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122화
PAYLUA ORIGINAL · 제122화

122화. 서윤이 기억한 십 년 전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2,868자

오프라인 책장
아침 여덟 시 오십 분, 기록관리사 윤혜라는 수첩을 들여다보고 바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종이에 남은 압흔이 실제 필기 흔적인지, 나중에 다른 페이지에서 눌린 것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눈으로 봐서 두 글자로 읽히는 것과 그게 무엇이었는지는 다른 문제예요.” 그는 수첩을 들고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촬영한 사진과 시간을 제출했다. 혜라는 기록에 남겨 보관 동의를 확인한 뒤, 비접촉 조명을 비스듬히 비추어 종이 표면을 관찰했다. 서윤은 의자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일부러 더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 듯했다. “2016년에 기자였습니까?” 민석이 물었다. “아니요. 그때 대학생이었어요. 교내 신문에서 일했죠.” “그럼 강민석이라는 사람의 이름을 본 적은 없었습니까?” 서윤이 웃지 않았다. “그건 제가 묻고 싶은 질문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다른 기억이 떠올라요.” 그해 가을, 서윤은 학교 근처 물류센터에서 급여가 밀린 아르바이트생의 제보를 받았다고 했다. 피해를 주장한 학생 몇 명은 일용직 출근 기록과 입금 내역을 갖고 있었지만, 업체가 내놓은 서류에는 '정산 완료'라는 단어가 반복됐다. 서윤은 담당 기관에 확인을 요청했고, 학생들이 동의한 범위에서만 자료를 정리했다. “기사는 나가지 않았어요. 학교에서는 회사와 분쟁이 생긴다고 걱정했고, 제보자들도 이름이 알려지는 걸 두려워했거든요. 대신 담당자에게 질문지를 보냈죠.” “어디에요?” “제 기억에는… 미래정산정보라는 이름을 본 것 같아요.” 준성이 그 말에 고개를 들었다. 그들은 이미 여러 번 그 회사 이름을 조사했다. 결과 집계 모듈을 만들고, 그 뒤에는 기록이 폐업한 업체와 다른 운영사로 흘러간 곳. “질문지에는 뭐라고 적었습니까?” 혜라가 물었다. 서윤은 잠시 눈을 감았다. “'정산 완료라면 실제 받은 사람의 확인은 어디 있습니까.' 정확히는 그런 취지였어요. 사본이 있을지 찾아봐야 해요.” 민석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십 년 전 자신이 거절한 요구와 같은 질문이었다. 그는 당시 상자를 옮겼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도현의 원본 자료가 손에서 손으로 오가던 날, 누군가 자신에게 서류를 '확인 완료'로 돌려 달라고 요구했던 기억이 희미하게 살아났다. “당시 저도 그 사무실에 있었어요. 복도 끝 복사기 앞에서….” “제가 거기 갔다는 뜻인가요?” 서윤이 물었다. “아뇨. 오셨다는 기억은 없어요. 종이만 봤을 수 있습니다.” 혜라가 작업을 마치고 수첩을 돌려놓았다. 압흔의 일부는 사진에 보이지만, 두 글자 전체가 한 줄에서 작성됐는지는 불확실하다는 설명이었다. 더 분명해진 것은 작은 숫자 17이 날짜나 시각이 아닌 별도의 행에 놓였다는 사실뿐이었다. [압흔 판독: 부분 확인] [성명 특정: 불가] [숫자 표기: 17] 서윤은 그 사진을 보다가 휴대전화의 옛 메일함을 열었다. 대학 시절 사용한 계정은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뒤 거의 열지 않았다. 몇 번의 본인 확인 끝에 로그인 화면이 열렸다. 2016년 10월 발신함에서 '정산 확인 요청'이라는 제목을 찾았다. 발신일은 10월 24일. 받는 곳은 두 곳이었다. 회사의 민원 주소와 외부 자료 접수 담당 주소. 메일 본문에는 짧게 적혀 있었다. '첨부한 17건은 전부 수령 확인이 필요합니다. 근거가 없는 경우 완료라고 표기하지 말아 주십시오.' “17건.” 준성이 천천히 읽었다. “이거군요.” 서윤은 손가락으로 화면을 내렸다. 첨부파일 이름은 남았지만 파일 자체는 열리지 않았다. 당시 학교 메일 서버가 이전되면서 오래된 첨부파일 일부가 손상됐다는 안내가 떴다. 서윤은 열 해 전 학교 기자실의 냄새까지 떠올렸다. 소파 속 쿠션은 종종 흘러나왔고, 밤이면 인쇄기의 뜨거운 먼지 냄새가 문틈으로 들어왔다. 그때 인터뷰한 한 학생은 새로 산 작업화를 보여 주며 말했다. “저 이거 사려고 지난달에 야간 근무 네 번 더 뛰었거든요. 돈을 못 받으면 그냥 신발이 빚이에요.” 그녀는 그 말을 기사 첫 문장으로 쓰고 싶었다. 그러나 학생은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그해 서윤이 배운 것은 좋은 문장을 쓰는 일이 항상 좋은 취재는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읽히게 만드는 것보다 그 사람을 보호하는 일이 더 먼저일 때가 있었다. “열일곱 건이라는 숫자에 사람 얼굴이 붙어 있었어요.” 서윤이 낮게 말했다. “열일곱 명인지, 열일곱 개 사건인지도 다시 찾아봐야 하지만요. 그때도 누가 얼마를 못 받았다고 주장하는지, 실제 얼마가 입금됐는지 같은 표에 쓰면 안 된다고 배웠어요.” 민석은 그녀가 자기 이름이 적혔을지도 모르는 수첩을 봤을 때 놀라기보다 확인부터 하자고 했던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다. 서윤에게 이것은 시간 여행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다시는 같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잃지 않으려는 일이었다. 민석은 이름처럼 보이던 글씨를 다시 생각했다. '서윤'은 우연히 남은 이름일 수도, 아예 다르게 읽힌 글자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열일곱 건은 우연이라 말하기 어려웠다. 그때 검은 원장에 새로운 숫자가 나타났다. [2016년 질의서 참조: 17] [2026년 확인된 수취인 동의: 0] [미열람 고지의 보관자: 1] “민석 씨.” 세린이 도착해 화면을 보더니 즉시 말했다. “이 화면을 증거의 출처로 쓰면 안 됩니다. 방금 찾은 메일이 실제 출처예요.” 서윤이 메일을 출력하지 않고 원본 보존 절차를 먼저 문의했다. 민석은 한 걸음 물러나 혜라에게 수첩을 맡길 수 있는지 물었다. 그 순간 서윤이 말했다. “그때 제가 질문지를 보낸 뒤 답장을 한 통 받았어요.” “무슨 답장이요?” “딱 한 줄이었죠. 아직도 기억나요. '열일곱 번째 것은 사람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민석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십 년 전 그 말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그는 알고 있었다. 정도현이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22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22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