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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117화
PAYLUA ORIGINAL · 제117화

117화. 복구 버튼 뒤의 사람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2,674자

오프라인 책장
서문재 명의의 요청 기록은 화요일 저녁 긴급 보존 대상으로 지정됐다. 세린은 민석에게 한 가지를 단단히 일러 두었다. “계정 이름을 봤다고 바로 서문재 씨가 조작했다고 말하지 마세요. 본인이 직접 사용했는지, 위임된 계정인지, 탈취된 건지까지 다 확인해야 해요.” “저도 알아요.” “알면 표정도 좀 바꿔요. 지금 당장 찾아가서 멱살이라도 잡을 사람처럼 보여요.” 민석은 그제야 자기 손이 주먹으로 굳어 있는 것을 깨달았다. 같은 날 저녁, 한서윤은 취재원에게서 한 장의 운용 안내서를 받았다. 문서는 성우데이터가 고객사에 제공하던 '원본 기록 보정 기능'의 설명이었다. 여기에는 익숙한 버튼이 있었다. '복구'. [복구 실행 시 기존 결과값을 최신 원본으로 갱신함] [주의: 연결된 외부 보고서의 재배포는 별도 설정] “누가 복구 버튼을 눌러도 이미 배포된 보고서가 그대로일 수 있다는 뜻이네요.” 서윤이 말했다. 준성은 화면을 확대했다. “그보다 이 '원본'이 뭔지 봐. 기준 원본이 지금까지 확인된 서류라는 보장이 없어. 가장 최근에 업로드된 문서를 원본이라고 부르는 설정도 있어.” 그들은 예린에게 설명서를 보여 줬다. 예린은 오래전 작성했던 용어 표를 찾아냈다. 2016년의 원본은 실제 당사자에게서 나온 발언이나 입금 사실을 뜻했다. 2026년의 일부 모듈에서 원본은 단순히 '최신 제출 파일'이었다. “사람의 말을 기록하던 시스템이 서류 제출 순서로 진실을 정하게 된 거군요.” 민석이 말했다. 민석은 파일 목록을 보다가 한 번 더 도현의 메모를 떠올렸다. 도현은 시스템이 자기 이름을 빌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었다. 그 말은 마치 미래를 본 예언처럼 들렸다. 그러나 오래된 소프트웨어를 오래 다뤄 본 사람이라면, 자신이 떠난 뒤에도 이름이 자동으로 남아 있을 위험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 도현 씨는 예언자가 아니었네요.” 준성이 말했다. “예언자가 아니었다고 경고가 덜 중요한 건 아니야.” “맞네.” 두 사람은 오래된 이메일 목록을 펼쳤다. 도현은 자신이 퇴사한 뒤 자동화 시험 계정을 끄라는 요청을 세 차례 보냈다. 첫 번째에는 승인자가 휴가 중이라고 답했고, 두 번째에는 예산과 계약을 이유로 미뤘다. 세 번째에는 '차기 갱신 시 검토'라는 회신만 남았다. 민석은 메일에 밑줄을 그었다. 누구도 특별히 악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아무도 버튼을 끄지 않으면 시스템은 계속 움직일 수 있었다. 그 결과가 누군가의 권리를 빼앗는다면 '몰랐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했다. 이어 오명숙에게서 긴급한 전화가 왔다. 지원금을 받았다고 표시된 과거 항목 때문에 기존 사업자금 대출의 자료 보완을 요구받았다는 것이다. 은행 직원은 추가 서류를 받기 위한 절차라고 설명했지만 명숙은 이전 사건이 알려진 뒤 생긴 불이익이 아닐지 겁이 났다. “저 그냥 수령했다고 인정하면 안 될까요? 문제 생기면 가게를 닫아야 하는데요.” 민석은 즉시 대답하지 못했다. 처음 원장을 본 날, 자신도 숫자 앞에서 비슷한 유혹을 느꼈다. 사실이 아니어도 동의만 하면 불안이 끝날 것 같다는 마음이었다. “명숙 사장님, 제가 해결된다고 약속할 순 없어요. 다만 확인되지 않은 수령을 인정하면 나중에 더 설명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현재 은행이 요구한 사유부터 직접 확인하시고, 필요하면 대리인 도움을 받으세요.” “그럼 제가 받았다는 증거를 내놓으라고 해도 되죠?” “네. 그게 사장님께 필요한 질문일 것 같습니다.” 전화를 끊고 민석은 손가락 끝에 남은 떨림을 보았다. 숫자가 아닌 사람에게서 전화가 오자 사건은 다시 무게를 얻었다. 확인되지 않은 보고서 한 장이 어느 가게의 겨울을 바꿀 수도 있었다. 밤 열 시 무렵, 서윤은 보관 기관에서 확인한 두 문서를 비교했다. 첫 문서에는 '동의 확인 후에만 수령 완료로 전환'이라고 적혀 있었다. 두 번째에는 '기간 경과 시 별도 이의 없으면 완료'라고 쓰여 있었다. 두 문서의 날짜는 각각 2016년과 2018년이었다. “이 문장 하나 때문에 누군가의 침묵이 동의로 바뀐 거예요.” 예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다만 이걸 바꾼 사람이 정확히 누구인지는 서문재의 당시 결재 문서를 봐야 해요.” 그때 성우데이터에서 문서 보존 요청에 대한 추가 회신이 왔다. 현재 연계 모듈에 대한 '원본 수취인 전체 확정' 명령은 실제 처리가 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수신자별로 확인이 되지 않아 승인 대기 상태에서 멈췄다고 했다. “다행이네요.” 준성이 말했다. 하지만 회신 마지막 문장은 다르게 쓰여 있었다. '동일 요청이 자동 재시도 대상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다음 실행 예정 시각은 2026년 12월 16일 오전 9시 17분입니다.' 내일 아침이었다. 세린은 즉시 관련 기관에 추가 보존 및 실행 중지 요청을 보냈다. 정태겸에게도 연락해 모든 외부 고객사에 아직 미확인된 완료 자료를 사용하지 말라고 알려 달라고 했다. 서윤이 민석을 바라봤다. “미래의 강민석이 경고한 일이, 내일 정말 벌어질지도 모르겠네요.” 민석은 고개를 저었다. “누가 경고했는지는 아직 몰라요. 그래도 내일을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죠.” 그의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내일의 잔액: -100,000,000,000원] [평가 항목: 2차 외부 보고서] [현금 이동 예고: 확인 불가] 처음 등장했던 백억 원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돈의 무게보다 그 숫자를 믿게 될 사람들의 얼굴이 먼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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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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