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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186화
PAYLUA ORIGINAL · 제186화

186화. 원본에 남은 목소리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2,060자

오프라인 책장
2월 15일 월요일 오전 열 시. 세온기록관리의 별도 열람실에는 창문이 없었다. 낮은 천장에 달린 둥근 조명 아래, 장옥희는 봉인이 풀리지 않은 서류봉투를 탁자에 내려놓았다. 이하은, 정다연, 세린이 필요한 절차를 마친 뒤 입회했다. 강민석과 한서윤은 하은이 허락한 범위에서만 자료를 볼 수 있었다. 하은은 자리 앞에 놓인 물컵을 한동안 만지작거렸다. “십 년 동안 못 봤던 건데요. 막상 보려니까 손이 안 가네요.” “지금 안 보셔도 됩니다.” 세린이 말했다. “동의는 언제든 범위를 좁힐 수 있어요.” 하은은 고개를 저었다. “보겠어요. 제가 돌려 달라고 한 기록이니까.” 옥희가 봉인 상태와 열람 절차를 확인하고 세 번째 장을 펼쳤다. 그 문서에는 처음부터 전산에 없던 칸이 있었다. [원본 녹취 반환 의사] [수령인 본인 확인: 미실시] [대리 수령 승인: 없음] 하은은 그다음 줄을 보자마자 숨을 삼켰다. ‘본인이 확인하기 전까지 돌려주지 마시오.’ 그 아래 서명은 이하은의 것이 아니었다. 오연희의 이름이었다. “연희 씨가...” 하은이 입술을 깨물었다. “내 대신 받은 게 아니라, 아무도 못 받게 막아 준 거였군요.” 정다연은 함께 보관돼 있던 메모를 읽었다. 오연희가 당시 남긴 녹취 관련 이의가 적혀 있었다. 누군가 서류를 가져가겠다고 주장했지만, 수취인의 뜻이 확인되지 않아 전달을 보류했다는 내용이었다. 민석은 그제야 2016년의 흐릿한 장면을 떠올렸다. 접수 창구로 달려온 여자, 높은 목소리로 보류를 요청하던 사람, 그리고 그 요청을 적느라 볼펜을 찾던 자신. 그는 정산을 승인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아무도 대신 받지 못하도록 이름을 적어 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 문서가 어떻게 제 책임 서명이 된 거죠?” 옥희가 나머지 장의 가장자리를 가리켰다. 세 페이지 모두 왼쪽 위에 작은 구멍 두 개가 있었다. 원래 한 묶음으로 철해진 문서였다. 그러나 2018년 스캔본에는 세 번째 장을 뺀 뒤 첫 장과 둘째 장만 연결돼 있었다. “편집이 있었다는 건 말할 수 있어요.” 옥희는 조심스러웠다. “다만 누가 어떤 이유로 스캔했는지는 반출 기록과 대조해야 합니다.” 서윤은 서명을 기사 사진으로 쓰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름 하나가 세상에 공개되는 순간 그 사람을 다시 설명의 대상이 아니라 구경거리로 만들 수 있었다. 하은은 그 약속을 듣고서야 카메라를 탁자에서 치워도 좋다고 말했다. 오후 세 시, 정다연을 통해 오연희에게 원본을 확인할 수 있는 별도 절차가 안내됐다. 연희는 전화 너머로 길게 말하지 않았다. “그걸 찾았다면, 제 목소리부터 듣겠다는 사람에게 한 가지만 전해주세요. 제가 그때 왜 안 된다고 했는지, 제 말을 끝까지 듣고 판단하라고요.” 민석은 자신의 휴대전화에 그 문장을 메모했다. 열 해 전의 말이 열 해 뒤에 겨우 원래 주인에게 돌아오고 있었다. 한편 정산 통합 보고서의 전송 예정 시각인 오전 여덟 시는 이미 지났다. 세린은 외부 기관 세 곳에 접수 상태를 다시 조회했다. 두 곳은 정정 요청을 반영했고 한 곳은 아직 답하지 않았다. “어디 한 곳이라도 잘못된 기록을 받아 처리하면 끝난 게 아니에요.” 세린이 말했다. 저녁 일곱 시, 세 번째 기관에서 회신이 왔다. 수령 완료 자료를 수신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아직 정식 판단에는 사용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민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회신 마지막에 덧붙은 문장이 마음에 걸렸다. [관련 사건의 통합 위험 평가액: 10,000,000,000원] 마이너스 100억. 검은 원장이 처음 그에게 보여 준 숫자였다. 이번에는 외부 기관 문서에도 등장했다. 그는 예린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게 진짜 빚이란 말은 아니겠죠?” “아직 아닙니다. 평가액은 지급 확정액과 달라요. 그런데 그 값이 왜 이렇게 계산됐는지는 반드시 알아야 해요.” 그날 밤 검은 원장은 새로운 제목을 띄웠다. [원본 제3장 복원 확인] [자동 정산 위험액: -10,000,000,000원] [계산 근거: 2018 위험 전가 규칙] 민석은 화면을 끄지 않았다. 오래전 자신이 막아 두려 했던 대리 수령은 이제 숫자 백억 원으로 모습을 바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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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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