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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141화
PAYLUA ORIGINAL · 제141화

141화. 천만 원의 도착 예정자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2,677자

오프라인 책장
12월 30일 수요일 오전 여덟 시 사십 분. 강민석은 은행 맞은편 편의점에서 따뜻한 캔커피를 샀다. 김이 서린 유리창 밖으로 출근길 사람들이 종종걸음을 쳤다. 그의 휴대전화에는 오늘 아홉 시 십칠 분, 천만 원이 들어온다는 검은 원장의 예고가 떠 있었다. 전날이라면 돈을 받을 기대에 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가 확인하고 싶은 것은 금액이 아니라 그것을 보낸다는 사람의 이름이었다. [예정 금액: +10,000,000원] [명목: 원본 반환 보상금] [거래 참조: 0717] [동의: 계좌 유지로 갈음] “계좌를 닫아야 동의하지 않은 게 되는 거야?” 민석은 혼잣말을 하고 은행 문을 열었다. 창구 직원은 예약한 상담실로 그를 안내했다. 전날 제출한 의견서 덕분에 거래가 생기면 본인 계좌에 대한 확인부터 진행할 수 있었다. 직원은 외부 서비스의 예고가 은행의 지급 예정 통지와 같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거래 참조번호 네 자리가 실제 계좌번호라고 단정하실 수는 없습니다. 은행에 접수된 건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 아홉 시 십칠 분에 입금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겁니까?” “입금이 없다는 사실까지만 확인됩니다. 누군가 보내려다 취소했는지는 별도 기록이 필요하죠.” 정확한 대답이었다. 민석은 한때 정확한 대답을 답답해했다. 이제는 그것만이 자신을 지탱한다는 걸 안다. 아홉 시 십오 분. 세린에게서 문자가 왔다. ‘돈이 실제로 들어오면 사용하지 마세요. 원본 열람과 동의를 연계한다는 표시에는 응답하지 마시고, 먼저 거래의 법적 성격을 확인합시다.’ 아홉 시 십칠 분. 검은 원장의 숫자가 녹색으로 바뀌었다. [송금 실행 완료] [수취인: 강민석] 하지만 은행 앱의 잔액은 그대로였다. 창구 직원도 고개를 저었다. “현재까지 해당 금액의 입금 내역은 없습니다.” 원장은 곧바로 다음 문장을 띄웠다. [수취인 계좌 미확정 / 대체 수취 경로 전환] “제가 받을 돈이 아니라는 뜻입니까?” “그건 이 화면만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민석은 화면을 저장했다. 같은 시각 누군가에게 천만 원이 실제로 움직였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 돈이 왜 자신을 수취인으로 적었는지를 확인해야 했다. 은행을 나서자 골목 입구에서 여자가 그를 불렀다. “강민석 씨죠?” 그녀는 얇은 회색 코트 위에 붉은 목도리를 둘렀다. 손에는 봉투 대신 한 장짜리 예약 확인서를 들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핀 뒤 말했다. “혹시 오늘 천만 원 받으셨나요?” 민석은 대답하기 전에 물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 돈이 저한테 지급됐다고 연락이 왔거든요.” 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으나 끝이 흔들렸다. “저는 신청한 적이 없는데요.” 민석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원장이 자신에게 돈이 들어왔다고 적은 순간, 다른 사람에게는 이미 지급됐다고 알려 준 것이다. “성함을 여쭤도 됩니까?” 여자는 잠시 망설였다. “이하은이에요. 열 해 전에 이름이 기록에서 지워진 사람을 찾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민석은 입을 열지 못했다. “그 이름이 제 이름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오늘 여기 온 건 돈 때문만은 아닙니다.” 하은은 예약 확인서 뒷면을 뒤집었다. 오래된 글씨를 베껴 쓴 한 문장이 있었다. 그 종이를 꺼내기까지 하은은 세 번이나 주저했다. 민석은 그 모습을 보고 문정아가 처음 보관실에 찾아왔을 때를 떠올렸다. 정아 역시 파일철을 꼭 안고 있었다. 사람들이 믿지 않는 종이를 오래 지킨 사람들은 종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종이 안에 남은 자기 말이 또 바뀌지 않기를 지키는 것 같았다. “혹시 그 종이를 사진 찍어도 될까요?” 민석이 묻고 곧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제가 너무 성급했습니다.” “당연히 찍고 싶겠죠. 처음 보는 사람인데.” “필요하면 정식으로 하겠습니다. 하은 씨가 보여 주실 부분만요.” 그녀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편의점 옆에서는 배달 오토바이 한 대가 시동을 걸었다. 소란스러운 거리에서 두 사람은 오히려 조용히 서로를 살펴보고 있었다. 민석은 그녀가 들고 온 종이가 자신에게 온 예고보다 더 오래 기다린 답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그 답이 반드시 자신을 변명해 주리란 보장도 없었다. “제가 오늘 처음 찾아온 이유는요.” 하은이 말했다. “어제까지는 누가 또 대신 확인했다고 해도 그냥 무서워서 숨었을 거예요. 그런데 보도를 읽고 알았어요. 정말로 제 이름을 아는 사람에게 직접 말할 수도 있다는 걸요.” 민석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에게 말을 걸기 위해 누군가는 십 년을 돌아왔다. 그 사실이 돈보다 무거웠다. ‘이름을 지우되, 지급받았다고 기록하지 말 것.’ “그 말을 남긴 사람이 강민석 씨라고 들었습니다.” 민석은 2016년 10월 25일 오후 네 시 사십삼 분을 떠올렸다. 자신이 기억하지 못했던 접수 시각이었다. 처음 만난 여자의 손이 얼어 있었다. “우리, 따뜻한 데서 이야기할까요?” 그가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우선 한 가지만 대답해 주세요. 이름을 지운 건 저를 지키려고 그랬던 건가요, 아니면 그날 있었던 일을 숨기려고 그랬던 건가요?” 검은 원장이 다시 진동했다. [대체 수취인 지정 완료] [이하은 / 지급 상태: 확인 완료] 하은의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다. “지금요? 저, 방금 아무것도 확인 안 했는데.” 민석은 휴대전화를 뒤집어 주머니에 넣었다. 이번엔 화면보다 그녀의 말을 먼저 기록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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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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