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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154화
PAYLUA ORIGINAL · 제154화

154화. 정다연이라는 이름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2,048자

오프라인 책장
정다연. 강민석은 휴대전화 메모장에 그 이름을 적고도 검색창을 열지 않았다. 이름만으로 동명이인을 뒤져 찾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가 알아야 할 것은 어디에 사는 사람이냐가 아니라 그 사람이 원본을 돌려받을 권리가 있다는 증거였다. 1월 12일 화요일 오전, 한서윤은 취재팀에 원본 자료의 반송 절차를 문의했다. 편집장은 대답 대신 질문을 했다. “그 사람은 인터뷰에 동의했어?” “아직 연락도 안 됐습니다.” “그럼 실명을 기사에 쓸 이유도 없겠네.” 서윤은 웃었다. 처음 원장 사건을 취재할 때만 해도 편집장은 숫자가 큰 문장을 좋아했다. 그러나 몇 달 동안 ‘받았다’는 문장이 한 사람의 생활을 얼마나 흔들 수 있는지 함께 본 뒤로는 질문이 달라졌다. 세온기록관리에서는 정다연이라는 이름이 2016년 외부 인계 업무의 결재란에 있는지 먼저 확인했다. 윤혜라가 공개 범위 안에서 전산 대조 결과만 공유했다. “2016년 기록의 외부 인계 근무자 명부에 같은 이름이 있습니다. 다만 R-00 봉투의 요청자와 같은 사람인지는 아직 확인할 수 없습니다.” 준성이 기억을 더듬었다. “하얀 운동화 신던 계약직 직원이 있었어. 서류를 접수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잘못 처리된 자료를 다시 가져가겠다고 온 사람이었지.” “이름이 정다연이었어?” 민석이 물었다. “모르겠어. 그날 얼굴도 정확히 기억이 안 나.” “그럼 그렇게만 적자.” 준성은 작게 웃었다. “네가 날 이렇게 훈련시킬 줄은 몰랐다.” 오후에 도착한 서문재의 일정표에는 ‘외부 반송 담당자 면담’이라고 적혀 있었다. 2016년 10월 25일 오후 네 시 반. 비고란에 볼펜으로 쓴 세 글자가 있었다. ‘녹취 돌려.’ 민석이 말을 잃었다. “이걸 왜 그때 처리하지 않았습니까?” 문재는 오래된 글씨를 보았다. “반환을 하면 원본이 사라져 검증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일정한 기간 보관하는 쪽이 안전하다고 판단했죠.” “그럼 그 결정은 요청자에게 알렸습니까?” 문재는 대답하지 못했다. 안전을 위해 보관한다는 말이, 보관 사실조차 알리지 않는 변명이 되어 버린 순간이었다. 문재가 회의실을 떠나려 할 때 준성이 그를 불렀다. “2018년에 누군가 자료를 ‘자산’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순간이 언제였습니까?” 문재는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그 표현을 쓴 걸 기억합니다. 오래 보관돼 있으니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죠.” “누구에게 가치가 있었는데요?” 준성이 다시 물었다. 문재는 대답 대신 일정표를 접었다. 잠시 후 그는 “검토 회의에서 제일 먼저 확인했어야 하는 질문이네요”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준성은 메모장에 그 질문을 적었다. 예전의 자신이 상품의 가치만 계산했던 시간을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세린은 반환과 보존이 양자택일일 필요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필요하면 적법한 사본 보존, 접근 제한, 열람 기록을 남기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의 법적 근거와 계약상 권한을 확인하기 전에는 지금 누가 잘못했다고 단정할 수 없었다. 그날 저녁 혜라가 정식 연락 절차를 제안했다. 2016년 자료에 남은 외부 기관의 공용 연락 창구를 통해 ‘반환 요청이 미종결 상태로 남아 있다’는 사실만 안내하고, 당사자가 원하면 지정 담당자와 연결하는 방식이었다. 주소를 뒤지거나 사적으로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은 피하기로 했다. 민석은 말없이 동의했다. 누군가 자신을 알아봐 주길 기다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상대가 지금 그 일을 기억하고 싶어 하는지는 그가 알 수 없었다. 밤 열한 시, 검은 원장에 짧은 메시지가 떴다. [정다연 / 연락 결과: 예정] [다음 거래 예정: 0원] [원본 권리 이관: 강민석 → 정다연] 그는 ‘이관’이라는 단어를 보자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자신에게 원본을 줄 권리가 있는지조차 확인되지 않았는데, 원장은 이미 그가 누군가에게 돌려주었다고 쓰려 하고 있었다. 민석은 즉시 보존 화면을 캡처하고 혜라에게 전달했다. “이번에는 내가 서명하지 않으면 되는 거겠지.” 그렇게 말했지만 자신이 서명하지 않았어도 누군가가 완료를 기록했던 지난 열 해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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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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