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189화
PAYLUA ORIGINAL · 제189화

189화. 기사에 없는 이름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2,213자

오프라인 책장
2월 18일 목요일 오전 여섯 시 반. 한서윤은 자판기 커피를 들고 편집국으로 올라갔다. 긴 복도 끝에 밤새 켜진 모니터가 보였다. 그녀는 송고 직전 원고의 마지막 줄을 읽었다. ‘입금의 사실은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동의의 사실은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데스크가 물었다. “인명은 전부 비공개로 하는 겁니까?” “당사자가 허락한 범위만 씁니다.” “그러면 독자들이 믿을까요?” 서윤은 책상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취재 자료와 공식 확인 경로를 확보했어요. 믿게 만들려고 사람 이름을 더 노출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침 아홉 시, 기사가 공개됐다. 자극적인 제목도 백억 원을 갚을 사람의 얼굴도 없었다. 대신 십 년간 바뀐 문서 세 장의 흐름과, 수령 확인을 동의로 바꿔 처리한 문제가 담겼다. 몇 시간 뒤 독자들의 제보가 편집국에 도착하기 시작했다. ‘저도 받지 않은 서류가 완료라고 떴습니다.’ ‘돌려 달라는 요청을 했더니 지급받았으니 끝났다고 합니다.’ ‘대리 서명을 한 적 없습니다.’ 서윤은 모든 연락을 검증 전 단계로 분류했다.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말이 같은 시스템의 피해를 입증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조사해야 할 사람이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을 수 있다는 신호였다. 정오, 민석에게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서문재였다. “기사 봤습니다. 너무 늦었군요.” “무엇이요?” “제가 수정했어야 할 문장 말입니다.” 민석은 통화를 기록할 수 있는 방식과 상대의 동의를 먼저 확인했다. 서문재는 정식 면담을 통해 답하겠다고 했다. 오후 세 시, 세린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마주 앉았다. 서문재의 얼굴은 오래된 종이처럼 창백했다. 그는 2018년 검증 규칙을 변경할 때 자동 완료 처리가 위험하다는 경고를 보고받았다고 인정했다. 다만 자신의 당시 승인 범위를 넘는 외부 송금 연동은 다른 조직에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그게 사실인지 기록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세린이 말했다. “압니다. 그래서 기록을 가져왔습니다.” 그는 보존 절차에 따라 제공할 수 있는 문서 목록을 내놓았다. 거기에는 박준성의 반대 의견, 최유나의 실패 처리 경고, 그리고 서문재 자신의 최종 검토 메모가 있었다. ‘운영상 지급 완료 판정은 유지. 수취인 의사 확인은 후속 보정.’ 민석은 문장을 읽고 책상을 내려다봤다. 분노가 목구멍에서 걸렸다. “후속 보정이 십 년이나 걸린 겁니까?” 서문재는 반박하지 않았다. “그때는 한 달이면 다 해결될 줄 알았습니다.” “한 달이면 되는 일을 십 년 동안 안 했던 거죠.” 준성도 그 자리에 있었다. 그는 자신의 2018년 의견서가 무시됐다고 느껴 왔지만, 서문재의 말이 끝나자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저 역시 최종 결과를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왜 한 번 더 확인하지 않았는지, 그건 제 책임이죠.” 짧은 침묵 속에서 민석은 누구도 완전한 악당이 아니라는 사실이 오히려 끔찍하다고 생각했다. 다들 조금씩 모른 척했고, 그 빈틈에서 사람의 이름이 지워졌다. 면담 말미에 서문재가 봉투 하나를 꺼냈다. 오래된 설계 문서였다. 제목은 ‘10년 뒤 검증용 가상 사용자’. “USER-2036이라는 이름은 여기서 처음 나왔을 겁니다.” 예린이 날짜를 확인했다. 최초 초안은 2016년 10월이었다. 미래 날짜의 인증 정보를 생성해 본인 확인 실패 상황을 시험하는 테스트 계정이었다. 2036년 강민석이 실제로 어딘가에서 서명했다는 증거는 그 문서 안에 없었다. “그럼 첫 번째 서명은 내가 하지 않았다, 이 문장은 누가 쓴 겁니까?” 민석이 물었다. 서문재가 손을 떨었다. “그건 제 자료에도 없습니다. 테스트 문서에는 그런 경고가 없어요.” 면담이 끝난 뒤 서윤은 민석에게 자기 원장 화면을 보여 주었다. [확인 주체 후보: 한서윤] [미래 증빙 작성 가능: 1건] 민석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당신 차례라는 거예요?” “아뇨.” 서윤이 차분하게 답했다. “저도 기자라는 이름으로 기록을 남길 사람입니다. 그걸 남의 동의로 바꾸게 두지 않을 거예요.” 밤 열 시, 그녀는 또 하나의 메일을 받았다. 발신자는 2016년 문서를 보관했던 어느 전직 검수 담당자라고 주장했다. 메일에는 단 한 장의 문서가 첨부돼 있었다. 바이러스 검사와 발신 경로 확인을 마친 뒤에야 내용을 열람한 그녀는 제목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미래 사용자 검증용 문장 / 작성자: 김예린] 예린의 이름이 있었다. 그녀가 처음부터 미래 서명의 경고문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89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89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