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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153화
PAYLUA ORIGINAL · 제153화

153화. R-00의 봉투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2,314자

오프라인 책장
1월 11일 월요일 오전 아홉 시 오십 분. 세온기록관리의 공조기가 일정한 소리로 돌아갔다. 윤혜라는 회의실 벽에 접근 권한표를 붙이고, 참석자들에게 오늘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먼저 설명했다. 원본 반환 요청의 존재 여부와 분리 보관 상태를 확인하는 일은 가능했다. 하지만 요청자의 실명이나 연락처를 당사자 동의 없이 확인하는 일은 별도 판단이 필요했다. “오늘 봉투를 뜯으려는 게 아닙니다.” 혜라가 말했다. “목록과 봉인의 연속성을 대조할 겁니다.” 민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방에는 김예린과 유정호, 변호사 세린이 참석했고 박준성은 조금 뒤쪽에 섰다. 서윤은 취재용 노트북을 열지 않았다. 공개 가능한 절차만 기록할 생각이었다. 자료를 운반해 온 직원은 봉투를 내려놓기 전에 인수인계 표에 시간을 적었다. 민석은 예전 같으면 이런 절차를 번거롭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오늘은 한 번의 서명이 나중에 원본의 길을 설명해 준다는 점이 고마웠다. 그는 건너편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누가 작성했는지 모르는 '완료' 한마디에 끌려다니던 사람이, 이제는 '아직'이라는 말을 확인하고 있었다. 혜라는 두꺼운 보관대장에 손가락을 올렸다. 이 기관으로 이관되기 전의 기록이 빈 구간이 있다는 사실도 숨기지 않았다. “연속적으로 보관됐다고 주장하려면 비어 있는 기간을 설명해야 합니다. 누락된 인계 증빙을 찾거나, 찾지 못했다고 남겨야 해요.” 문재는 그 말을 듣고 창밖을 바라봤다. 민석은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았다. 무책임한 추궁보다 문재가 문서로 무엇을 내놓을지 지켜보기로 했다. 보관실에서 나온 것은 서류 봉투 세 개였다. 각각 고유한 봉인 번호가 있었고, 두 개에는 개봉 기록이 남아 있었다. 가장 얇은 봉투 하나만 테이프가 처음 붙은 모습 그대로였다. “이게 R-00입니까?” 민석이 물었다. “외부 겉장 색인으로는 그렇습니다. 내부 문서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아직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혜라가 보관 기록을 읽었다. 2016년 10월 25일 오후 네 시 사십삼 분, 반환 요청 접수. 2016년 10월 26일 오전, 반환 안내 보류. 2018년 3월 14일, 전산 효율화 대상에서 제외. 2026년 12월, 접근 권한 재점검. “전산 효율화에서 제외됐는데 왜 아직 문제가 되는 거죠?” 준성이 물었다. 유정호가 오래된 시스템 설계서를 열었다. “실제 원본 보관 대상에서는 제외됐지만, 요약 데이터 수집 대상에서 제외된 건 아닙니다. 2018년 이후 색인 복제본이 거래 검증 테이블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어요.” “사람의 연락처가요?” 민석이 굳은 얼굴로 물었다. “연락처 자체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봉투가 있다는 표시만 자산처럼 쓰였을 수도 있죠. 확인이 필요합니다.” 그때 서문재가 도착했다. 그는 봉투를 보자마자 얼굴이 굳었다. “저걸 지금까지 보관했습니까?” 혜라의 목소리가 단호해졌다. “저희 기관으로 들어온 자료는 정해진 규정에 따라 보존하고 있습니다. 질문이 있으면 기록으로 남겨 주십시오.” 문재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민석은 그에게 직접 물었다. “이 봉투가 뭔지 아십니까?” “그날 현장에 오셨던 분이 있었습니다. 접수 담당이 아니라 외부에서 자료를 들고 온 사람이었죠.” “이름은요?” “정확하지 않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이름을 지금 말하면 다른 사람에게 누명을 씌울 수도 있습니다.” 세린이 기록을 요청하자 문재는 자신의 2016년 일정표를 찾아 제출하겠다고 했다. 그의 주저가 또 다른 회피인지, 이제야 신중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오후, 혜라는 기존에 허가된 외부 겉장만 고해상도로 촬영해 봉인 결속을 대조했다. 우표나 이름 대신 작은 삼각형 표식이 있었다. 민석의 손이 멈췄다. 그 표식은 십 년 전 수첩 한 귀퉁이의 흔적과 닮아 있었다. “같다고 보시는 겁니까?” 예린이 물었다. “닮았다고만요.” 민석이 말했다. “제가 아는 건 거기까지예요.” 유정호는 두 표식의 크기와 방향, 당시 사용하던 분류 용례를 대조할 방법을 제안했다. 결론부터 내리지 않고 확인 절차를 만들었다. 퇴근 무렵 혜라가 봉투를 다시 보관실로 옮겼다. 민석은 문이 닫힐 때까지 기다렸다. 오래된 봉투가 주인을 찾기 전까지 잘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상하게 안도감이 들었다. 그날 밤 검은 원장이 문서를 하나 더 보여 줬다. [2036년 원본 이관 영수증] [반환 대상 문서: R-00] [확인자: 강민석] [요청자란: 정다연] 처음으로 이름이 나왔다. 하지만 다음 줄은 그 이름보다 더 낯설었다. [정다연 / 2016년 기록상 지위: 제출자 아님] 민석은 몸을 일으켰다. 제출자도 아닌 사람이 어떻게 원본의 반환을 요청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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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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