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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123화
PAYLUA ORIGINAL · 제123화

123화. 열일곱 번째 확인서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2,724자

오프라인 책장
“정도현이라고 확신하는 이유가 뭡니까?” 세린의 질문에 민석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가 기억하는 도현은 늘 이상한 단어를 썼다. 시스템에서는 '반환'이라 쓰는 것을 사람에게는 '돌려준다'고 했다. 그래서 서윤의 기억 속 문장도 도현 같았다. “말투가 비슷해서요.”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알아요.” 오전 열 시, 네 사람은 각자 확인할 대상을 정했다. 서윤은 대학 시절 보냈던 질의와 답장의 원본을, 혜라는 2016년 반입 기록에 남아 있는 첨부 목록을, 준성은 당시 쓰였던 시험 버전의 자료 구조를 살펴보기로 했다. 민석은 수첩의 다른 날짜에 남은 자기 필기를 확인했다. 결과는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서윤의 옛 메일함에서 발신자가 이름 대신 무작위 문자열로 남은 답장이 발견됐다. 서버 이관으로 발신 인증 기록은 불완전했지만, 본문 한 줄과 발송 날짜는 확인됐다. '17번째는 지급 근거가 아니라 미수령 이의입니다. 당사자에게 돌려주세요.' 서윤은 자신이 기억했던 문장과 실제 문장을 번갈아 읽었다. “십 년 동안 머릿속에서 조금 바꿔 기억했네요.” 민석이 그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이자 서윤은 고개를 저었다. “중요한 건 잘못 기억했다는 게 아니라, 원문을 찾았다는 거예요.” 혜라가 찾은 목록에는 '첨부물 17'이라는 코드가 있었다. 17명의 인적 사항이 아니라 열일곱 번째 자료 묶음이었다. 114화에서 '11'을 사람 수로 오인했던 것과 같은 위험이 되풀이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첨부물 17' 아래에 다른 표기가 붙어 있었다. '분쟁 중 / 지급 수령 확인 없음 / 원본 질의 참조.' “열일곱 건이 아니라 열일곱 번째 건일 수 있다는 뜻인가요?” 민석이 물었다. “두 숫자가 모두 17이라 오히려 섞이기 쉬워요.” 혜라가 말했다. “하나는 대학생 한서윤이 질의한 항목 수. 다른 하나는 기록관리 체계에서 붙인 첨부 번호. 같은 대상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민석은 자신이 갑자기 성장이라도 한 것처럼 느끼지 않았다. 그냥 예전 같으면 숫자들이 맞아떨어진다고 신이 났을 텐데, 지금은 너무 쉽게 맞아떨어지는 것이 더 무서웠다. 한편 준성은 시험 자료에 붙은 문서번호 규칙을 살펴보다가 난관을 만났다. 2016년 목록에서 '17'은 첨부 순서 번호로 사용됐지만 2018년 계약서에서는 '미수령 상태 구분'에도 같은 숫자가 쓰였다. 누군가 둘을 같은 항목으로 옮겼다면 자동화된 시스템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서로 다른 도서관에서 같은 청구기호를 가진 책을 한 책이라고 보는 것과 비슷해.” 준성이 말했다. “그럼 어느 게 원본인지 어떻게 찾아?” 민석이 물었다. “번호 앞에 붙던 문서 유형과 발급 기관을 되살려야지. 원본의 주인을 찾아가는 길이 번호 하나로 끝나면 오히려 위험한 거야.” 그들은 '첨부물 17'과 '이의 17'을 서로 다른 색의 종이에 적어 벽에 붙였다. 서윤의 메일은 질문의 출처를 증명했고, 혜라의 목록은 보관 사실을 보여 주었다. 어느 쪽도 백소희의 지급 여부까지 증명하지는 않았다. 민석은 서로 같은 것으로 보이는 단서들을 일부러 떨어뜨려 놓았다. 멀리 놓고 보니 빈자리가 보였다. '어떻게 한 사건이 다른 사건의 완료 근거로 인용됐는가.' 그 줄에는 아직 어떤 문서도 붙이지 못했다. 점심시간, 서윤이 편집국으로 돌아간 사이 민석은 수첩의 10월 23일 페이지를 읽었다. 그날의 업무는 복사기 점검과 택배 수령이었다. 밑줄이 그어진 메모 하나가 있었다. '당사자 모르면 서명 말 것.' 그는 기억을 더듬었다. 복도 끝 회의실에서 누군가 '그냥 완료라고만 체크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이 '도현 연구원이 반대한다'고 했다. 민석은 완성되지 않은 자료를 확인했다는 문구가 이상해서 사인하지 않았다. 그 일이 2016년 10월 25일이었는지, 며칠 전이었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했다. 오후에는 성우데이터솔루션에서 회신이 왔다. 보존 요청이 접수됐고, 현재의 `bridge-live` 작업 중 '전체 수취인 확정' 기능은 임시 잠금 상태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단일 수취 건의 증명서를 다른 업체가 재발행하는 것까지 완전히 차단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서윤은 회신을 읽고 편집장에게 말했다. “우리가 한 일이 시스템 전체를 멈춘 게 아닙니다. 지금은 한 버튼을 잠갔을 뿐이에요.” “독자가 그 차이를 알아줄까?” “모른다고 짧게 쓰면 안 되는 차이예요.” 저녁, 민석에게 백소희의 문자가 왔다. 그녀는 새로 만들어진 대조 창구를 통해 자신의 기록 열람을 신청했다고 했다. 그런데 담당자가 확인해 준 사실은 뜻밖이었다. '제 이름이 붙은 미수령 이의의 참고번호가 17번이래요.' 민석은 즉시 전화하지 않았다. 그는 문자를 세린에게 전달하고, 소희에게 그 번호를 다른 자료와 섞어 보지 말라고 답했다. 하지만 마음은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 검은 원장이 숫자 하나를 더했다. [미수령 이의 17 / 참조 원본 미확인] [내일 09:17 / 동일인 확인 요청] 이번에는 왜 9시 17분인가. 오전인지, 또 누가 확인하겠다고 나서는가. 민석은 수첩에 쓰고 굵게 동그라미를 쳤다. '숫자가 같아도 같은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고는 수첩을 덮었다. 어쩌면 사건을 끝내는 데 필요한 것은 어떤 위대한 미래 예측이 아니라, 거짓으로 이어 붙은 선을 하나씩 끊어 내는 일이었다. 다음 날 아침, 그가 가장 먼저 받은 메시지는 검은 원장이 아니라 백소희에게서 왔다. '제 기록에 제 서명이 있다고 합니다. 저는 서명한 적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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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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