히 법률 의견서와 위임서의 차이를 요약했다. 서윤은 기사로 쓰기 전에 당시 문서의 진위를 검증할 수 있는 사람에게 문의를 넣었다. 그러나 금세 답을 받기는 어려웠다. 한밤중의 검증은 언제나 더디다. “문재가 이걸 알고 일부러 이 시간을 골랐을 수도 있겠네요.” 서윤이 말했다. “그럴 수 있죠.” 민석이 답했다. “하지만 우리가 확인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위임이 진짜라고 인정할 순 없어요.” 그때 회사 건물의 보안실에서 민석에게 전화가 왔다. 오래된 사원증 관련 문의를 했던 이력이 있어 연락했다고 했다. 누군가 민석의 과거 출입 기록을 열람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보안실은 본인 확인이 되지 않아 거절했다고 했다.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외부 컨설턴트라고 했는데 성함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관련 기록은 남겨 두었습니다.” 민석은 통화를 끝내고 세린에게 내용을 전달했다.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일 수도 있었지만, 그 요청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모든 수상한 일을 서문재 하나로 연결하면 오히려 검증이 느려질 수 있었다. 준성이 조용히 말했다. “누가 먼저 기록을 찾는지가 중요해졌어. 우리도 원본을 찾고 있고, 상대도 찾고 있어.” “그럼 숨바꼭질은 하지 말자.” 민석이 말했다. “정식 보존 요청이 접수됐다는 기록을 남기면 누가 가져가도 흔적이 있을 테니까.” 남은 시간이 15분 아래로 내려갔다. 서윤이 휴대전화를 충전기에 연결했다. 별것 아닌 행동이었지만 민석은 잠깐 웃었다. 세계의 미래가 달린 것 같은 상황에서도 배터리가 떨어지면 통화가 끊긴다. 사소한 현실은 언제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준성은 차가운 물을 한 컵 마시고 오래된 일기장을 펼쳤다. 몇 페이지는 찢어져 있었고 잉크도 흐렸다. 그러나 2016년 10월 25일 날짜 아래에는 읽을 수 있는 문장이 남아 있었다. '민석이 위임장에 서명하지 않았다고 선언. 문재가 회의실 문을 잠금. 교수님이 서류 소각을 중단시키라고 지시함.' “문을 잠갔다고?” 민석이 물었다. “기억 안 나. 하지만 내가 그날 직접 적은 것 같아.” “그 뒤엔?” 준성은 다음 줄을 읽었다. '민석이 이의 신청을 내겠다고 하자 관리 화면에 7번이 표시됨. 연구용 테스트 숫자라고 들었음.' 민석은 눈썹을 찌푸렸다. 그는 선택 기록의 일곱 번 중 여섯 번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 시작이 십 년 전일 수 있었다. “7번이 선택 횟수가 아니라 테스트 번호였던 거야?” “확신할 수 없어. 같은 번호를 두 가지 뜻으로 썼을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중요한 단서야.” 서윤이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준성이 손을 멈췄다. “이건 내가 쓴 사적인 일기야. 기사에는 내용을 그대로 싣지 않았으면 좋겠어.” 서윤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취재 참고로만 확인하고, 공개할 내용은 다시 허락을 구하겠습니다.” 민석은 친구에게 조금 미안해졌다. 진실을 찾겠다는 이유로 그가 가진 모든 기억과 기록을 내놓으라고 요구해 왔다. 물론 잘못을 덮어서는 안 되지만, 진술하는 사람에게도 자신의 사적인 기록을 보호할 권리는 있었다. “준성아. 오늘은 일기장 원본을 네가 보관해. 필요한 부분만 세린 변호사에게 확인을 부탁하자.” 준성이 멈칫했다. “날 믿어도 돼?” “널 전부 믿는다는 뜻은 아니야. 네 기록을 네 허락 없이 가져가지 않겠다는 뜻이지.” 두 사람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 어색한 침묵 속에서 십 년 묵은 불신이 조금 다른 모양으로 바뀌고 있었다. 남은 시간 00:18:04. 서윤에게서 급히 전화가 왔다. “민석 씨, 박준성 씨랑 같이 있어요?” “네.” “지금 제보자가 왔어요. 본인이 관리인 4번이라고 해요.” 민석은 놀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서문재와 한편인 사람 아닌가요?” “그렇게 말하지 않아요. 서문재가 자기 이름을 413번에 올린 이유를 알고 있다고 해요.” “뭐라고 하는데요?” “원장은 누가 만든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서 넘겨받았대요.” 수화기 너머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강민석 씨.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 장부는 첫 번째 버전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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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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