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136화
PAYLUA ORIGINAL · 제136화

136화. 남의 이름으로 고친 돈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2,501자

오프라인 책장
크리스마스 아침, 강민석은 어머니 집에서 가장 먼저 일어났다. 거실 창문에는 밤새 얼어붙은 성에가 남아 있었다. 어머니가 아직 잠든 사이 그는 식탁에 노트북을 펴고 전날 은행에서 확인한 민원 접수번호를 다시 살펴봤다. 정정 요청자가 문정아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실제 서류의 제출자와 입력 화면의 표기가 일치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였다. 민석은 휴일 안내가 가능한 은행 민원 창구에 확인을 요청했고, 담당자는 개인의 계좌 정보를 제삼자에게 알려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본인 계좌의 거래 목적 코드에 관한 변경 요청의 처리 상태와 본인 동의 여부는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제 동의 없이 거래 목적이 바뀌나요?” “아직 변경된 내용은 없습니다. 보완 요청이 접수된 상태입니다.” 민석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담당자의 다음 말에 손이 굳었다. “제출된 참고 파일에 귀하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파일의 진위는 확인 중입니다.” 통화를 마친 민석은 세린에게 사실만 전달했다. 정아의 이름이 표시된 것, 실제 변경은 없었다는 것, 참고 파일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 ‘정아가 내 돈을 고치려 했다’라는 문장은 쓰지 않았다. 점심 무렵 정아는 연락을 받고 놀랐다. “제가 왜 강민석 씨 돈을 고쳐요? 계좌번호도 모르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제 이름이 또 나오죠?” 민석은 더는 기계적인 설명을 늘어놓지 않았다. 그는 그저 자신이 확인할 수 있는 거래 증빙을 제공하고, 정아는 필요하다면 자신의 명의 오용 신고를 하도록 안내받았다고 말했다. 오후 한 시, 유정호에게서 한 장의 사본이 도착했다. 운영사의 공식 정보 제공 절차를 거친 자료에는 해당 정정 요청의 파일 이름만 있었다. `B17_crosscheck_2016_2036.xlsx`. “2016년 자료를 2036년 계정으로 변환한 파일인가?” 준성이 물었다. “파일명만으로 그런 결론은 안 됩니다.” 예린이 답했다. “다만 우리가 찾던 연결표일 가능성은 있어요.” 원장 밖의 현실은 느리게 움직였다. 은행의 자료 대조, 운영사의 보존 요청, 기록 보관 기관의 열람 절차. 각각 다른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검은 원장은 여전히 다음 몇 분을 먼저 아는 듯 행동했다. 서윤은 한편 크리스마스에도 열려 있는 편집실에서 2016년 보관 목록의 가장자리를 읽고 있었다. 오래된 스캔 파일의 한쪽에는 반쯤 잘린 필기 흔적이 남아 있었다. 글씨를 확대하면 뜻을 짐작할 수는 있었지만, 잘린 끝을 마음대로 복원해 글로 쓰는 순간 자신도 누군가의 말을 만들어 버릴 수 있었다. 그녀는 제목을 쓰다 지웠다. '미래에서 온 계정의 비밀'이라는 문구는 클릭을 많이 받을 것이다. '사망자의 이름을 빌린 확인'도 사람을 끌어들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 실제 접속자가 누구인지 모르는데 그 단어를 내보내는 건 무책임했다. 서윤은 오늘 확보한 공식 회신과 아직 확인되지 않은 부분을 나눠 적었다. 취재수첩에 '모른다'라는 말이 늘어났다. 이상하게도 예전보다 기사가 더 단단해지는 기분이었다. 오후 세 시 이십일 분, 원장에 메시지가 떴다. [17-B 대조 파일 / 열람 예정] [열람자: 박준성] [예정 시각: 15:30] 준성은 문자 메시지를 읽고 웃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신기하다고 소리쳤을 것이다. 지금은 누가 자신을 열람자로 만들려 하는지가 더 중요했다. “나 이 파일 볼 생각 없어.” “그렇게 하자.” 민석이 말했다. “그럼 그 시간에 무슨 일이 생기는지 확인하자.” 두 사람은 영상을 켜 둔 채 각자 다른 장소에서 기다렸다. 세 시 삼십 분, 준성의 휴대전화에는 파일 공유 초대가 왔다. 접속하면 열람 기록이 남는 문서였다. 발신자는 익명 계정이었다. 준성은 열지 않았다. 초대 자체를 보존하고 세린에게 전달했다. 원장은 한동안 그대로 있다가 문구를 바꿨다. [열람 예정: 성립] [열람 완료: 대기] “봐.” 준성이 말했다. “파일을 보낼 수 있으니까 내가 볼 거라고 예측한 거야. 실제로는 안 봤는데.” 민석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처음 통장에 등장했던 숫자들도 누군가 계획해 둔 결과였을까. 아직은 그렇게 일반화할 근거가 없었다. 적어도 이 파일 한 건은, 예언보다 사전 준비에 가까웠다. 그날 밤 서윤에게 전화가 왔다. 서윤은 정아가 2016년에 맡았던 보관함의 번호를 물었다. 정아의 전표 뒷면에 적힌 숫자와 사라진 원본 봉투의 보관 목록 번호가 한 자리만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17-B 옆에 17-C가 있었어요.” 서윤이 말했다. “C가 뭔지 아직 모르겠지만, 보관 목록에는 ‘대조표’라고 적혀 있어요.” “그럼 대조표가 남아 있을까요?” “혜라 씨가 정식 열람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있어요. 문제는… 누가 그것도 먼저 찾고 있다는 겁니다.” 민석의 화면에 두 줄이 떠올랐다. [17-C 대조표 보관 상태: 이동 요청] [이동 승인 예정자: 문정아] 그녀는 내일도 출근할 곳이 없었다. 더구나 지금 누군가를 대신해 서명할 생각도 없었다. 누가 그녀를 움직이지 않는 도장처럼 쓰고 있는가.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36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36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