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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131화
PAYLUA ORIGINAL · 제131화

131화. 로비에서 기다린 여자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2,824자

오프라인 책장
12월 22일 화요일 낮 열두 시 십일 분. 세온기록관리 제2보관실 로비에는 따뜻한 공기가 돌았지만, 회색 패딩을 입은 여자는 목도리를 풀지 않았다. 그녀는 출입증 발급대에서 조금 떨어진 벤치에 앉아 종이 쇼핑백을 무릎으로 누르고 있었다. 직원이 물을 권했을 때도 고개를 저었다. 몇 분마다 자동문이 열렸고, 차가운 바람이 그녀의 구두 끝을 스쳤다. 윤혜라가 먼저 다가갔다. “원본 열람을 요청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열람하고 싶은 게 아니라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요.” “그러려면 먼저 신청자와 열람 대상을 확인해야 합니다.” 여자는 쇼핑백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여기선 이름부터 쓰면 그 이름이 다른 데로 넘어가던데요.” 혜라는 맞받아치지 않았다. 기관의 보호 절차와 이전 시스템의 오류가 같은 것은 아니었지만, 상대가 왜 그렇게 말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는 공개된 안내 책자 한 부를 건네며 개인정보가 어떤 용도로 수집되는지, 원본 자료가 누구에게 공개될 수 있는지 설명했다. 신분 확인 없이 보관실에 들어갈 수는 없고, 취재진에게 이름을 넘기지 않을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그 약속을 종이에 써 주세요.” 혜라는 별도의 비공개 접수 절차를 안내했다. 그때 로비 반대편에서 강민석과 한서윤이 도착했다. 민석이 한 걸음 나아가려는 순간 여자가 말했다. “강민석 씨는 거기 있어요. 기자분도요. 저는 두 분한테 아직 할 말이 없습니다.” 민석은 멈춰 섰다. 십 년 전의 사람을 발견했다는 기대가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그는 상대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자기 수수께끼를 풀 열쇠로 생각하고 있었다. 혜라가 비공개 상담실로 여자를 안내했고, 그 자리에는 여자가 허락한 기록관리사 한 명만 동석했다. 한 시간 뒤 동의 범위를 확인한 혜라가 돌아왔다. “이름은 문정아 씨입니다. 2016년에 서한문서관리의 임시 기록 담당자로 일하셨답니다. 본인의 근무 기록에 대해서만 대조를 요청하셨어요.” “열일곱 번째 확인서의 수취인이란 뜻인가요?” 서윤이 물었다. “그건 아니라고 하셨어요.” 민석의 기대가 틀어졌다. “본인이 작성한 건 지급 확인서가 아니라 ‘확인할 수 없음’ 보고서라고 합니다.” 점심시간이 지나 세 사람은 당사자 동의 아래 상담실에 들어갔다. 정아는 물컵을 앞에 두고도 손대지 않았다. 그녀의 쇼핑백에는 꽃무늬가 바랜 파일철이 들어 있었다. 십 년 전 서류를 보관한 사람치고는 종이가 놀라울 만큼 적었다. “제가 17번을 쓴 사람입니다.” 정아가 말했다. “돈을 받았다는 뜻으로 쓴 게 아니에요. 받았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뜻이었어요.” 그녀는 파일철에서 푸른색 먹지가 남은 전표의 사본을 꺼냈다. 상단에 `17-B`라는 글씨가 있었다. 그 아래 세 칸 중 두 칸에는 검은 줄이 그어져 있었다. [지급 요청 확인: 유] [은행 지급 확인: 미확인] [당사자 수령 의사 확인: 미확인] “원래는 이 세 개가 다 확인돼야 ‘완료’라고 쓸 수 있었어요. 제가 한 건 두 개가 없다고 적어 둔 거죠.” 준성이 기록관리팀에 보내 온 2018년 양식과 비교해 보니 놀라운 차이가 있었다. 새 양식에는 첫 번째 칸만 남아 있었다. 나머지 두 칸은 ‘통합 확인’이라는 한 단어로 합쳐져 있었다. “이걸 그동안 왜 안 내셨습니까?” 민석이 물었다가 곧 후회했다. 정아가 천천히 눈을 들었다. “냈어요. 세 번이나요. 마지막으로 냈을 때는 제가 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했다고 돌아왔죠. 그래서 일을 그만뒀어요.” 그녀는 손목에 남은 오래된 흉터를 쓰다듬었다. “그 뒤로는 자료를 냈다는 사실까지 부인하기가 싫었어요. 내 이름이 또 무슨 확인에 쓰일까 봐.” 서윤이 펜을 내려놓았다. “기사에 성함을 쓰지 않겠습니다. 말씀하신 내용도 검증 전에는 단정하지 않겠어요.” 정아가 서윤을 보았다. “십 년 전 대학 신문에서 ‘받지 않은 사람이 어디에 항의해야 합니까’라고 물었죠?” 서윤의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그 질문지를 보셨어요?” “정도현 연구원이 제게 건넸습니다. 열일곱 번째 확인은 그 질문부터 시작해야 한다고요.” 정아는 마침내 물컵을 들었다. 떨리는 손이 유리 표면에 부딪혀 짧은 소리를 냈다. “그 사람이 제게 마지막으로 맡긴 게 하나 더 있어요. 오늘 보관실에서 그게 살아 있는지 확인하러 왔습니다.” “무엇입니까?” 혜라가 물었다. 정아는 쇼핑백에서 아무것도 더 꺼내지 않았다. “종이는 아니에요.” 그녀가 조용히 덧붙였다. “원본을 잘못 읽는 사람이 나타나면, 제가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는 약속이었어요. 그런데 오늘 아침 제 이름으로 된 확인서가 또 한 장 발급됐습니다.” 상담실 벽시계가 초침을 한번 건너뛰는 듯 보였다. 정아는 쇼핑백 손잡이에 걸린 손가락을 천천히 폈다. 종이의 진위를 증명할 길은 아직 멀었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어떤 질문에 답했는지 설명하는 목소리는 여기에 있었다. “정도현 씨는 왜 그 약속을 정아 씨에게 부탁했을까요?” 민석이 물었다. “저는 서류를 치우는 사람이었으니까요. 위에 있는 사람들은 승인을 했고, 아래 있는 사람들은 시키는 대로 찍었죠. 그런데 누가 안 찍었는지 기억하는 건 저밖에 없었어요.” “그분이 무서워했을 것 같아요.” 서윤이 말했다. “맞아요. 도현 씨도 겁이 났어요. 겁이 없어서 거절한 게 아니에요.” 정아는 의자 끝에 걸터앉은 자세를 고쳤다. “그래서 오늘 저도 겁이 나지만 왔어요. 더는 내 이름으로 뭘 확인했다고 쓰지 말라고 말하려고.” 민석은 휴대전화의 검은 원장을 켰다. 방금 전까지 비어 있던 칸에 글씨가 올라와 있었다. [17-B / 확인자: 문정아] [처리 결과: 지급 확인 완료] [접수 시각: 2026.12.22 12:11] 바로 그녀가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던 시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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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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