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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148화
PAYLUA ORIGINAL · 제148화

148화. 받았다고 쓰인 사람들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2,793자

오프라인 책장
1월 6일 수요일. 비가 내렸다. 겨울비는 눈보다 더 차갑게 느껴졌다. 세온기록관리 앞 빗물 웅덩이에는 지나가는 버스의 붉은 불빛이 길게 비쳤다. 강민석은 문정아와 백소희를 먼저 맞았다. 두 사람은 복도에서 서로 인사를 했지만, 지나치게 친한 척하지 않았다. 같은 문제를 겪었다고 해서 서로의 사정을 모두 아는 것은 아니었다. 오늘의 면담은 세 사람이 함께 항의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백소희는 오전 회의 전에 하은에게 커피를 권하려다가 잠시 멈췄다. 아는 사이처럼 굴어도 될지 몰랐다. 하은이 먼저 웃으며 종이컵을 받았다. “저는 뉴스에서 소희 씨 이야기만 봤어요. 저보다 오래 일 겪으셨겠어요.” “오래 겪었다고 더 잘 아는 건 아니더라고요.” 소희가 말했다. “저도 제가 받은 적 없는 돈이 어느 장부에 올라 있는지 이제야 조금 알았어요.” 문정아는 종이컵을 내려놓았다. “내가 만들지 않았다고 했던 확인서가 누군가한테는 월세 보증 심사 자료로 들어갔대요. 난 그런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세 사람은 거기서 말을 멈췄다. 누구의 이야기가 더 불행한지 비교할 필요가 없었다. 잠시 창밖을 바라보다 하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저한테는 이 방이 처음으로 괜찮아요. 안 받았다고 말해도 바로 영수증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잖아요.” 소희가 대답했다. “여기서도 자료는 내야 해요. 다만 내 말을 누가 대신 고쳐 쓰지는 못하게 해야죠.” 정아가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그럼 오늘 그걸 먼저 하죠.” 세 사람은 각자의 서류철을 다시 펼쳤다. 같은 방향으로 앉아 있었지만 각기 다른 길을 걸어 여기까지 온 사람들이었다. 자기 기록이 어디에 사용됐는지를 각자 확인하는 자리였다. 정아는 17-B 확인자의 이름이 사용된 경로를, 소희는 미수령 이의 제기가 완료로 변경된 경로를, 하은은 비공개 정보가 대체 수취인 표시에 연결된 경로를 따로 볼 예정이었다. 필요한 범위만 같은 기술 설명을 들었다. “우리 셋을 하나의 피해자로 묶지 말아 주세요.” 정아가 말했다. “저는 확인 담당자였고, 소희 씨는 미수령인이었고, 하은 씨는 공개를 막아 달라고 요청한 사람이니까요.” 서윤은 수첩에 그 말을 그대로 적었다. 사건이 커질수록 기사에서 한 줄로 설명하고 싶은 욕망도 커졌다. 하지만 한 줄이 세 사람의 뜻을 뒤섞을 수 있었다. 유정호는 2018년 변경표에 있는 세 개의 코드가 이후 ‘완료’라는 하나의 문자열로 합쳐졌다고 설명했다. 보관 완료, 지급 요청 완료, 수취 확인 완료. 서로 다른 일이었다. 그런데 외부 결과 화면에서는 구별되지 않았다. “좋은 뜻으로 통합했다고 한 사람도 있었겠죠.” 예린이 말했다. “화면이 간단해진다고 업무가 간단해지는 건 아닌데요.” 민석이 물었다. “그걸 이용해 실제 돈을 받은 사람은 있습니까?” 태겸은 준비한 답변을 읽었다. 확인된 것은 결과표가 계약 검토에 사용된 사례 몇 건이었다. 그 결과표를 근거로 실제 지급이나 이익이 발생했는지, 어떤 금액이 오갔는지는 개별 거래 자료를 더 확인해야 했다. “계약 검토에 쓰였는데 돈의 행방은 모른다는 겁니까?” “적어도 제가 접근 가능한 자료만으로는 그렇습니다.” 그때 하은이 손을 들었다. “그럼 누가 실제로 받았는지 알아내기 전에는 제 기록을 고칠 수 없나요?” “그렇지 않아요.” 혜라가 답했다. “하은 씨의 자료가 비공개 보호 대상이었고 본인 수령 동의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따로 정정할 수 있습니다. 실물 지급 여부를 밝히는 일은 병행하면 됩니다.” 하은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동안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도둑을 잡아 주는 영웅이 아니었다. 자기 말이 자기 기록에 남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준비한 신청서를 꺼냈다. 매일 출근 전에 한 줄씩 고친 문장이었다. ‘저는 공개를 거절했으나 수령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 두 의사는 서로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정아도 자신의 신청서를 냈다. 소희도 마찬가지였다. 세 장의 문서는 표현이 달랐고, 각각 필요한 절차도 달랐다. 그러나 누구의 이름을 누구의 동의로 갈음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같았다. 오후 네 시, 준성은 서문재와 복도에서 마주쳤다. 문재는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다. 외부 거래처의 실무자가 전화를 걸어와 당장 투자자에게 설명할 문장을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어떤 문장이 필요하답니까?” 준성이 물었다. “거래가 정상적으로 완료됐고, 이의 제기는 형식적 오류라고요.” “그렇게 말할 겁니까?” 문재는 긴 시간을 두고 대답했다. “아니요. 모르는 걸 정상이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 말이 진심인지는 나중에 그가 실제로 제출하는 서류로 확인해야 할 일이었다. 그러나 준성은 십 년 전 자신의 상사에게서 들어 본 적 없는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밤이 되자 민석에게 은행의 보안 알림이 도착했다. 본인 명의 계좌로 예정되지 않은 큰 금액이 이체 시도될 경우 확인하라는 일반적인 안내였다. 그는 은행 앱의 거래 내역을 살폈지만 변화가 없었다. 검은 원장은 달랐다. [지급 금액: +10,000,000원] [처리 단계: 송금 기관 접수] [수취인: 강민석] [완료 예정: 2027.01.07 09:17] “드디어 진짜로 보내려는 거야?” 민석이 속삭였다. 그는 세린에게 연락하고 다음 날 은행 상담을 예약했다. 예고가 사실인지 아닌지 모른 채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예고만 믿고 돈이 들어왔다고 쓸 수도 없었다. 그때 또 하나의 문장이 나타났다. [원본 비공개 보호 해제 여부: 미확정] [지급 완료 후 자동 해제 예정] 민석은 휴대전화가 차갑게 느껴졌다. 돈을 보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돈을 보냈다는 기록으로 누군가의 보호 약속을 풀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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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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