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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146화
PAYLUA ORIGINAL · 제146화

146화. 두 개의 도장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2,802자

오프라인 책장
1월 4일 월요일. 세온기록관리 제2보관실 문이 열리자 오래된 종이 냄새가 새어 나왔다. 강민석은 절로 숨을 얕게 들이마셨다. 서류를 찾아다니는 동안 이 냄새가 낯설지 않게 됐지만, 오늘만큼은 그것이 싫었다. 마치 열 해 전 자신이 무언가를 잊었다는 사실까지 종이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윤혜라는 장갑을 낀 손으로 상자를 꺼냈다. 2016년 10월 25일의 접수대장. 매끄러운 복사지 대신 가장자리가 일어난 얇은 종이였다. 같은 날의 종이를 계속 바꿔 끼울 수 없도록 페이지마다 결속 번호가 찍혀 있었다. “원본 대장은 여기서만 열람합니다. 하은 씨가 동의한 부분 외에는 가림 처리된 열람본으로 확인합니다.” 동석한 세린이 서류를 훑었다. 16시 43분, 보호 신청 접수. 접수자 강민석. 접수 목적은 ‘비공개 처리 및 미지급 사실 보존’. 그 아래에 서명이 있었다. 이번에는 화면 속 이미지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종이의 눌린 자국이 남아 있었고, 원본 대장 표기와 다음 페이지의 인수 시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민석은 자신의 옛 서명을 내려다봤다. 예전에 가로획을 길게 빼던 버릇이 보였다. 확인했다고 우길 수 있을 만큼 익숙했지만, 그것만으로 본인이 서명했음을 완전히 증명할 수는 없었다. 혜라가 다음 칸을 가리켰다. “여기에 또 하나 있습니다.” ‘지급 확인 대체 요청 / 수취인 불명 / 보류’. 그 서명 칸에는 강민석이라는 이름이 인쇄돼 있었으나, 손글씨로 적힌 답은 ‘승인 불가’였다. 그 옆에는 붉은 도장 두 개가 찍혀 있었다. 하나는 ‘접수’, 다른 하나는 ‘미승인’. “그러니까 제가 승인 요청 자체를 올린 게 아니군요.” “원본상으론 그렇습니다. 보호 요청은 접수했고, 지급 완료 처리는 승인하지 않았어요.” 준성이 긴 숨을 내쉬었다. “2018년 이관 파일에선 붉은 도장 중 미승인만 누락됐어. 남은 접수 도장을 지급 승인으로 읽었겠지.” “그게 실수라고 끝내면 안 됩니다.” 세린이 말했다. “누락 경위를 확인해야 합니다.” 하은은 직접 열람실에 들어오지 않았다. 열람 도중 우연히 자신의 정보가 다른 사람에게 노출되는 일이 없도록 별도 방에서 당사자 부분만 확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혜라가 결과를 전달하자 그녀는 오래 말이 없었다. “제 이름을 지우면서 받지 않았다는 말을 남겨 준 거였군요.” “원본은 그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왜 열 해가 지나서야 그걸 알게 됐죠?” 혜라는 답 대신 가림 처리된 정정 요청서 초안을 내밀었다. 하은은 서류를 받았지만 곧바로 서명하지 않았다. 설명할 기회를 기다리던 사람처럼 보였다. 오후에는 회의실 밖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보관실 전화를 받은 직원이 복도를 달려왔다. 2018년 당시 대체 규칙을 적용한 외부 고객사 하나가 ‘원본 제공 즉시 계약 정산 가능’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여러 명에게 발송했다는 것이다. “어떤 원본입니까?” 혜라가 물었다. “오늘 열람한 접수대장 사본이라고 합니다.” 순간 혜라의 얼굴이 굳었다. 보관실 한쪽에서 보안 담당자가 출입 기록을 확인하는 동안 사람들은 같은 문장을 입 밖에 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혹시 누가 내부에서 몰래 사진을 찍은 건 아닐까. 그 의심을 말하는 순간 혜라의 동료들이 모두 용의자가 될 수 있었다. 혜라는 먼저 오늘 열람본이 어떤 장치에서 출력됐는지, 외부로 전달된 자료가 있었는지만 점검하자고 했다. 민석은 예전 같았으면 누군가를 바로 몰아세웠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복도 끝 유리문 밖에 놓인 화분을 바라봤다. 정아가 로비에서 앉았던 벤치도 보였다. 사람들이 기록을 믿을 수 없다고 느낀 끝에 찾아온 장소에서, 확인되지 않은 의심을 퍼뜨리는 건 더 큰 상처가 될 수도 있었다. “정말 오늘 여기서 나간 게 아니라면요?” 그가 물었다. “그럼 이전에 잘못 잘려 나간 사본이 아직 계속 돌고 있다는 뜻이죠.” 혜라가 말했다. “그것도 반드시 막아야 할 일입니다.” 그제야 민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유출했는지 찾는 일 못지않게, 잘못된 문서가 어제도 오늘도 정당한 증거처럼 사용되는 것을 막는 일이 급했다. 그녀는 원본 사본을 외부로 보낸 적이 없었다. 실제 이메일에 첨부된 것은 페이지 전체가 아니라, ‘접수’라는 붉은 도장만 잘라 낸 이미지였다. ‘미승인’ 도장이 있던 오른쪽은 깨끗이 제거돼 있었다. 민석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누가 방금 우리가 본 걸 알고 이런 걸 보냈다는 겁니까?” “당연히 그렇게 느껴지겠지만, 2018년에 유통된 불완전 사본을 재사용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예린이 말했다. “시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여기서 누가 유출했다고 단정하지 마세요.” 그들은 발송 시각과 파일의 생성 이력을 보존 요청했다. 서윤은 한발 떨어져 취재노트를 닫았다. 하은이 지키고 싶은 부분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전에는 그 도장 사진을 보도하지 않기로 했다. 저녁 무렵, 서문재는 2018년 보고서의 검토 서명을 자진 제출했다. 자신이 빠진 도장 이미지를 첨부한 문서를 결재한 건 인정했다. 다만 원본에 도장이 두 개 있었다는 사실을 당시 알았는지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민석이 물었다. “원본을 안 본 사람이 원본 확인했다고 서명하면, 도대체 누구를 믿으라는 겁니까?” 문재는 답하지 못했다. 그날의 자료가 답이었다. 밤 아홉 시, 검은 원장이 켜졌다. [2016.10.25 / 보호 요청: 확인] [지급 승인: 거절] [2018 변환 처리: 완료] 그리고 한 줄이 더 나타났다. [현재 대체 지급 처리 주체: 2018년 서명 검토자] 민석은 준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 이름이 나올 수도 있어.” 준성은 한참 침묵한 뒤 말했다. “나온다면 내가 봐야지. 이번엔 미루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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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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