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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169화
PAYLUA ORIGINAL · 제169화

169화. 실행 하루 전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2,294자

오프라인 책장
1월 26일 화요일 오전 여덟 시 사십 분. 강민석은 빈 회의실 창문에 비친 자기 얼굴을 바라보았다. 창문 밖으로는 겨울 햇빛이 서서히 건물을 넘어오고 있었다. 하루 뒤 아홉 시 십칠 분. 검은 원장이 예고한 자동 보정의 마지막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예린과 유정호는 공식 확인을 거쳐 확보한 M36-ORIGIN 기술 명세를 펼쳤다. 오래된 보관 시스템의 이름은 같았지만, 문서의 목적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거대한 미래 예측 장치와 달랐다. 십 년 뒤에 원본 보관 상태를 재점검하도록 정해 놓은 예약 작업이었다. “그럼 2036년이라는 날짜는 미리 계산된 재점검일일 수도 있겠네요.” 민석이 말했다. “그럴 가능성이 커졌어요.” 예린이 답했다. “다만 검은 원장이 실제로 내일 일어날 거래를 맞힌 이유까지 설명되는 건 아닙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질문은 남아 있군요.” “네. 일정표를 안다고 실제 돈이 움직이는 건 아니니까요.” 박준성은 작업 목록에서 ‘복제본 전송’이라는 항목을 찾아냈다. 2018년 외부 정산사가 자체 백업을 만들었고, 일부 오래된 고객사의 요약 검증 테이블에 주기적으로 결과를 보내는 경로가 있었다. 해당 경로를 임의로 삭제하면 기존 거래 기록의 증명력까지 해칠 수 있었다. “삭제가 답이 아니군요.” 준성이 말했다. “맞아요. 해당 데이터가 잘못됐다면 정정 이력을 남겨야죠.” 예린이 말했다. 그날 오전 공식 협의로 가능한 조치가 좁혀졌다. 정산대행사가 관할하는 운영 경로에서는 불확실한 검증 결과를 자동 확정하는 처리를 중단했다. 외부 배포처에는 원본 대조 전 결과를 최종 수령 증거로 사용하지 말라는 통지가 발송됐다. 실제 반영 여부는 배포처마다 확인하기로 했다. 민석은 당장 모든 시스템이 고쳐졌다는 말이 듣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말을 쉽게 믿은 결과가 지금의 사건이었다. 그는 책상 위 종이에 ‘중단 확인’, ‘통지 발송’, ‘반영 확인 대기’를 따로 적었다. 점심시간에는 오연희가 지정 상담 창구를 통해 짧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공개 인터뷰를 원하지 않는다는 뜻은 그대로였다. 대신 보관 매체가 실제로 남아 있고 무단 공개를 위한 절차는 진행되지 않는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했다. ‘당장 돌려받지 않아도 됩니다. 제 목소리를 다른 사람이 확인했다는 표시만 없애 주세요.’ 민석은 그 문장을 읽으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자기 명의를 지키려는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십 년 동안의 싸움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했다. 오후 네 시, 최유나가 2018년의 반대 메일 보존 결과를 전해 왔다. 그녀가 발송한 원문과 수신 기록이 확인됐고, 그 다음 날의 작업 지시 문서에는 그 경고가 ‘출시 후 개선 과제’로 이관됐다고 적혀 있었다. 개발 배포 기록과 대조해야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위험을 모르는 사람이 한 일이라고만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준성이 고개를 숙였다. “출시 후 개선. 내가 제일 많이 쓰던 말이야.” 유나는 날카롭게 대꾸하지 않았다. “이제 중요한 건 출시 후에도 못 고친 걸 어떻게 다룰 거냐는 거예요.” 저녁 여덟 시가 넘었을 때 서윤은 기사 마감을 끝내고 민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느 배포처에서 실제로 정정 통지를 받았다고 공식 회신했다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그 배포처의 다른 업무가 자동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내일 정말 아무 일도 안 일어날까요?” 서윤이 물었다. “모르죠. 그래서 내일 아침에도 확인할 겁니다.” “그 말은 처음 들었을 때랑 다르게 들리네요.” 민석은 웃었다. “그때는 내일을 안다고 했으니까요. 지금은 모른다고 말하는 중이고요.” 밤 열한 시, 검은 원장이 알림을 띄웠다. [자동 보정 실행 준비] [검증 주체: M-00] [이의신청인: 강민석] [실행 후 상태: 본인 확인 완료] 얼핏 보면 문제가 끝나는 듯한 표시였다. 그런데 다음 줄이 나타났다. [이의신청인 본인의 확인: 필요 없음] 민석은 화면을 뚫어져라 보았다. 그 문장이 사라지지 않는 한 ‘완료’는 또 다른 시작이었다. 그는 세린에게 연락했다. 내일 자동 보정 전에 자신이 동의하지 않았다는 의견과 외부 배포처의 확정 사용을 보류해 달라는 요청이 실제로 접수됐는지 최종 확인하자고 했다. 세린은 말했다. “당신이 지금 할 일은 버튼을 누르는 게 아닙니다. 각자가 자기 결정에 책임지도록 남겨 놓는 일이에요.” 민석은 통화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다. 긴 하루가 끝났지만 눈을 감으면 자꾸 숫자가 떠올랐다. 백억 원, 천억 원, 천만 원, 그리고 -1원. 그는 마지막 숫자를 지워 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지워야 할 것은 숫자가 아니라, 숫자 하나로 사람의 의사를 대체할 수 있다고 믿는 규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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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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