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이 가짜인가요?”
강민석이 묻자 김예린은 고개를 기울였다.
“2036이라는 글자가 찍혀 있다고 해서 사진 자체가 가짜인 건 아닙니다. 훗날 문서를 복사하면서 붙인 메타데이터일 수도 있죠. 반대로 합성한 사람이 일부러 날짜를 넣었을 수도 있고요. 확인할 건 둘 다예요.”
12월 18일 오후 두 시. 예린은 기록관리실 컴퓨터에 보관된 이미지의 복사본을 열어 그들이 볼 수 있는 범위를 설명했다. 원본 파일의 해시값을 보존하고, 편집 프로그램으로 원본을 덮어쓰지 않는 것이 우선이었다. 표면의 종이 질감은 민석의 수첩과 비슷했지만 화면만으로 같다고 판단할 수 없었다.
준성은 폴더 이름을 읽었다.
`m36_origin_copy_v3`
“이런 이름은 시험 시스템에서 많이 썼어요. 무엇을 복사했는지보다 세 번째 버전이라는 사실을 알려 주죠.”
“첫 번째 파일이 있다는 뜻이겠네요.” 서윤이 물었다.
“아마도요. 삭제됐을 수도 있고요.”
예린은 파일의 생성 정보보다 외부 전송 경로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의 이름도 없었고, 제출 때 이용한 접수창구는 익명 제보를 허용했다. 누군가 원본을 지키기 위해 자료를 보냈을 수도, 그들이 읽을 문장을 만들어 행동을 유도했을 수도 있었다.
민석은 마음속에 있던 질문을 꺼냈다.
“여기 2036년 강민석이라고 적힌 건 다 만료일이나 버전 이름일 뿐입니까?”
“지금 확인된 자료로는 그렇게 설명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예린이 대답했다. “하지만 당신에게 먼저 나타난 문장 전부가 그 파일에서 왔는지는 모릅니다. 시스템 오류라고도, 시간 여행이라고도 단정할 수 없어요.”
그 대답은 민석이 듣고 싶어 하던 어떤 기막힌 비밀보다 정직했다.
퇴근 무렵, 서윤은 2016년 자신이 쓴 원고 초안을 찾았다. 낡은 USB 메모리 안에 저장된 문서였고, 대학 신문 제호가 달려 있었다. 기사 제목은 '정산이 끝났다는 말 앞에서'였다. 미지급을 주장한 사람들의 이름은 가명으로 바뀌어 있었다. 첫 단락 끝에는 열일곱 건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그녀는 예전의 자신이 쓴 마지막 문장을 읽었다.
'자료를 확인한 사람과 돈을 받은 사람은 같지 않을 수 있다.'
“어린 내가 지금보다 훨씬 똑똑했네.”
혼잣말하던 그녀는 바로 웃음을 거뒀다. 그때 기사는 보도되지 않았고, 누군가의 사정을 더 취재할 용기도 부족했다. 그래도 한 명의 당사자가 자기 동의 없이 '확인 완료'로 남지 않기를 바랐던 마음은 진심이었다.
세린은 기사 초안의 본문을 함부로 공개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당시 제보자들의 동의가 오늘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서윤은 문서를 암호화해 보관하고, 필요한 대조 범위만 별도로 추렸다.
서윤은 기사 초안을 고치다 창문을 열었다. 열 해 전의 제보자들을 다시 찾을 것인지 결정하지 못한 채 연락처 목록만 넘기고 있었다. 누군가는 연락을 원할 것이고, 누군가는 자기 삶에서 그 시절을 이미 지나왔을 수 있었다. 기자가 궁금하다는 이유로 그 시간을 강제로 불러올 수는 없었다.
그녀는 오래된 기사 초안의 파일명도 바꿨다. '미지급 피해자 17명'이라고 붙어 있던 이름을 '미확인 정산 제보 관련 취재 원고'로 고쳤다. 취재 당시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과, 아직 입증되지 않은 금액의 존재는 다른 문제였다. 파일 하나의 이름을 바꾸는 것만으로 사건이 해결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십 년 전의 자신이 가장 먼저 고쳤어야 할 제목이 그것이었다고 생각했다.
예린에게서는 비교 사진 세 장 중 하나에만 있던 작은 접힌 자국에 관한 설명이 왔다. 접힘은 나중에 추가됐을 가능성이 있으며, 현존 수첩과 형태가 유사하다는 이유로 같은 종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민석은 그 말을 듣고도 실망하지 않았다. 원본을 아직 찾지 못했다는 사실 역시 다음 판단을 위한 확실한 정보가 되어 가고 있었다.
밤 여덟 시, 정태겸에게서 회신이 왔다. 성우데이터가 사용하는 외부 복사 모듈의 사업자 한 곳이 2018년 '완료 증명서 자동 발급' 시연 자료를 판매사에 제공했다는 기록이었다. 문서를 발급할 때 상대방의 실제 수령을 확인하는 단계가 선택 사항으로 구현돼 있었다.
“그럼 처음부터 그럴 수 있게 만든 거네요.” 준성이 말했다.
“만든 기능이 있다고 실제 모든 보고서를 그 기능으로 발행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태겸이 말했다. “사용 기록부터 확인해야 해요.”
민석은 자신이 얼마나 자주 결론을 서두르는지 다시 느꼈다. 한 가지 거짓을 바로잡는 데 필요한 말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그날 밤 검은 원장에 또 한 번 흔들리는 문구가 떠올랐다.
[찢어진 원본 페이지 / 비교 파일 3개]
[원본 충돌: 예]
[원본 열람 권한자: 2명]
“두 명?” 민석이 혼잣말했다.
정작 그는 본인 수첩을 집에서 찾아왔고, 누가 찢었는지도 모른다. 다른 열람 권한자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2016년에 자신이 거절했던 일을 아는 사람일 것이다.
이어 화면에 처음 보는 이름이 나타났다.
[보관 열람 요청자: 서문재]
십 년 전 원본을 덮는 데 동의했던 그 남자가, 이제는 찢어진 페이지를 먼저 보겠다고 나선 것이었다.
제125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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