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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12화
PAYLUA ORIGINAL · 제12화

12화. 십오 분 먼저 온 독촉장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5,428자

오프라인 책장
민석은 답장을 세 번 읽었다. 마지막 문장에 찍힌 물음표가 이상하게 무거웠다. ‘제 내일에 왜 당신 이름이 뜹니까?’ 그 역시 같은 질문을 하고 싶었다. 왜 처음 보는 사람의 내일이 자신의 휴대전화에 표시되는가. 왜 동의도 받지 않은 사람에게 돈을 내라고 독촉하는가. “답장해도 될까요?” 민석이 물었다. “상대가 먼저 연락했으니까요. 다만 원장 안에서 보내는 메시지라면 누가 읽는지 몰라요.” 서윤이 말했다. 민석은 문장을 짧게 썼다. '저는 강민석입니다. 당신의 금액을 승인한 적 없습니다. 제 이름이 보인다면 그건 제 동의 없이 이루어진 표시입니다. 원하신다면 기자 한서윤 씨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겠습니다.' 전송 버튼을 누르자 207번의 시계가 12분 31초로 줄었다. 답장이 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삼십 초였다. '한서윤 기자 아세요? 경제면 기사 쓰는 분 맞나요? 제 이름은 윤미정이에요. 작은 서점을 합니다. 아까부터 카드 단말기에 이상한 경고가 떠요.' 서윤은 자신의 공개된 회사 전화번호를 안내하고 당사자의 동의를 구했다. 잠시 뒤 전화가 연결됐다. “정말 기자분이시네요. 죄송해요. 요즘 사기 전화가 많아서.” 수화기 너머에는 종이 넘기는 소리와 출입문 종소리가 섞여 들렸다. 미정의 목소리는 또박또박했지만 끝이 조금 떨렸다. “어떤 경고가 떴습니까?” 서윤이 물었다. “오후 네 시에 칠만 사천 원이 빠진다고요. 카드 결제 취소 건이라는데 제가 취소한 게 없어요. 단말기 업체에 전화하니 그런 예정 내역은 없다고 하고요.” “화면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나요?” “휴대전화로 찍으면 그냥 빈 화면이에요. 손으로 적어 놓기는 했어요.” 민석은 그 이야기를 듣고 숨을 길게 내쉬었다. 자신만 겪은 현상이 아니었다. “윤미정 씨.” 민석이 말했다. “저희가 알고 싶은 건 진짜 돈이 빠지는지부터예요. 단말기와 은행에서 각각 확인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그 외에는 아무 결제도 추가로 하지 마세요.” “당장 가게 문 닫고 은행에 가야 하나요?”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평소 하던 일을 하시되, 실제 결제 내역과 알림 시간을 따로 적어 주세요.” 미정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왜 도와주세요? 제게 칠만 사천 원이 빠지면 그 돈을 당신이 낸다고 뜨던데.”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합니다. 제가 대신 내겠다고 한 적도 없고, 대신 내면 어떤 계약이 성립하는지도 모르니까요.” 전화가 끝난 뒤 세 사람은 메모를 대조했다. 미정의 예고 시각은 네 시. 자신의 화면에 뜬 남은 시간으로 계산하면 딱 맞았다. 미정이 잠깐 전화를 끊은 사이 서윤은 자신의 취재 동의 기록을 정리했다. 민석은 그녀에게 너무 서둘러 전화한 게 아닐까 걱정했다. 세상에는 숫자로도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많았지만, 모르는 번호의 사람이 갑자기 다른 사람의 은행 내역을 확인해 달라고 하면 겁부터 나는 게 당연했다. “우리가 실제로 도울 수 있는 건 어디까지일까요?” 민석이 물었다. 서윤은 펜을 내려놓았다. “그분이 원하면 사실을 검증하고, 공식적인 문의 방법을 알려 줄 수 있어요. 예고 자체를 없애겠다고 장담하는 건 안 되겠죠.” “그럼 제가 대신 일곱만 사천 원을 입금하면요?” “그것도 사전에 어떤 거래가 생기는지 몰라요. 다른 사람의 카드 거래에 억지로 돈을 넣으면 사기를 도와주는 결과가 될 수도 있죠.” 민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를 구하려는 행동이 타인의 결정을 빼앗아서는 안 됐다. 