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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133화
PAYLUA ORIGINAL · 제133화

133화. 두 사람의 문정아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2,775자

오프라인 책장
12월 23일 수요일 오전 여덟 시 반. 문정아의 휴대전화로 낯선 번호가 걸려 왔다. 상대는 그녀가 제기한 정정 신청과 관계된 외부 고객사라며 ‘지급 확인 비용’을 돌려줄 테니 계좌번호를 알려 달라고 했다. 정아가 전화를 끊자 곧 문자 한 통이 왔다. ‘문의인의 확인이 지연될 경우 문정아 명의 기존 지급 완료 결과가 유지됩니다.’ 그녀는 이를 서윤에게 전달했다. 서윤은 화면을 보자마자 검색부터 하지 않았다. 문자의 발신자와 공식 접수번호가 있는지 물었다. 없었다. 링크 역시 정식 안내 주소가 아니었다. “보상금 때문이 아닐 수도 있어요. 계좌를 확인하게 해서 ‘동의’를 남기려는 걸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 제 이름을 어떻게 알았죠?” 서윤은 대답하지 못했다. 전날 로비의 공식 접수자료가 누출됐는지, 옛 고객 명부에 남은 이름을 누군가 쓴 건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녀는 정아에게 스스로 공개 범위를 정하라고 다시 물었다. 정아는 마침내 조건을 정했다. 십 년 전의 근무 사실과 오늘 받은 문자는 취재해도 되지만, 가족 이야기는 기사에 쓰지 않는 것으로. 정아가 가족을 말한 이유는 오후에 드러났다. 아들은 겨울방학을 앞두고 장학금 심사 서류를 준비하고 있었다. 정아는 오래전 지급받지 못한 임시 계약 수당 때문에 가정 형편을 설명할 때마다 난처한 상황을 겪었다. 몇 해 전 한 지원 기관에서는 이미 특정 보조금을 수령했다는 전산 기록이 있다며 추가 증빙을 요구했다. 실제로 그 기관의 심사 결과가 이 사건 때문에 달라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정아에게는 그 기억 자체가 상처였다. “이번엔 제가 안 받은 돈을 받았다고 또 쓰는 거잖아요.” 그녀는 아들 앞에서 통화를 끊고서도 한참 휴대전화를 내려놓지 못했다고 말했다. 민석은 정아의 말에 선뜻 위로를 건네지 못했다. 자신은 이상한 잔액을 이용해 작은 이익을 보려던 시절이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그 화면이 놀이였지만, 그녀에게는 십 년 동안 풀리지 않은 모욕이었다. 김예린은 전날 받은 2018년 보고서의 집계 규칙을 조사했다. 조회 권한이 있는 담당자가 확인한 결과, 17-B 번호로 ‘문정아’라는 이름이 두 번 입력되어 있었다. 하나는 2016년 검증 담당자. 다른 하나는 2018년의 ‘수령 확인 대표자’였다. 두 항목은 주민등록번호 같은 확실한 고유 식별값으로 연결돼 있지 않았다. 대신 이름과 과거 사업장 코드가 일치한다는 이유로 합쳐진 흔적이 있었다. 준성이 출력물을 내려놓았다. “그러니까 다른 두 사람을 한 사람으로 만든 게 아니라, 한 사람의 역할 둘을 하나의 권한처럼 써 버린 거네요.” “일단 그렇게 추정할 수 있습니다.” 예린이 말했다. “확인을 기록한 사람과 지급을 받은 사람은 애초에 서로 다른 역할이에요.” 그 말을 듣던 정아가 쓰게 웃었다. “전 직원이었어요. 수취인이 아니었고요. 그런데 종이 위에선 제가 제 돈을 제 손으로 받았다고 확인한 사람이 됐네요.” 민석은 메모장에 두 줄을 썼다. 문정아 — 기록 확인 담당. 문정아 — 지급 수령 대표. 두 줄 사이에는 '같은 이름이어도 같은 동의가 아니다'라고 적었다. 오후 네 시, 정태겸이 회의실에 들어왔다. 그는 정아의 서류를 이미 본 사람이었다. 당시 외부 상품을 검토할 때 2018년 완료 집계표를 신뢰했던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아가 그를 바라보자 태겸은 인사를 멈췄다. “저는 그 집계표를 거래 설명 자료에 넣었습니다. 원본이랑 다를 수 있다는 문구를 충분히 크게 쓰지 않았습니다.” 정아는 묻지 않으려다 결국 물었다. “그래서 얼마나 버셨어요?” 태겸의 입술이 굳었다. “제 회사 매출을 지금 여기서—” “왜요? 제 이름을 써서 설명할 땐 쉬웠잖아요. 돈 계산도 쉬웠을 텐데.” 그는 잠시 침묵했다. 동석한 세린이 말리려 하지 않자 태겸은 대답했다. “정확한 계약 대금과 사용 범위를 확인해 공개하겠습니다. 제가 설명 자료에 넣은 건 사실입니다.” 정아는 고개를 돌렸다. “그럼 먼저 그걸 하세요. 사과는 나중에.” 저녁에 서윤은 익명의 제보 메일을 받았다. 2018년 양식의 변경 전후를 비교한 표였다. 마지막 행에 변환 규칙 하나가 적혀 있었다. `확인 불가 → 자동 완료 (17-B 대체 확인 적용)`. 누가 작성했는지 확인되지 않은 표였지만, 이날 확인된 두 개의 문정아와 방향이 같았다. 서윤은 발신 경로를 보존해 검증 요청을 준비했다. 한편 정아는 집에서 낡은 서류 상자를 뒤지다 2018년의 통지서 한 장을 발견했다. 봉투 끝에는 손으로 뜯은 자국이 있었다. 그녀가 그 편지를 뜯은 날, 아들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었다. 정아는 학교 준비물 목록을 식탁에 펼쳐 놓고 통지서를 읽었다. 종이 한 장에 '확인서 정정 요구 기각'이라고 적힌 뒤, 자기가 했던 노동이 온통 거짓이 된 기분이었다. 정아는 오늘도 그 통지서를 내놓을지 망설였다. 법률 대리인에게 먼저 보여 주고 관련성이 있는 부분만 공개하기로 했다. 그때 아들이 방문을 열고 물었다. “엄마, 아까 그 전화 또 왔어?” “응. 이제 괜찮아질 거야.” 그녀는 늘 하던 거짓 위로 대신 말을 고쳤다. “괜찮아지게 하려고 사람들이랑 확인하고 있어.” 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아는 그제야 자기 말에 조금 책임을 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메일 마지막 문장은 짧았다. ‘17-B는 한 번만 쓰인 게 아닙니다. 이름이 비어 있는 모든 칸에 쓰였습니다.’ 민석이 그 문장을 읽었다. “우리가 찾은 건 정아 씨 한 명의 잘못된 확인서가 아니야.” 준성이 마른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람의 이름이, 비어 있는 모든 사람 자리에 놓였다는 뜻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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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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