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2일 금요일 오전 아홉 시 십오 분.
은행 영업점에는 개점 대기 고객이 줄을 서 있었다. 민석은 번호표 대신 미리 접수한 거래 확인 요청의 접수번호를 손에 쥐고 있었다. 한서윤은 출입문 밖에서 기다렸다. 언론 보도를 위한 촬영은 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입금 내역은 기사 소재가 되기 전에 개인의 기록이었으므로.
아홉 시 십칠 분.
[입금 31,200원]
[보낸 분: 도담보관정산]
[적요: 문서 송달비 보정]
예고 시각과 금액이 정확히 일치했다. 그러나 검은 원장이 주장한 송금 요청자 ‘강민석(2016)’이라는 이름은 은행 거래 명세 어디에도 없었다.
은행 직원이 확인 가능한 사실을 설명했다. 해당 거래는 법인 명의의 정산성 지급으로 접수됐으며 실제 승인자에 관한 상세 사항은 지급기관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민석은 신분증과 신청서를 제출했다. 직원에게 ‘2016년의 내가 보낸 돈’이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것은 아직 자신도 믿지 않는 해석이었다.
카페에 모인 사람들 앞에서 예린이 칠판에 세 줄을 적었다.
‘1. 예고된 금액과 시각 — 일치.’
‘2. 송금 법인 — 거래 명세로 확인.’
‘3. 2016년 강민석이 지시했다는 주장 — 확인되지 않음.’
“이 세 줄을 섞으면 안 돼요.”
“그럼 누가 내 이름을 썼을까요?” 민석이 물었다.
“이전 시뮬레이션에서 확인 주체를 그렇게 불렀을 수 있어요. 화면을 만든 사람과 입금을 승인한 사람을 분리해야 하죠.”
도담 측의 공식 회신은 오후 세 시가 지나서야 왔다. 정산액 31,200원은 2016년 보관 문서 송달 내역을 재정산한 금액이었다. 그리고 지급 지시가 새로 만들어진 날짜는 며칠 전, 정확히 2월 9일이었다.
“그럼 미리 알았던 게 아니라, 누가 9일에 예약한 것을 원장이 보여 준 겁니까?” 준성이 말했다.
“가능한 설명 하나죠.” 예린은 선뜻 동의하지 않았다. “그런데 원장 예고는 11일에 처음 봤어요. 지급 지시 권한이 그 전에 어떻게 읽혔는지 기록을 봐야 해요.”
하은의 문서 반환 청구가 접수된 것은 2월 10일. 정산액 지급 지시는 그보다 하루 먼저 만들어졌다. 누군가 청구서를 보고 움직였다는 설명이 틀릴 수도 있었다.
서윤은 달력을 꺼냈다. “잠깐. 2월 9일 아침에 우리가 서명 대조 요청을 냈잖아요.”
민석이 고개를 들었다. “그걸 조건으로 돈이 움직였다는 건가요?”
“서명 대조를 요청하면 31,200원 정산을 시작하도록 하는 규칙이 있었다면 가능해요.”
준성이 팔짱을 꼈다. “사람이 아니라 규칙이 돈을 보냈다고?”
예린은 대답했다. “규칙이 지급 대상을 선정할 수는 있어요. 그래도 실제 지급 승인은 권한 있는 주체와 절차를 거쳐야 해요. 어느 부분이 자동이고 누가 마지막으로 승인했는지 찾아야 합니다.”
저녁, 서윤은 기사에 금액을 그대로 쓰지 않기로 했다. 보도에 필요한 것은 개인 입금액보다 ‘동의하지 않은 지급이 이의신청을 지우는 구조’였다. 하은도 같은 의견이었다.
“사람들이 제 이야기를 들을 때 액수부터 계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민석은 처음으로 하은에게 사과했다. “그때 제가 대장에 쓴 이름이 승인서에 복사됐을 수도 있어요. 저도 몰랐지만, 결과적으로 쓰였다는 게 마음에 걸립니다.”
“모르고 당했다고 해서 잘못이 없어지는 건 아니겠죠.” 하은이 말했다. “그런데 이제 알았으니, 고칠 수는 있잖아요.”
하은은 다정하게 위로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오래 남았다.
밤 열한 시. 검은 원장에 두 줄이 나타났다.
[31,200원 지급: 완료]
[원본 반환 요구: 종결]
민석은 정산기관 공식 시스템을 열어 보았다. 하은의 요청은 ‘처리 중’으로 남아 있었다. 즉 화면의 종결은 사실이 아니었다. 하지만 검은 원장은 다음 문장을 띄웠다.
[외부 보고서 전송 예정: 2027.02.15 08:00]
이것은 새로 발생할 돈의 예고가 아니었다. 거짓 완료 기록이 다른 조직으로 퍼질 시각에 대한 경고였다. 민석은 서둘러 세린에게 전화를 걸었다.
“월요일 전에 막아야 해요. 이번에는 돈이 아니라 거짓말이 송금됩니다.”
제184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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