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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135화
PAYLUA ORIGINAL · 제135화

135화. 사만 팔천 원의 행방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2,711자

오프라인 책장
12월 24일 목요일 늦은 오후, 강민석은 어머니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크리스마스인데 집에는 안 오니?” “저녁엔 갈게요. 지금 좀 중요한 일이 있어요.” “또 회사 일이야?” “회사 일은 아닌데, 사람들 돈이 걸린 일이요.” 수화기 너머에서 잠깐 웃는 소리가 났다. “네가 은행이라도 차렸니?” 민석도 웃으려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2016년에는 작은 돈이었다. 누군가가 받지 못한 임시 수당, 교통비, 아르바이트 급여. 그중 48,000원은 그의 공식 은행 계좌에 실제로 입금된 적이 있었다. 그는 그때 출처를 확인하고 쓰지 않았다. 그러나 이 숫자는 이제 검은 원장에 사람이 바뀔 때마다 나타났다. 준성은 유정호에게 적법하게 확보한 정산 규칙 설명서를 가져왔다. 48,000원은 특정 사람에게 지급된 돈이라는 의미 외에, 과거 시스템 점검에서 표준 견본으로 사용한 금액이기도 했다. 당시엔 입금 사실이 아니라 '지급을 요청한 메시지가 전달됐는가'를 시험하는 목적이었다. “그러면 이 숫자가 등장했다고 누가 48,000원을 받았다고 볼 수는 없는 거네.” 민석이 말했다. “그래. 네 계좌에 들어온 실제 48,000원은 별개로 송금 경위를 확인해야 하고. 같은 숫자라는 이유로 연결하면 안 돼.” 준성의 말은 옳았다. 그런데 민석은 이상하게 아쉬웠다. 모든 단서가 하나로 이어지는 순간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기대가 사람에게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그는 이미 배웠다. 오후 다섯 시, 문정아가 자발적으로 자료 한 장을 더 보내 왔다. 2016년 10월의 수기 지급 관리표였다. 그녀는 자신의 담당 범위와 본인 서명이 있는 부분만 제공했다. 일부 수취인 이름은 가려져 있었다. 48,000원이 적힌 줄 옆에는 큰 글씨가 있었다. ‘요청 접수 — 은행 처리 미확인.’ 그 아래 조그만 연필 글씨가 있었다. ‘완료 도장 금지. 다음 담당자가 직접 확인.’ 민석은 누가 남긴 글인지 물었다. 정아가 답했다. “정도현 연구원이요. 그 사람은 이상할 만큼 도장을 무서워했어요.” “도장을요?” “한 번 찍으면 사람들이 그 아래에 있는 말을 안 읽는다고 했거든요.” 그는 정아가 그때 어떤 책임을 지게 됐는지 들었다. 예외 서류의 보관 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요청이 반려됐고, 직원들은 마감 시각에 밀렸다. 정아는 ‘지급 완료’ 칸에 도장을 찍지 않고 퇴근했다. 이듬해 계약이 끝날 때 그 행동이 ‘작업 지연’으로 기록됐다. “제 월급에서 48,000원을 깎았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정아가 말했다. “그 돈이 내 것이었다고 하면 또 틀려요. 다만 저는 누군가가 돈을 받았는지 끝까지 확인할 시간을 못 받았어요.” 민석은 또 한 번 자신의 메모를 지웠다. 그는 ‘정아의 미지급 48,000원’이라고 적어 두고 있었다. 상대가 말하지 않은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완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녁 여덟 시, 어머니 집의 식탁에는 미역국과 갈비찜이 놓여 있었다. 민석은 반찬을 집으려다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았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내일 들어올 돈을 확인하느라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지금은 검은 화면이 울릴 때마다 누가 자기 대신 밥을 못 먹게 되는지를 생각했다. “어디 아프니?” 어머니가 물었다. “아뇨. 조금 피곤해서요.” “일이 크면 사람한테 말을 해야지. 숫자랑만 씨름하지 말고.” 그는 웃었다. 처음부터 그 말을 들었다면 얼마나 많은 밤을 덜 헤맸을까. 식사 뒤 서윤에게서 연락이 왔다. 우편물 속 ‘286건 판매 완료’ 예고와 같은 이름의 계약서가 외부 상품 안내 자료에 있었다. 다만 실거래가 성립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세린은 계약 담당자에게 긴급 사용 중지 통지를 보냈다. 휴일에도 받을 수 있는 연락처를 찾아 인수 여부를 확인하는 중이었다. 민석은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승객들의 손을 보았다. 장갑을 낀 사람, 귤이 든 봉투를 든 사람, 겨우 고개를 들고 졸고 있는 사람. 누군가가 보상금을 받았는지 판단하는 데 필요한 건 대단한 예측 기술이 아니라 저마다의 실제 하루일지 모른다. 버스가 신호에 걸려 멈췄다. 옆자리에 앉은 노인이 휴대전화로 은행 알림을 보다가 기사에게 물었다. “이거 문자 온 거 눌러도 되나요?” 기사는 운전 중이라 답하지 못했다. 민석은 자신이 괜히 아는 척하면 불안만 키울 것 같아 잠시 망설였다. 대신 발신 번호만 믿지 말고 은행의 공식 앱에서 확인하는 방법을 짧게 알려 줬다. 노인은 고맙다고 했고, 창밖은 다시 움직였다. 민석은 자기가 해 줄 수 있는 작은 일이 꼭 미래를 바꾸는 거창한 선택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밤 아홉 시 십칠 분, 검은 원장이 켜졌다. [내일의 잔액: +48,000원] [실제 은행 거래 예정: 미확인] [항목: 17-B 결과 유통 보상] 민석은 공식 은행 앱을 열었다. 예정 입금은 없었다. “또 숫자야.” 그는 속삭였다. 그때 다른 알림 하나가 도착했다. 이번에는 검은 원장이 아니라 은행에서 보낸 정상적인 안내였다. [귀하가 신고한 과거 이상 거래에 대한 추가 확인 자료가 접수되었습니다. 접수번호를 확인해 주십시오.] 입금이 아니라 회신이었다. 민석은 링크를 누르는 대신 은행 앱에서 공식 민원 내역을 확인했다. 새로운 서류가 있었다. ‘48,000원 입금 건의 송금 목적 코드 정정 요청자: 문정아.’ 민석의 손이 멈췄다. 정아는 그의 계좌번호도, 그가 돈을 받은 사실도 몰랐다고 했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녀의 이름을 써서 그의 실제 입금 기록까지 고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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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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