그는 자신이 가진 능력을 사용하기보다, 미정이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늘리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그때 준성에게서 사진이 한 장 전송됐다. 인터넷에 남은 한빛자산신탁의 사업보고서 표지였다. 2016년 한 해 동안 회사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건부 보전 계약'을 연구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 회사가 정말 미래 정산을 연구했었다는 거야?” 민석이 물었다. “공개된 자료에는 위험 예측 모델이라고만 쓰여 있어.” 준성이 답했다. “사람들이 보는 미래 앱이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나도 몰라.” “그럼 서문재는 연구자였나?” “사업화 담당이었지. 원래 설계가 어떤 것이었든 돈을 벌 수 있는 형태로 바꾸려고 했어.” 서윤은 사업보고서의 발표 날짜를 적었다. 그 회사가 실제로 존재했고 그 모델을 홍보했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래 예고가 초자연적인 현상인지, 비정상적으로 많은 정보를 다루는 예측 시스템인지까지 설명되는 것은 아니었다. 이름 모를 사람과의 전화 한 통에서 시작한 일이 점점 거대한 기업의 흔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시급한 건 칠만 사천 원이었다. 민석은 다시 시계를 보았다. 남은 시간은 6분 24초였다. 오후 세 시 오십오 분, 미정에게서 문자 사진이 도착했다. 서점 계산대 위에 올린 손글씨 노트였다. ‘카드 취소 없음, 예약 결제 없음, 영수증 번호 1842.’ 출입문 옆에 놓인 카네이션 한 송이까지 찍혀 있었다. 평범한 가게의 평범한 오후였다. “서점 이름도 기사에 실어도 된다고 하시네요.” 서윤이 말했다. “지금은 싣지 말아요. 원장이 사람을 건드리고 있다는 걸 외부에 알리는 건 나중에도 할 수 있어요. 먼저 그분에게 피해가 없게 해야죠.” 미정이 다시 전화했다. 카운터 앞에서 들리던 출입문 종소리가 멈췄다. 가게는 잠시 한산하다고 했다. “아까 그 책에 대해 물어본 손님이 그냥 간 게 마음에 걸려요. 제가 안 팔겠다고 하니까 별로 아쉬워하지도 않았거든요.” “다른 걸 묻진 않았나요?” “누가 이 책을 마지막으로 봤냐고요. 저는 대답하지 않았어요. 아버지가 옛날에 보셨다는 얘기를 하려다가, 괜히 이상해서.” 민석은 책의 제목과 가격, 서가 위치를 노트에 적었다. 인과관계를 추측하는 건 잠시 미뤘다. 화면의 ‘미래 재고 부족’이 실제 재고량과 다른 뜻일 가능성도 있었다. “윤미정 씨. 어떤 버튼이 보이든 책을 팔지 말라고 하지는 않겠습니다. 그건 사장님이 결정할 일이에요. 다만 모르는 계약에 서명하라는 요청이 오면 내용을 확인하기 전엔 동의하지 말아 주세요.” “알겠어요. 그 말이 가장 안심돼요. 다른 사람들은 자꾸 지금 당장 버튼을 눌러야 한다고 하니까요.” 그 말은 민석의 가슴을 찔렀다. 자신에게 처음 나타난 숫자도 비슷했다. 정해진 시간 안에 결정하지 않으면 손해가 확정된다는 협박. 그는 사람을 서두르게 하는 숫자가 얼마나 강한지 이미 경험했다. 전화를 끊을 무렵 미정은 뜻밖의 말을 덧붙였다. “저는 사실 칠만 사천 원보다 책이 더 걱정돼요. 아버지 유품이거든요. 손님이 필요하다고 해도 그 책은 팔고 싶지 않아요.” 이 말을 듣고 민석은 문제의 크기를 다시 헤아렸다. 원장에는 칠만 사천 원이라고 적혔지만, 그 책을 잃으면 미정이 겪을 손실은 가격표로 환산하기 어려웠다. 두 사람이 같은 거래를 보고도 서로 다른 것을 지키려 한다는 사실이 원장의 최대 약점일지 몰랐다. 시계가 1분 아래로 내려갔다. [207번 강제 정산: -74,000원] [대체 승인 요청: 강민석] [승인 / 거절] 민석은 양쪽 버튼에서 손을 뗐다. 거절조차 다른 누군가에게 정산을 넘기는 방식일 수 있었다. 상세 설명부터 펼쳤다. [정산 근거: 기존 결제 취소의 복원] [원거래: 서적 1권, 74,000원] [복원 사유: 미래 재고 부족] “책 한 권이 칠만 사천 원이야?” 준성이 물었다. 어느새 도착한 그는 서윤 옆에 앉았다. “고서일 수도 있지.” 민석이 말했다. “그런데 아직 팔지도 않은 책의 재고 부족으로 이미 끝난 결제를 복원한다고?” 