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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167화
PAYLUA ORIGINAL · 제167화

167화. 미래 날짜를 찍은 사람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2,211자

오프라인 책장
1월 24일 일요일 오후 한 시. 눈이 녹다 만 주차장에는 검은 물웅덩이가 생겨 있었다. 강민석은 혼자 동네 도서관을 찾았다. 종이로 인쇄한 문서를 읽을 장소가 필요했다. 집에서 휴대전화를 켜면 검은 원장의 다음 숫자부터 보게 됐고, 숫자를 보면 언제나 당장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가 펼친 것은 2016년 개발 회의에 관한 옛 수첩이었다. 공백이 군데군데 있었고, 어떤 날짜는 글씨가 알아보기 어려웠다. 십 년 전 자신의 필체를 읽는 일은 남의 편지를 훔쳐보는 듯했다. ‘10년 보존 종료 시점에 원본 반환 의사 재확인. 모르면 완료하지 말 것.’ 민석은 그 아래 줄을 손가락으로 따라갔다. 완전히 자신의 기억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수첩이 본인의 것이어도 작성 경위와 이후 변경 여부는 별도로 확인해야 했다. 그러나 ‘모르면 완료하지 말 것’이라는 문장은 지금 자신이 지켜 온 원칙과 닮아 있었다. 휴대전화로 준성에게 사진을 보내기 전 그는 먼저 설명을 붙였다. ‘원본 대조 전까지는 개인 메모로만 봐 줘.’ 준성은 바로 답장을 보냈다. ‘이번엔 그렇게 할게.’ 그때 한서윤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그녀는 녹취 반환 사건을 취재하면서 무엇을 기사에 실으면 안 되는지 다시 고민하고 있었다. “오연희 씨가 녹취 내용을 공개할 의사가 없다는 건 확인했어요.” “그럼 싣지 않으면 되죠.” “맞아요. 그런데 데스크에서는 내용이 공개되지 않으면 사건의 크기가 안 보인다고 하네요.” 민석은 창밖의 나무를 바라봤다. 잎이 떨어진 가지 위에 참새 두 마리가 앉아 있었다. “서윤 씨는 사건의 크기를 누가 정한다고 생각해요?” “피해자가 겪은 시간이죠. 클릭 수가 아니라.” “그걸 기사로 쓰면 안 되나요?” 서윤은 잠깐 말이 없었다. “좋은 제목은 안 나올 것 같네요.” “그래도 쓰실 거잖아요.” 두 사람은 웃었다. 서윤은 취재를 계속하되 녹취 내용의 유출 여부와 현재의 접근 통제 상태를 공익적 쟁점으로 다루기로 했다. 녹취 내용 자체는 설명의 대가로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오후 네 시, 예린에게 기술 검토 결과가 도착했다. 최유나가 기억하던 테스트 시나리오의 실행 기록 일부가 공식 보관 자료에서 확인됐다. 실제 운영 환경과 동일하지 않은 시험 기록이었지만, 놀라운 문장이 한 줄 있었다. [2018.04.09 / M-00 시험 주체] [검증 실패 응답을 ‘확인 완료’로 변환하면 안 됨] [결과: 시험 실패] “시험 실패면 배포가 막혔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민석이 물었다. “그게 보통의 절차죠. 하지만 당시 어떤 의사결정으로 넘어갔는지는 승인 이력을 봐야 합니다.” 예린이 답했다. 서문재는 그날 저녁 약속을 잡아 만나자고 했다. 민석은 혼자 가지 않고 세린과 함께 공식 면담 일정을 정했다. 서문재가 불리한 사실을 털어놓더라도 기록 없이 주고받은 말만으로 누군가의 책임을 확정하고 싶지 않았다. 저녁 무렵 그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는 주말인데 왜 이렇게 목소리가 피곤하냐고 물었다. 민석은 잠깐 머뭇거렸다. “조금 복잡한 일을 정리하고 있어요.” “돈 잃었니?” “잃은 건 아직 없어요.” “돈보다 중요한 걸 잃지 마.” 민석은 대답 대신 웃었다. 어머니는 무슨 일이 있는지 몰랐지만 평생 일을 하며 가계부를 쓰던 사람이었다. 장부에 적힌 숫자가 맞아도 그 돈을 둘러싼 약속이 잘못되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통화를 마친 그는 책상 앞에 앉았다. 수첩에는 2016년 최초 서류에 찍힌 삼각형 표식이 있었다. R-00 봉투의 것과 닮은 기호였다. 우연일 수도 있었다. 그때 검은 원장이 켜졌다. [서명 비교 대상 / 2016년 강민석] [2036년 서명 형식과 일치율: 100%] 숫자만 보면 완벽했다. 그러나 민석은 곧장 문구를 읽었다. [비교 자료: 이미지 1건] [실물 원본 대조: 수행되지 않음] 그는 화면을 저장했다. 하나의 이미지가 자기 이미지와 같다는 것이 십 년 뒤의 자신이 진짜 서명했다는 뜻은 아니었다. 잠시 뒤 낯선 번호로 문자 한 통이 왔다. ‘제2부 서명은 미래에서 작성된 것이 아닙니다. 2018년에 미래 날짜를 미리 찍는 기능을 누가 배포했는지 확인하십시오.’ 민석은 번호를 누르지 않았다. 발신자가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질문 자체는 공식 검증 기록으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달력의 수요일에 다시 동그라미를 쳤다. 자동 보정 최종 실행까지 사흘. 내일은 서문재에게 서류를 들고 질문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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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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