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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142화
PAYLUA ORIGINAL · 제142화

142화. 이름을 지운 이유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2,832자

오프라인 책장
편의점 옆 작은 카페는 아직 아침 손님으로 가득했다. 강민석은 이하은에게 창가가 아닌 안쪽 자리를 권했다. 거리에서 이야기하면 행인이 듣게 될까 봐서였다. 하은은 주문한 차를 마시지 않은 채 손바닥으로 잔을 감쌌다. “어제 한서윤 기자님에게 연락했어요. 공개 기사에 나온 피해자 연락 창구를 통해서요.” “기자에게 먼저 연락하신 겁니까?” “제 이름을 다시 쓰고 싶지 않아서요. 그리고 강민석 씨는 제 이름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녀가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2026년 12월 29일자로 발신된 지급 안내였다. ‘오래된 보상금 정산이 완료되었습니다. 미수령 이의 제기는 자동 종결됩니다.’ 발신 주체는 금융회사가 아닌 민간 정보업체의 고객 알림 서비스였다. 금액은 천만 원, 참조번호는 0717. 수취인을 가리는 별표 뒤에 남은 글자는 ‘하은’이었다. “실제로 돈은 받으셨나요?” “아뇨. 통장에 안 들어왔어요. 그런데 돈이 지급됐다고 해서, 제가 십 년 전에 냈던 이의 신청이 끝난대요.” 민석은 종이 냅킨에 세 문장을 썼다. ‘안내가 왔다. 기록이 완료라고 적혔다. 입금은 없다.’ “셋은 서로 다른 사실입니다. 그걸 확인하려고 여기까지 오셨다는 거군요.” 하은은 처음으로 그를 똑바로 보았다. “그 말, 십 년 전에도 하셨으면 좋았겠네요.” 서윤은 삼십 분 뒤 도착했다. 하은이 실명 공개나 촬영을 원치 않는다는 걸 먼저 확인했다. 그 자리에서 취재를 시작하지 않았다. 대신 공식 대조 신청서를 어떤 범위에서 제출할 수 있는지 안내했고, 하은은 자신이 보관한 기록만 보여 주겠다고 동의했다. 2016년 하은은 열일곱 살이었다. 어머니와 단둘이 살던 집에는 우편함이 없었다. 그녀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대문에 끼워진 고지서를 먼저 확인했다고 했다. 집주인이 밀린 임대료를 적어 놓기도 했고, 아버지 회사에서 보낸 우편물이 도착하기도 했다. 어느 날에는 자기 학교 이름이 적힌 서류가 동네 주민센터 안내판 근처에 놓여 있는 걸 보았다. 그날 이후 하은은 신청서를 낼 때마다 마지막 칸에 있는 개인정보 공개 동의를 읽었다. “친구들이 무슨 돈 받는지 아느냐고 물었어요. 아무것도 모르면서요. 아버지가 임금을 받았는지조차 모르는 집인데, 왜 남들은 제가 뭘 받는다고 먼저 알고 있죠?” 서윤은 취재 노트 한쪽을 접었다. 대학 신문을 만들던 시절 자신도 비슷한 질문을 던졌다. ‘당사자가 모르는 사실을 어떻게 외부 기관이 완료로 아는가.’ 당시엔 취재의 시작이라고만 생각했지만, 하은에게는 매일 학교에 가는 일이 걸려 있었다. 민석은 십 년 전 하은의 모습을 그려 보려다가 그만뒀다. 자신의 추측이 누군가의 기억을 대신하는 순간부터 이야기는 잘못될 수 있었다. 아버지가 남긴 체불 임금과 임시 생계 지원금 문제로 여러 사무실을 드나들었고, 결국 신청서에 자기 이름을 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가족의 주소와 학교 정보가 함께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때 담당자가 그러더라고요. 이름을 안 쓰면 받을 수 없다고. 그래서 저는 안 받겠다고 했어요.” “어떤 돈이었습니까?” 서윤이 물었다. “아버지께 지급돼야 했는데 지급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돈이요. 누군가 대신 받아 놓았다는 말을 들었어요. 정확한 액수도 모릅니다.” 하은은 가방에서 삼단 접지된 종이를 꺼냈다. 한쪽에는 미성년자 정보 보호 신청, 다른 쪽에는 수령 확인 보류가 적혀 있었다. 받았다는 서명은 없었다. 그녀가 지우라고 요청한 것은 공개 자료의 이름과 주소뿐이었다. 거래의 존재나 거절 기록을 없애 달라는 뜻이 아니었다. “그런데 왜 어느 순간부터 제 기록 자체가 없었다고 하죠?” 서윤은 하은이 보여 준 사본을 사진으로 찍지 않았다. 원본의 훼손 여부와 공개 허용 범위를 먼저 정해야 했다. 오후에 윤혜라가 서류의 날짜와 서식을 대조했다. 하은의 문서가 2016년 서한문서관리에서 사용한 양식과 일치할 가능성은 높았다. 다만 거기에 적힌 이름과 금액이 실제 지급장부와 이어지는지는 별도의 대조가 필요했다. “정보 보호 표시가 결손값으로 처리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혜라가 설명했다. “이름을 공개하지 말라는 요청을 시스템이 이름을 모른다는 상태로 저장하고, 이후에는 수취인이 없다는 이유로 대리 수취인을 지정했을 수 있죠.” 김예린은 머리를 저었다. “원래 설계에서는 그 두 상태를 절대 합치면 안 됩니다. 미상과 비공개는 정반대의 경우니까요.” “누가 합쳤는지는 알 수 있습니까?” 민석이 물었다. “변경 이력과 승인 문서를 봐야죠. 기술적으로 가능했다고 해서 누가 고의로 악용했다고 단정할 순 없습니다.” 하은은 의자를 밀었다. “전 지금도 공개 기사에 이름이 나오면 곤란해요. 직장에서 이 일 아는 사람이 없거든요.” 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화 여부는 별도입니다. 원하지 않는 자료는 사용하지 않을게요.” “그럼 기록이 다시 살아나도 제 이름은 안 나오겠네요?” “그 선택은 하은 씨의 몫이 되어야 합니다.” 카페를 나오던 하은이 민석에게 말했다. “저 그날 돈보다 이름이 무서웠어요. 부모님 이름도, 다니던 학교도 한꺼번에 적혀 있어서요.” 민석은 2016년 자신의 수첩에 적힌 문장을 떠올렸다. ‘이름을 지우되, 지급받았다고 기록하지 말 것.’ 좋은 뜻으로 작성된 문장이었는지, 누군가 편리하게 가져다 쓴 문장이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밤 아홉 시, 검은 원장에는 새로운 항목이 생성됐다. [비공개 수취인 / 실제 동의: 미확인] [대리 수취인: 강민석] [대리 수취인 철회 요청: 1건] 그 밑에는 처음 보는 붉은 경고가 있었다. [2016년 원본 보호 설정 변경: 2018.03.14] [변경 사유: 수익성 개선] 사람의 이름을 감춘 이유가 돈을 더 벌기 위한 이유로 바뀐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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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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