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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176화
PAYLUA ORIGINAL · 제176화

176화. 지급 지시를 만든 사람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2,445자

오프라인 책장
2월 2일 화요일 오전 열한 시. 한서윤은 편집국에서 작고 볼품없는 봉투를 바라보고 있었다. 제보자가 보낸 것은 미래 날짜의 영수증도, 백억 원의 계약서도 아니었다. 구겨진 고객 응대 메모 한 장과 볼펜으로 적은 업무번호였다. 'R-00 소액 정리 거래, 실행할 때마다 수령 확인 상태 점검 요망.' 메모에는 연도가 없었고 서명이 흐릿했다. 제보자는 2018년 정산 안내 시스템의 운영을 맡았던 협력업체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지만 재직 사실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서윤은 민석에게 바로 사진을 보내지 않았다. 제보자에게 자료를 제공할 권한이 있는지 확인하고, 민감한 기록은 법률 검토를 거쳐 다루기로 했다. 대신 민석에게 짧은 질문을 보냈다. '2018년 소액 정리 거래라는 말을 들어 본 적 있어요?' 민석은 '확인 중'이라고 답했다. 제보 하나로 모든 의혹이 사실이 되는 경험을 이미 너무 여러 번 했기 때문이다. 오후에 최유나는 2018년 시험 규칙 문서의 주석을 복원했다. 그 주석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미확인 반환 요청의 건수를 계산할 때 테스트 값 1을 화면에 표시할 수 있었지만, 실제 지급 엔진으로 보내면 안 된다는 금지 조항이었다. “운영환경 복제 금지라는 말이 이거였네요.” 예린이 말했다. “맞아요.” 유나가 답했다. “이 금액은 금액이 아니었어요. 처리되지 않은 항목의 존재를 표시하던 표식이었죠.” “그런데 이번엔 실제 돈이 들어왔잖아요.” 민석이 물었다. “그래서 지급 요청자가 필요합니다. 표시값이 돈이 된 과정을 누군가 만들었다는 거예요.” 혜라는 거래의 법적 원인을 확인 중인 은행과 정산대행사에 기존 접수 번호를 첨부해 답변을 요청했다. 송금 원천을 마음대로 추적할 수 없으므로 자료를 가진 기관의 협조가 필요했다. 오후 세 시가 넘어서야 제한적인 회신이 왔다. 지급 요청이 한 정산 보관 운영업체의 통상 처리 경로를 통해 들어왔다는 내용이었다. 실제 자금 원천이나 최종 지시자의 신원까지 확인된 것은 아니었다. 업체 이름은 '해온보관서비스'. 박준성은 낯익다는 듯 눈을 감았다. “2018년에 한 번 검토한 적 있어. 장기간 보존된 미결 자료를 일괄 정리하는 서비스였어.” “그 회사가 1원을 보냈다는 겁니까?” 민석이 물었다. “아직은 아니야. 정산 경로에 이름이 있다는 것과 돈을 자기 판단으로 보냈다는 건 달라.” “당신한테 그 말을 듣는 날이 오네요.” 준성이 웃지 않았다. “그때는 나도 모든 과정이 숫자 하나로 정리되면 편하겠다고 생각했어. 우리가 고객을 보고 있는 게 아니라 데이터의 모양을 보고 있다는 걸 늦게 알았지.” 민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 화를 내고 싶은 마음은 남아 있었다. 그러나 분노를 사건의 설명으로 바꾸지는 않으려 했다. 저녁 무렵 해온보관서비스에서 정식 연락이 왔다. 담당자 김태완은 십 년 넘은 계약의 일부 정산 기능을 현재도 관리하지만, 이번 입금이 누구의 승인으로 이루어졌는지는 내부 감사 결과가 필요하다고 했다. “기록 보존에는 협조하겠습니다.” 김태완이 말했다. “다만 개인별 원본을 곧바로 제공할 수는 없습니다. 각 당사자의 권한과 기관의 보존 의무를 확인해야 합니다.” “저는 원본을 달라는 게 아닙니다.” 민석이 답했다. “제 계좌에 1원이 들어온 이유와 누가 저를 임시 수취인으로 지정했는지가 궁금합니다.” 김태완이 잠깐 말을 멈췄다. “임시 수취인이라는 표현을 어디서 들으셨습니까?” “어떤 우편물에 적혀 있었습니다.” “그 표현은 저희 내부 문서에 등장합니다. 그런데 그 문서를 외부에 보낼 때는 쓰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회의실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봤다. “그럼 제가 받은 우편은 뭡니까?” 민석이 물었다. “그걸 확인해야겠습니다.” 김태완은 다음 날 공식 면담을 제안했다. 지금 당장 누군가를 범인으로 지목할 수는 없지만 내부 명칭이 외부 통지에 섞였다는 사실만으로 점검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그날 밤 서윤은 뒤늦게 제보자가 제공한 자료와 해온보관서비스의 공개 채용 이력을 비교했다. 업무를 맡았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은 있었지만 이름과 자료 작성 시점까지 독립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그녀는 기사를 발행하지 않고 메모만 남겼다. 민석은 책상 앞에서 1원짜리 거래 내역을 다시 봤다. 숫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1이었다. 자기에게 들어온 돈인데도 전날보다 더 낯설었다. 자정이 가까워졌을 때 검은 원장이 조용히 켜졌다. [지급 요청 경로: 해온보관서비스] [당일 내부 감사 상태: 시작] [다음 조회 가능 항목: 지급 지시 이전에 작성된 거래 예정표] 그 아래에는 날짜 하나가 표시됐다. [거래 예정표 작성: 2027.01.17 18:20] 민석은 의자를 밀고 일어섰다. 1월 28일의 입금이 열하루 전에 이미 계획되어 있었다면, 검은 원장이 '미래를 맞힌' 일의 설명이 조금 달라질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예정표에 1원 말고 무엇이 들어 있었는지는 아직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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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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