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9일 금요일 오전 일곱 시 삼십 분.
강민석은 부엌에서 식빵을 굽다가 토스터의 타는 냄새를 맡았다. 딱딱하게 변한 빵 한쪽을 접시에 올리고 검은 원장을 열었다. 전날 밤의 '정정 기한'은 그대로였고 그 아래 숫자는 미세하게 깜박이고 있었다.
[반환 차액 미결: 1건]
[기록 권한: 이의신청인에게 없음]
그는 그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 기묘한 장치가 드물게 정확한 사실을 말한 것 같았다. 민석에게는 남의 반환 권한을 대신 행사할 자격이 없었다. 다만 자신 계좌로 돈이 들어왔을 때 사실 확인을 요청할 자격은 있었다.
아침 회의에서 혜라는 테이블에 서로 다른 문서 세 장을 올려놓았다. 첫 번째는 은행의 실제 입금 내역, 두 번째는 세온의 R-00 보관 목록, 세 번째는 2016년 10월 25일의 반환 요청 접수증이었다.
“제목이 닮았다고 같은 문서는 아니에요. 오늘 우리가 할 일은 연결을 주장하는 사람이 무엇을 근거로 하는지 묻는 겁니다.”
박준성이 말했다. “그럼 저 1원이 원금일 수는 없겠네요?”
“그렇게 단정할 수도 없죠.” 혜라가 답했다. “문서상 1원은 확인용으로 보이고, 실제 거래는 지급인 확인을 거쳐야 해요.”
정태겸은 지난주 접수된 자료 보전 요청의 목록을 가져왔다. 정산대행사가 R-00 처리 경로에 관한 자료 보존에 협조하겠다고 답했지만, 그 회신에는 '운영회사와 실제 지급 사업자 구분 필요'라는 문장이 있었다. 거래가 하나처럼 보여도 역할은 여러 기관으로 나뉘어 있었다.
준성이 오래된 기획서를 펴며 말했다.
“2016년엔 이걸 '마지막 동전'이라고 불렀어.”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모였다.
“누가 신청을 했는데 장부에는 완료로 찍히고, 실제 원본 반환이 확인되지 않으면, 테스트 화면에 1을 남겨 두는 방식이 있었거든. 완료 표시를 함부로 하지 말자는 표시였지.”
민석은 식은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돈 1원으로 환산한 겁니까?”
“아니. 금액처럼 보이는 표시값이었어. 실제 입금과 연결될 이유는 없어야 해.”
“그런데 연결됐어요.”
“그래서 누가 그 숫자를 지급 지시로 옮겼는지 확인해야 하는 거고.”
민석은 회사 복도 끝 창가로 나왔다. 회의실 안에 남은 사람들의 얼굴이 유리에 겹쳐 보였다. 돈 때문에 모인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돈을 누구에게 돌려줘야 하는지조차 서로 쉽게 결론 내리지 않았다.
점심시간, 서윤은 금융 관련 보도를 담당하는 선배 기자와 의견을 나눴다. 선배는 단호했다.
“원장에서 예고했고 은행에 입금됐다, 여기까지는 기사로 쓸 수도 있겠지. 하지만 예고가 입금을 만들었다는 근거는 없어.”
“맞아요. 더구나 소액 입금은 지급 시각을 맞추기 쉬운 시험일 수도 있어요.”
“그걸 먼저 말할 수 있으면 써도 돼. 독자가 놀라는 순서보다 사실을 알게 되는 순서가 중요해.”
서윤은 원고를 저장하지 않고 닫았다. 아직은 이야기의 당사자가 어떤 거래에 동의했는지 확인할 때였다.
오후 세 시, 정다연이 혜라에게 한 장의 신청서 사본을 전달했다. 오연희의 별도 의사 확인을 거쳐 정해진 범위에서만 열람할 수 있는 문서였다. 개인정보가 가려진 항목 아래 낯익은 문장이 있었다.
'본인의 원본 반환 여부가 확인되기 전까지 임의의 지급으로 갈음하지 말 것.'
그 문장은 2016년 당시 접수 서식의 추가 요청란에 적혀 있었다. 민석은 곧장 얼굴을 들었다.
“그날 이미 이렇게 써 두셨다고요?”
“연희 씨가 요구한 거예요.” 다연은 혜라를 바라보며 답했다. “그런데 그 요구가 요약본에는 없었습니다.”
준성은 책상 위 기획서를 접었다. 요약본을 빠르게 조회하도록 고치자는 제안에 당시 그는 찬성했었다. 한 문장을 줄인 효과가 십 년이나 지속될 줄 알지 못했다는 변명은 이미 지겨웠다.
“찾아보겠습니다.” 준성이 말했다. “누가 그 칸을 삭제하도록 요청했는지.”
저녁 여덟 시 무렵, 검은 원장에 접수 사본과 닮은 문구가 나타났다.
[조건 미충족]
[대체 지급으로 반환 완료 처리 가능]
[동의 필요자: 원본 당사자]
“가능하다고?” 민석이 혼잣말했다. “할 수 있다는 것과 해도 된다는 건 다른데.”
그 아래 새 문구가 생겼다.
[2018년 수정 화면: '지급 시 반환 의사 충족으로 간주']
[수정 근거: 운영 효율화 승인]
민석은 서문재가 남긴 승인 서명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런 문구를 검은 원장이 보여 줬다는 것만으로 그가 실제 법적 권한을 가졌다는 뜻은 아니었다. 다음 회의에서는 해당 변경이 실제 어디에 쓰였는지 물어야 했다.
그리고 그날 밤, 한 통의 등기 안내가 도착했다.
받는 사람은 강민석.
발송 기관은 그가 아는 어느 정산회사도 아니었다.
'2016년 원본 권리자 대리 확인 심사 사무국.'
표면상 정식 기관인지조차 불분명한 이름이었다. 접수인이 누구인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
제172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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