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4일 목요일 오전 여덟 시 오십 분.
강민석은 전날 검은 원장에 나타난 '예약표에 없는 행'을 밤새 떠올렸다. 예고된 날짜는 오늘이었지만 금액도 수취 계좌도 보이지 않았다. 처음 원장을 손에 넣었을 때라면 그는 그 빈칸을 채울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은행 앱을 반복해서 열고,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보내 달라고 부탁하고, 결국 자기 행동으로 예고를 맞혀 보려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행동이 얼마나 쉽게 예측을 만들어 내는지 알았다.
아침에 예린에게 연락했다.
“한 줄이 있는데 내용이 없습니다.”
“검은 원장에요?”
“네. 오늘 실행된다고만 해요.”
“그럼 우선 우리가 그걸 실행하지는 말죠.”
예린은 공식 예약표와 원장의 표시를 각각 저장하자고 했다. 다른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인지, 과거에 누가 조회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예약표에 없는 행'이라는 문구는 원장이 자기 자신을 특별하게 보이게 만드는 표현일 수도 있었다.
오전 열 시, 오연희가 동의한 범위에서 원본 반환 경과에 관한 설명이 정다연에게 전달됐다. 세온은 아직 녹취를 반환하지 않았고, 반환 가능 여부를 검토하는 자료 목록과 담당자 연락처를 제공했다. 더는 '완료'라고 쓰지 않겠다는 약속이 문장으로 남았다.
다연은 조용히 말했다.
“연희 씨가 처음으로 그 문서를 끝까지 읽었어요.”
“좋은 소식입니까?” 민석이 물었다.
“그분이 원하신 건 문서를 읽을 시간을 갖는 거였어요. 누가 대신 좋다 나쁘다 판단하지 않는 시간.”
민석은 창밖을 바라봤다. 이 사건에서 돈을 번 사람은 드물었지만, 시간을 돌려받은 사람은 조금씩 생기고 있었다.
오후 한 시 무렵, 해온보관서비스가 전날 질의한 0원짜리 예약 행에 답했다. 공식 기록에는 '거래'가 아니라 확인 요청의 예정 시각으로 저장되어 있었고, 금전 지급은 발생하지 않도록 분리돼 있다는 설명이었다. 확인 요청의 발송 자체가 정당하다는 뜻도 아니었다. 오연희 또는 다른 권리자의 범위와 의사에 따라 별도 검토가 필요했다.
“그럼 모레가 아니라 내일 확인 요청이 가는 거군요.” 서윤이 말했다.
“갈 수 있는 상태라는 것만 확인한 겁니다.” 민석이 정정했다. “발송될지, 받아도 되는지는 아직 몰라요.”
서윤이 웃었다.
“이제 당신이 제 기사 데스크 같아요.”
“돈 한 푼 안 주는 데스크죠.”
“1원은 받으셨잖아요.”
둘은 잠깐 웃었다. 오래 걸리지 않는 웃음이었지만 그만큼 자연스러웠다.
저녁 여섯 시가 가까워질 무렵, 2018년 운영 협력업체 출신이라는 제보자가 대면 인터뷰를 신청했다. 서윤은 신원과 기록의 출처를 확인할 수 있는 절차를 안내했다. 제보자는 실명을 밝히는 대신 먼저 자신이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표의 일부를 보여 주었다.
표에는 세 개의 열이 있었다. '작성 시각', '예정 시각', '완료 표시 시각'.
'예정 시각'을 미리 알아내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완료 표시 시각'은 실제 완료 여부와 상관없이 배치가 돌면 자동으로 찍힐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를 미래를 맞히는 일처럼 오해하기 쉽다고 제보자는 말했다.
서윤은 물었다.
“그럼 '예약표에 없는 행'이라는 건 어떤 뜻입니까?”
제보자는 대답 대신 문서의 다른 부분을 가리켰다.
'예외 수기 등록'.
“누군가 정해진 시각 전에 직접 써 넣으면 기존 예약표에 안 나올 수 있어요.”
“누가요?”
“그걸 찾아야죠. 제가 누군지보다 그 행을 쓸 권한이 누구에게 남아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서윤은 그 발언을 녹음 동의 범위 안에서 보존했다. 제보자가 진짜 운영자였는지, 실제 로그가 있는지는 여전히 확인해야 했다.
밤 여덟 시 삼십 분, 민석은 우체통을 확인하고 돌아왔다. 특별한 우편은 없었다. 낯선 돈도 없었다. 다만 은행에서 수취 내역 문의가 계속 조사 중이라는 회신이 도착해 있었다.
검은 원장에는 아침과 같은 빈칸이 남아 있었다.
[예약표에 없는 행]
[실행 예정: 2027.02.04]
[처리 주체: 확인 불가]
그 아래 새로운 문장이 나타났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은 아무도 승인하지 않았다.'
민석은 손끝이 저려 오는 것을 느꼈다. 이것이 장치의 경고인지, 누군가 의도적으로 써 넣은 문장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자신이 하지 않은 결정을 누가 승인한 것처럼 만들려고 한다면, 그때는 어떤 돈보다 먼저 막아야 했다.
그는 서윤에게 말했다.
“내일은 원장이 아니라 사람이 쓴 기록을 찾읍시다.”
서윤은 답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왜 아직도 오늘을 내일처럼 팔고 있는지요.”
제178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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