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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152화
PAYLUA ORIGINAL · 제152화

152화. 돌려받으러 오지 않은 사람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2,233자

오프라인 책장
일요일 아침, 한서윤은 취재 노트를 닫고 거실 창문을 열었다. 뿌옇게 흐린 하늘 아래 아파트의 세탁물이 바람에 흔들렸다. 편집국에서 기자로 오래 일했지만 그녀는 주말에 휴대전화를 끄는 연습을 끝내 성공하지 못했다. 다만 누가 보낸 자료든 확인되지 않은 이름을 곧바로 기사에 적지 않는 습관은 지킬 수 있었다. 강민석이 보내온 사진에는 제목도 없고 이름도 없었다. 2016년 10월 25일, ‘서면 1건, 녹취 매체 1건’이라는 문구만 선명했다. “왜 나한테 먼저 보여 줘요?” 서윤이 전화로 물었다. “기자가 사람을 찾는 데 능숙하니까.” “기자는 사람을 함부로 찾는 데 능숙하면 안 돼요.” 민석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조금 부드럽게 말했다. “이름 없이도 확인할 길을 찾아보죠. 혹시 그날 누가 자료를 맡겼는지 알고 있는 분이 계신가요?” “서문재 씨나 준성이는 알지 않을까요.” “그분들 기억만으로 공개하면 안 되겠죠. 먼저 서류에 남은 역할부터 정리해요.” 두 사람은 전화로 세 가지 단어를 구분했다. 지급받아야 할 사람, 기록을 맡긴 사람, 기록을 돌려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 셋은 같은 사람일 수도 있었지만, 반드시 같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2036년 영수증의 수취인이 강민석 씨라고 되어 있어도요.” 서윤이 말했다. “그건 문서를 이관받는 사람일 수 있지, 돈을 받을 사람이란 뜻은 아니에요.” “왜 모든 게 이렇게 헷갈리게 적혀 있을까요?” “헷갈리면 누군가 이익을 얻으니까요. 그렇다고 지금 그걸 누가 의도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서윤은 그동안 작성한 기사 제목을 내려다봤다. '100억 원이 사라졌다', '지급 완료의 함정', '녹취가 남긴 물음'. 가장 많은 조회를 기록한 기사는 거액이 등장하는 첫 기사였고, 당사자들이 실제 정정 신청에 쓸 수 있는 안내를 담은 기사는 조회 수가 훨씬 적었다. 처음엔 서운했지만 지금은 그 숫자가 사건의 중요도를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편집국 자료실에 전화를 걸어 취재 제보자의 연락처를 취재팀 밖에서 검색할 수 없도록 다시 확인했다. 누군가의 정보 보호를 다루는 기사가 오히려 그 사람의 이름을 새는 통로가 되어서는 안 됐다. 일을 거창하게 만들 필요는 없었다. 기록을 열람한 사람이 누구인지 남기는 작은 규칙부터 지키면 됐다. 민석은 세온기록관리 자료 가운데 자신이 이미 적법하게 받은 공개 목록만 다시 펼쳤다. 2016년 반환 요청 자료와 관련한 기록에는 보존 대상의 종류만 있고 개인 이름은 가려져 있었다. 그런데 한 칸이 이상했다. '반환 요청인의 연락처: 별도 봉투 보관.' 그 뒤에는 ‘봉투 미개봉’이라고 적혀 있었다. “연락할 방법이 있었는데도 봉투를 안 열었다는 거네.” “아니면 열지 말아야 할 사유가 있었을 수도 있죠.” 서윤이 말했다. “미개봉 상태 자체가 당시 약속이었을 가능성도요.” 그날 오후 하은에게서 문자가 왔다. 그녀는 새로 등장한 이름 없는 사람의 사연을 궁금해하면서도, 자신의 과거가 모두와 공유되는 단서로 취급되는 일을 경계했다. ‘제 자료는 그 사람을 찾는 데 쓰지 말아 주세요. 다만 2016년에 누가 다른 사람 이름을 보호하려고 했다면, 그건 제대로 남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민석은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얼마 전의 자신이었다면 두 사건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겹치는 정보를 모두 모았을 것이다. 이제는 누군가 제공하지 않겠다고 한 자료를 쓰지 않는 것도 조사라는 걸 알았다. 저녁 여덟 시, 준성이 과거 장부의 목차를 보내 왔다. 특정인의 개인정보를 포함하지 않는 색인 번호뿐이었다. [반환 요청: R-00] [수취 확인: 해당 없음] [원본 제출: 접수됨] [보관 장소: 분리 봉투] “R-00.” 민석은 소리 내어 읽었다. 그 숫자는 원장에 나타난 '000번'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준성은 곧바로 메시지를 보냈다. '이 번호가 000번과 같은 체계라는 증거는 아직 없어.' 민석은 수첩에 두 번호 사이에 선을 긋지 않았다. 대신 나란히 적었다. 연결될 가능성은 있지만, 같다고 확인된 것은 아닌 기록들. 잠들기 직전 검은 원장이 다시 켜졌다. [2016년 미개봉 봉투 / 개봉 권한: 없음] [2027.01.11 10:00 / 담당자 입회 대조 예정] 그 아래 새로운 문장이 떠올랐다. ‘봉투를 열면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찾았다는 사실을 그 사람에게 누가 알려 줄 것인가?’ 그는 알림을 닫았다. 누군가의 과거를 알게 되는 일이, 그 과거를 당사자에게 설명할 책임보다 먼저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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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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