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8일 월요일 아침, 강민석의 검은 원장에는 아무 금액도 없었다.
[내일의 잔액: 확정 정보 없음]
처음 이런 표시를 보았을 때 그는 오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초능력이 사라지는 것은 평범한 직장인으로 되돌아가는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내일의 잔액을 모른다는 사실보다 오늘 해야 할 일이 분명했다. 오연희의 목소리를 누구에게 돌려줘야 하는지, 누가 허락 없이 사용했는지, 실제 지급과 동의를 어떻게 다시 분리할지가 문제였다.
세온기록관리 상담실에는 녹음기를 틀 장비가 준비돼 있지 않았다. 윤혜라가 일부러 준비하지 않은 것이었다. 내용물의 권리 관계를 판단하기 전에 재생부터 시작하면 누군가의 목소리를 허락 없이 다시 사용하는 일이 될 수 있었다.
정다연은 전날 오연희와 통화했다고 밝혔다. 연희는 실명 공개도 대면 취재도 원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이 가진 사본이 원본과 같은 자료인지 확인할 전문 절차에는 참여할 의사가 있었다. 민석은 무심코 ‘그럼 녹음을 들려주면 되겠네요’라고 말하려다 멈췄다.
“연희 씨가 승인한 절차 안에서만요.” 그가 말을 고쳤다.
다연은 작게 웃었다. “그 말, 십 년 전에 접수대에서 하셨던 말이랑 비슷하네요.”
“정확히 뭐라고 했는지 기억하세요?”
“안 받았다고 말한 사람이 받았다고 써서는 안 된다고요. 누군가 다른 말을 써도 원본을 남겨 두자고 하셨어요.”
민석의 목덜미가 뜨거워졌다. 그는 자신의 십 년 전 모습을 완전히 기억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사람이 누구의 편에 섰는지 보여 주는 것은 때로 기억보다 기록이었다.
오전 열한 시, 예린과 유정호가 2018년 변경표의 재현 결과를 보고했다. 정상 설계에서 R-00은 반환 보류 기록이었다. 잘못된 변환을 거치면 ‘보관됨’이 ‘확보됨’으로, ‘대조 미완료’가 ‘확인 완료’로 바뀌었다. 그리고 특정 거래 시스템은 그 요약 데이터를 정산 증빙으로 불러갈 수 있었다. 실제 돈이 누구에게 갔는지를 증명하는 자료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100억 원은요?” 민석이 물었다.
준성이 오래된 계산표를 펼쳤다. 그 안의 거액은 개별 고객의 확정 손실이 아니라, 잘못된 증빙을 사용한 거래를 모두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위험 추정액이었다. 1,000억 원이나 1조 원의 숫자도 서로 다른 범위와 조건을 담고 있었다. 그 숫자들이 민석의 통장 잔액처럼 표시된 원인은 아직 수사와 검증이 필요했다.
“내 통장에 돈이 들어온다고 생각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민석은 허탈하게 웃었다. “실은 누가 받았다고 적었는지를 보러 왔네요.”
“그래도 실제 천만 원이 들어왔어요.” 세린이 말했다. “그 사실과 그 금액의 법적 귀속은 계속 확인해야 합니다. 원장의 오류가 실제 금융거래까지 없던 일로 만드는 건 아니니까요.”
오후 두 시, 다연을 통해 오연희의 서면 의사표시가 도착했다. 담당자가 정해진 절차로 본인 여부를 확인하고, 녹음과 반환 대상의 대조에 동의한다는 내용이었다. 취재 및 외부 공개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 동의 범위는 분명했다.
마지막 줄에는 연희가 직접 적은 문장이 있었다.
‘그때 받지 않았던 것을, 이제라도 받았다고 쓰지 말아 주세요.’
민석은 한참 그 문장을 바라봤다. 내일의 돈을 미리 아는 능력으로 자신이 할 수 있었던 일은 많았다. 그러나 다른 사람 대신 ‘받았다’고 쓰지 않는 일은 그 능력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해가 기울 무렵, 혜라는 R-00 봉투의 원본 대조를 위한 절차를 시작했다. 당사자의 의사, 보존 의무, 권리 관계를 각기 검토하기로 했으며 당일 바로 반환이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성급한 완료가 아닌 정확한 시작이었다.
민석은 건물을 나서며 원장을 열었다.
[천만 원 입금: 실제 확인]
[원본 반환 절차: 진행 중]
[미확인 수취인: 0명]
정확히 그때, 화면 아래에서 꺼져 있던 봉투 아이콘이 다시 밝아졌다.
[새 문서 도착]
[작성 기준일: 2036.01.08]
[제목: 원본 이관 확인서 / 제2부]
[대상: 강민석]
[금액: -1원]
“또 돈이야?” 민석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곧이어 처음 보는 확인란이 열렸다.
[해당 문서를 열람하면 수취 확인으로 간주합니다]
그는 손가락을 멈췄다. 어제까지의 원장이면 의심 없이 눌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거절해야 할 때를 알았다. 민석은 화면을 닫고 먼저 세린과 예린에게 존재만 알렸다.
다음 순간 알림이 한 번 더 왔다. 미리보기에 내용 한 줄이 노출됐다.
‘지난번에는 남의 이름이 지워졌다. 이번에는 네 이름이 지워진다.’
민석은 걸음을 멈췄다.
[2027.01.19 09:17 예정]
[계좌 소유자: 강민석]
[본인 확인 상태: 기록 없음]
그의 은행 계좌는 아직 정상적으로 보였다. 이 문장이 은행 시스템의 실제 변화인지, 검은 원장이 만들어 낸 또 다른 압박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문제의 대상이 분명했다.
강민석 자신이었다.
제160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