서윤은 다시 미정에게 전화했다. 미정은 금액을 듣더니 바로 대답했다. “그런 책 있어요. 십 년 전에 절판된 경제사 자료집. 지금은 진열만 해 둔 거예요. 예약한 사람도 없어요.” “누가 가져가려고 하나요?” “방금 모르는 남자가 와서 살 수 있냐고 물었어요. 거절했죠. 한참 표지를 들여다보다 갔어요.” 민석의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미래 재고 부족이라는 말은 누군가가 그 책을 사게 될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 “혹시 남자 손목에 시계가 있었습니까?” “은색이요. 어떻게 아셨어요?” 준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재가 간 거야.” “그 사람이 사지 않은 책 때문에 누군가 손해를 본다고요?” “일어날지도 모르는 거래를 지금 장부에 올리는 거지. 선택하도록 몰아붙이면서.” 민석은 상세 화면 아래 작은 링크를 발견했다. '채권 성립 증빙'. 링크를 누르자 세 개 항목이 나왔다. 구매자 결제 승인 없음. 판매자 인도 확인 없음. 미래 재고 추정 있음. “증빙이 전부 없잖아요.” 남은 시간 12초. 민석은 승인도 거절도 누르지 않고 '거래 성립 증빙 부재'를 선택했다. 처음 100억 원 문제에서 찾았던 분쟁 창구와 비슷했다. [검증 요청 접수] [207번 정산 일시 보류] [대체 승인 책임 없음] 그 즉시 미정에게 전화가 왔다. “경고가 사라졌어요. 아직 돈도 안 빠졌어요.” 민석은 기쁘면서도 한 가지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 “은행 내역을 다시 확인해 주세요. 예고가 사라졌다고 결제가 취소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섯 분 뒤 미정은 은행과 단말기 내역에 변동이 없다는 사실을 알려 왔다. 그제야 그는 노트에 체크 표시를 했다. 지금 확인한 것은 두 가지였다. 원장이 존재하지 않는 거래를 강제 정산하려 했다는 것. 검증 요청으로 적어도 그 건의 이관을 막을 수 있다는 것. 준성이 컵을 내려놓았다. “네가 운이 좋았어. 처음 사건은 증빙이 없어서 빠져나왔지만, 다른 사람들의 계약은 실제 문서가 남아 있을 수도 있어.” “그럼 사람마다 확인해야지.” “사백열세 명을?” “필요하다면.” 서윤이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사람을 일일이 찾아가기 전에 전체 명세에서 같은 계약들이 몇 번 중복됐는지부터 봐야 할 것 같아요. 이 원장이 사백열세 개의 실수로 이루어져 있지는 않을 테니까.” 그 말이 끝나는 순간 가입자 화면에 새로운 항목이 떠올랐다. [207번 이의 제기 완료] [공동 정산 총 노출액 조정: -74,000원] 일조 원에서 칠만 사천 원이 빠졌다. 시스템은 금액을 낮췄지만, 서문재가 내놓은 질문은 더 커졌다. 실제 돈이 움직이지 않아도 사람의 행동을 조건으로 하는 숫자를 만들 수 있는가. 미정에게서 문자가 하나 더 왔다. '아까 손님이 남기고 간 명함이 있어요. 한빛자산신탁이라고 적혀 있네요. 그런데 그 회사 오래전에 없어지지 않았나요?' 민석은 명함 뒷면 사진을 요청했다. 보내 온 사진에는 낡은 인쇄체로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단말기가 아니라, 책의 마지막 장을 확인하십시오.’ 서윤이 중얼거렸다. “도현 씨가 그 책을 찾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민석은 전화기에 대고 물었다. “미정 씨, 그 책을 저희가 정식으로 열람해도 되겠습니까?” “사실 제게도 걱정되는 게 있어요.” “뭔데요?” “그 남자에게 책을 안 팔았는데요.” 미정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방금 책장이 저 혼자 넘어갔어요. 마지막 장에 원래 없던 이름이 나타났어요. 정도현. 그 아래에는 제 이름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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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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