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4일 목요일 오전.
김예린은 2036년 영수증 이미지의 모서리를 확대했다. 세온기록관리의 허가된 보안 환경에서 원본 사진과 저장된 사본을 각각 열어 둔 상태였다. 강민석이 처음 보았던 영수증에는 노란 종이의 얼룩까지 있었지만, 이미지의 색이 오래됐다는 건 종이가 실제로 십 년을 거쳤다는 증거가 아니었다.
“여기 ‘십 년 후 보관 이관 예정’이라는 양식 이름이 있어요.” 예린이 말했다.
유정호가 고개를 들었다. “2016년에 만든 추적 양식인가요?”
“그 가능성이 있습니다. 당시 시험 시스템에서 10년 뒤 날짜를 미리 출력하도록 설정했거든요. 그런데 그 양식이 어떻게 2027년 원장에 들어왔는지는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민석은 갑자기 김이 빠졌다. “그럼 미래에서 온 게 아니라 과거에 인쇄한 걸까요?”
“지금 확인된 건 양식의 존재예요.” 예린이 분명하게 말했다. “이미지의 원본 생성 시각도 아니고, 누가 지금 전송했는지도 아닙니다.”
회의실 벽면에 실제 영수증과 2016년 시험 인쇄물이 나란히 떠올랐다. 비슷한 모양의 상단 테두리. 같은 위치의 결재란. 그리고 서명 아래 작게 적힌 문구.
'이관 완료일은 실제 확인 후 입력할 것.'
2036년 사진에서는 그 문구만 사라져 있었다.
“완료되기 전에 완료라고 찍었군요.” 준성이 말했다.
“아직 그 사진을 누가 만들었는지 모릅니다.” 유정호가 정정했다. “하지만 이 양식만으로 2036년의 누군가가 실제 서명했다고 판단할 수 없다는 건 분명합니다.”
서윤은 창가에서 이 대화를 듣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독자는 미래의 강민석이 보냈다는 문구를 기억할 텐데요. 그건 어떻게 다룰까요?”
“출처 불명 메시지죠.” 민석이 대답했다. “내 이름을 쓴 누군가가 보낸.”
그렇게 말하면서도 휴대전화 화면 속의 익숙한 문장 때문에 손을 움켜쥐었다. '네가 잊은 건 그 사람의 이름이지, 네가 했던 선택이 아니다.' 누군가 자신에게만 통할 표현을 쓴다는 사실만으로 발신자가 자신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것이 가장 위험한 함정일 수 있었다.
오후에는 세린이 천만 원 송금의 확인 상황을 전했다. 송금인 적요의 ‘원본반환정산’은 실제 법적 목적을 증명하지 않는다. 민석에게 송금 요청을 했던 외부기관의 설명이 도착했지만, 그 설명은 아직 관련 자료와 대조 중이었다. 그는 자금의 보전 사실만 확인하고 권리 주장을 하지 않았다.
“이제 그 돈 돌려주면 끝나는 것 아닌가요?” 후배 동료가 물었다.
“누구에게 돌려줄지를 알아야지.” 민석이 말했다. “문제는 누가 갖고 있느냐만이 아니야. 그 돈을 누군가의 동의로 둔갑시켰는지도 봐야 해.”
퇴근 무렵 서문재는 예린에게 2018년 검증표 승인 문서를 가져왔다. 그가 서명한 효율화 지시서의 상세 부록에 실무자의 수정 메모가 남아 있었다.
‘미확인 상태를 보류하지 말고 정상 흐름으로 배치. 확인 후 정정 가능.’
문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저는 그때 사후 정정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린은 단호했다. “처음부터 당사자 권리가 잘못 표시되면 사후에 정정하더라도 이미 다른 시스템으로 전송됐을 수 있어요.”
준성도 서류에 시선을 고정했다. 2018년에 그는 그 일을 ‘운영 위험이 낮은 개선’이라고 평가했다. 이제 그 평가가 어떤 사람에게는 이름과 목소리를 돌려받지 못한 십 년이 됐다는 걸 알았다.
오후 다섯 시 민석은 작업실 벽에 붙여 둔 날짜들을 한 장씩 떼어 냈다. 2016년, 2018년, 2026년, 2027년, 그리고 아무것도 확인되지 않은 2036년. 그는 십 년을 건너뛰는 화살표를 몇 번이나 그었다 지웠다. 한 파일에 미래 날짜가 있다고 해서 미래가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는 그 날짜가 거짓이라는 결론마저 서둘러 내리고 싶지 않았다. 아직 알지 못하는 부분을 모른다고 적는 게 가장 어려웠다.
준성이 방문했다. 두 사람은 배달된 차가 식도록 이야기를 나눴다. “네가 예전에 그 앱으로 돈 벌었다는 얘기 있잖아. 이제는 어떻게 생각해?” 준성이 물었다.
“그 돈이 실제로 들어왔다는 사실과 그 이유를 내가 안다는 건 전혀 달라. 그걸 몰라서 여기까지 왔지.”
준성은 벽에 붙은 '미확인' 종이를 보았다. 두 사람은 더는 그 단어를 실패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날 밤 원장에 세 줄이 떴다.
[원본 이관 영수증 / 서명: 강민석]
[서명 시각: 2036.01.08]
[원본 확인에 사용된 서명 표본: 2016.10.25]
민석은 숨을 멈췄다. 2036년 서명이 2016년 자신의 서명을 복사해 만든 것이라면, 누군가 십 년 전의 그를 이용해 십 년 뒤까지 승인을 미리 써 두었다는 뜻일 수도 있었다.
마지막 줄은 더 기묘했다.
[서명 복제 감지: 미확정 / 대체 검증 절차 시작]
누군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결정권까지 미리 차지하려 하고 있었다.
제157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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