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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159화
PAYLUA ORIGINAL · 제159화

159화. 사라진 사람은 없었다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2,438자

오프라인 책장
1월 16일 토요일 오전 일곱 시 오십 분. 강민석은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어났다. 휴대전화에는 전날 밤 발신자 ‘2036년 강민석’으로 온 문장이 남아 있었다. 한 사람을 지워야 열한 곳의 기록이 멈춘다. 그가 원한 건 해결책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비용으로 쓰는 선택지였다. 새벽에 서윤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전날 편집국을 통해 연락해 온 여성이 본인 확인을 마쳤으며, 정다연이라는 이름을 당사자가 직접 밝히는 데 동의했다는 내용이었다. 다연은 실명 보도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다만 보관 기관 담당자와 한 번 만나 반환 요청이 미종결 상태인지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민석이 먼저 답했다. ‘연희 씨는요?’ ‘다연 씨는 오연희 씨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고 했어요. 다만 당사자의 연락 의사를 먼저 확인하겠답니다.’ 민석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살아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고 했던 목소리의 주인이 어딘가에 살고 있을 가능성이 생겼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에는 당장 그 사람을 만나 모든 것을 설명받고 싶은 조급함도 있었다. 오전 아홉 시, 세린과 혜라는 전날 접수한 보존 요청의 회신을 정리했다. 기록 사용처 열한 곳이라는 원장 숫자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실제 회신을 보낸 기관은 세 곳이었고, 모두 검토 진행 중이었다. 그들이 검은 화면에 쓰인 숫자 하나를 사실로 믿고 움직였다면 또 다른 잘못을 반복했을 것이다. 아홉 시 십칠 분. [선택 기한 종료] [삭제 대상: 반환 요청자 1명] [결과: 선택 없음] 화면이 빨갛게 변했다. [기존 기록 재분류: 보류] 민석은 몇 초 동안 숨을 쉬지 못했다. 그가 아무것도 누르지 않았는데도, 원장은 '선택 없음'을 이번에는 '완료'로 쓰지 않았다. 숫자에 따라 세상이 바뀐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휴대전화에 나타난 결과는 눈앞의 다른 문장과 달랐다. 그때 은행에서 거래 확인의 추가 자료 요청이 왔다. 천만 원 송금 주체에 관한 자료를 제출할 필요가 있다는 안내였다. 누군가 이 일을 끝낸 게 아니었다. 실재하는 기관의 절차는 여전히 느리게 진행되고 있었다. 민석은 상담실 책상 위에 생수를 놓았다가 다연이 앉기 편하도록 반대편으로 밀어 두었다. 작은 배려를 과장하고 싶지 않았다. 상대가 지난 십 년 동안 겪은 일을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당시에 제가 아주 용감한 사람이었던 건 아닙니다.” 다연이 앉으며 말했다. “회사에서 시키는 일이라 봉투를 전달한 거예요. 그리고 일이 잘못된 걸 알고도 몇 번쯤은 연락하다가 그만뒀어요.” “그만둔 걸 후회하십니까?” “후회하는 날도 있고, 그때는 생활이 너무 바빴다고 생각하는 날도 있어요. 연희 씨한테는 그게 십 년이 됐죠.” 민석은 대답하지 않았다. 자신도 이전의 모든 선택을 영웅적으로 설명할 자격은 없었다. 겨우 버티며 했던 작은 결정이 긴 시간을 건너 누군가의 증거로 남는 경우가 있었다. 그는 그런 선택을 지금이라도 더 정확하게 해내고 싶었다. 오후 두 시, 정다연은 세온기록관리 외부 상담실로 들어왔다. 그는 민석의 생각보다 평범한 사람이었다. 검은 외투를 입었고, 손잡이가 헐거워진 장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오래된 비밀을 쥔 사람이 꼭 비밀스럽게 생긴 것은 아니었다. “저를 찾으셨다고 들었어요.” 다연이 말했다. “허락 없이 찾아다니지는 않았습니다.” 민석이 답했다. “반환 요청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다연은 상담실 벽의 시계를 보았다. “그때도 비슷한 시간이었어요. 아무래도 시간은 잘 안 잊히더라고요.” 혜라는 신원 확인과 목적 설명을 마친 뒤, 다연이 원하는 범위에서만 자료를 보여 줬다. 다연은 R-00 봉투의 외부 겉장을 보자 눈을 감았다. “맞아요. 저 표식은 제가 그렸어요. 내용물을 다른 자료와 섞지 말라고요.” “녹음기의 주인은 오연희 씨였다고요?” 세린이 물었다. “네. 당시 연희 씨는 조사받는 것 자체를 무서워했어요. 목소리를 남기되, 자기 허락 없이는 밖으로 내보내지 말아 달라고 했죠.” “그럼 왜 돌려받지 못했습니까?” “제가 요청서를 내고 나흘 뒤에 연락했을 땐, 대조 중이니 기다리라고만 했어요. 그 뒤로 담당자가 바뀌었고요.” 민석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연희 씨는 지금…” “살아 있어요.” 다연이 말했다. “그리고 지금 그 말을 하고 싶은지는 별개의 문제예요.” 민석은 한참 고개를 들지 못했다. 자기와 연결된 엄청난 예측보다 짧은 대답 하나가 크게 들렸다. 다연은 말을 이어 갔다. “연희 씨가 확인하고 싶은 건 녹음 내용이 외부로 사용됐는지, 그리고 그걸 멈출 수 있는지예요. 만나기 전에 그 답을 준비해 주세요.” 상담이 끝난 뒤 민석은 원장을 열었다. [미확인 수취인: 1명] [원본 제출자: 오연희] [반환 대리 요청자: 정다연] 그 아래에 희미한 줄이 나타났다. [최종 선택: 원본의 당사자에게] 민석은 처음으로 그 화면의 다음 줄이 아니라 실제 사람의 다음 말을 기다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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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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