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174화
PAYLUA ORIGINAL · 제174화

174화. 대답하지 않으면 동의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2,371자

오프라인 책장
1월 31일 일요일 오전 아홉 시 십사 분. 강민석의 휴대전화에 처음 보는 번호로 문자가 왔다. '정정 기한 하루 전입니다. 반송하지 않으면 반환 권리의 확인은 자동 완료됩니다.' 어젯밤 검은 원장에는 세 건의 요청이 떴다. 첫 번째 요청자가 오연희도 아니고 두 번째가 강민석도 아니라는 문구를 보면서 그는 잠들었다. 밤새 꿈에서는 은행 창구가 셋으로 나뉘어 있었고, 어느 창구에 서도 자기 목소리를 들려줄 수 없었다. 그는 침대에 앉은 채 발신 번호를 저장하지 않았다. 상대가 자신을 겁주려 하는지 오래된 자동 발송 시스템이 실수하는 건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자동 완료'라는 말만큼은 십 년 전부터 같았다. 오전 열 시, 서문재가 만나자고 했다. 일요일이라 회사 문이 잠겨 있어 둘은 지하철역 근처 분식집을 찾았다. 문재는 정장을 입지 않았고, 스스로 앞접시와 물을 가져왔다. 민석에게는 그 모습이 어색했다. 늘 회의실 상석에 앉아 있던 사람이 김이 올라오는 어묵 국물 앞에서 천천히 말을 골랐다. “어제 혜라 씨가 확인한 부서 명칭, 낯이 익었습니다.” 문재가 말했다. “어딘데요?” “2018년에 정산 안내를 외주로 맡길 때 쓰던 내부 프로젝트 이름이었어요. 원본 권리자 대리 확인 심사. 정식 부서가 아니라 안내 양식의 제목이었습니다.” “그럼 누가 보낸 건지 아십니까?” “모릅니다. 우리 쪽이 보낸 양식인지 지금도 서버에 남은 건지도 확인이 필요해요.” 민석은 국물을 한 모금 마시다가 혀를 데었다. 문재가 미리 준비해 온 USB를 꺼내자 그는 손을 내저었다. “그거 여기서 연결하지 마세요.” “파일이 들어 있어요.” “파일을 받아도 출처와 열람 권한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지난번처럼 복사본을 돌리면 누군가의 이름이 또 새어 나갈 수 있어요.” 문재는 손에 든 USB를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민석은 그 짧은 움직임이 예전과 다르다고 느꼈다. 적어도 오늘은 누가 자료를 볼 수 있는지 묻기 전에 꺼내 놓지 않았다. “그때는 통지를 많이 보내면 일을 끝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재가 말했다. “돈이 오가는 사람은 결국 확인하러 오겠지, 이렇게요.” “오지 못하는 사람은요?” “그건 계산에 넣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미확인으로 남겨야 하는 걸 완료라고 썼던 거죠.” 문재는 대꾸하지 않았다. 오후에 혜라와 최유나가 보내온 검토 의견은 냉정했다. 오래된 안내 양식에 임의 반환과 자동 완료가 적혀 있더라도 현재의 지급 권리나 당사자 동의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양식이 실제 거래를 유도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발송 로그와 템플릿 변경 이력을 보존해 달라고 요청해야 했다. 유나가 전화로 덧붙였다. “일요일인데 쉬지도 못하네요.” “유나 씨는 쉬셔도 되는데요.” “저도 궁금한 게 있어서요. 제가 2018년에 반대했던 건 검증 함수였잖아요. 그런데 반환 안내 템플릿에 같은 문장이 박혀 있으면 함수만 고쳐선 끝이 아니에요.” “어디까지 바뀌었는지 모르니까요.” “네. 프로그램이 아니라 습관일 수도 있어요. '답이 없으면 동의'라는 습관.” 민석은 창밖의 낮은 구름을 보았다. 설명을 들을수록 사건은 거창한 미래 기술에서 낡은 사무실의 작은 선택으로 내려왔다. 누군가 확인 절차를 줄이고, 또 누군가 그걸 편리하다고 승인하고, 마지막 누군가 자료를 받지 않았는데도 완료를 누른 시간들. 저녁 무렵 정다연은 오연희가 공식 담당자를 통해 짧은 답변을 전하고 싶어 한다고 알렸다. 말은 세 가지뿐이었다. '제 원본을 제게 돌려주는 것과 다른 사람에게 1원을 보내는 일을 같다고 쓰지 마세요. 돈으로 합의할 생각은 아직 없습니다. 내 목소리가 어디에 사용됐는지 먼저 알려 주세요.' 민석은 내용을 읽다가 첫 번째 문장에 오래 머물렀다. 원본과 돈. 두 개는 때때로 함께 움직일 수 있지만 서로를 대신하지 못했다. 일요일 밤, 서윤이 편집국에서 보내온 메시지가 도착했다. '내일 아홉 시 십칠 분 전에 누가 1원을 돌려달라고 찾아오더라도 영상부터 찍지는 않을게요. 대신 그 사람이 왜 당신만 찾아오는지는 묻겠습니다.' 민석은 답장을 쓰려다 멈추고 검은 원장을 열었다. [정정 기한까지 12:00:00] [선택 A: 즉시 반송 / 반환 확인 완료] [선택 B: 무응답 / 대리 확인 완료] 세 번째 선택지는 없었다. 그는 처음부터 그런 화면을 믿지 않았다. 실제 세계에는 자료 보존 신청도, 이의 제기도, 기다리겠다는 의사도 있었다. 잠시 뒤 새 알림이 나타났다. [2018년 자동 발송 예약: 실행 대기] [수신 대상: 강민석 외 10건] 민석은 그 숫자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내일 할 일이 하나 늘었다는 것은 알았다. 자신의 통장에 들어온 돈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누군가는 아직도 십 년 전의 완료 통지를 받을 수 있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74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74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