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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103화
PAYLUA ORIGINAL · 제103화

103화. 이름을 빌린 거래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2,784자

오프라인 책장
정태겸의 회사는 로비부터 조용했다. 문 앞에 놓인 화분까지 지나치게 반듯해서 누구도 오래 머물고 싶지 않은 공간처럼 보였다. 민석은 세린과 함께 안내데스크를 통과했다. 오늘 면담의 목적은 단 하나였다. 검은 원장의 대표 수취인 표시가 어느 실무 절차에서 만들어졌는지 확인하는 것. 준성이 동석하려 했지만 태겸은 회사의 오래된 기술 검토 자료에 준성의 이름이 있다는 이유로 이해관계 충돌을 문제 삼았다. 대신 면담 녹취와 사후 서면 확인에는 동의했다. “천 원은 저희 회사가 보낸 돈이 아닙니다.” 태겸이 먼저 말했다. “은행이 송금인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그 말도 확인할 수 없죠.” 민석이 대답했다. 태겸의 눈썹이 조금 올라갔다. “그런데도 찾아온 이유가 있습니까?” “돈을 누가 보냈느냐와 별개로, 수취인 명부를 누가 만든 건지 물으러 왔습니다.” 세린이 서면 질의서를 내밀었다. 태겸은 세 번째 항목에서 손을 멈췄다. “대표 수취인이라는 문구는 저희가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명칭이 아닙니다.” “그러면 어디서 사용됩니까?” “외부 시험 원장의 기초 템플릿에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제공된 평가 자료는 수취인별 실제 지급 이력이 아니라, 연락 가능성과 이의 제기 위험을 산출하는 보조 정보였습니다.” “그 보조 정보가 투자 설명 자료에는 왜 지급 확인율로 나왔습니까?” 태겸은 잠시 침묵했다. “일부 판매 자료에 잘못 쓰였을 가능성을 조사 중입니다.” “가능성이라는 말을 몇 번 더 들어야 합니까?” 민석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세린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 “지금은 문서로 답변을 받는 것이 먼저예요.” 태겸은 다음 주 공개 예정이던 상품 위험 설명서의 배포를 잠정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중단 요청이 실제 모든 유통사에 전달됐는지 확인할 자료도 제출하기로 했다. 민석은 그 조치가 충분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충분하지 않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알 수 없는 부분을 다시 기록했다. 태겸은 창밖을 잠시 살펴보다 의자에서 일어났다. 유리벽 너머의 사무실에서는 두 직원이 판매 설명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빨간 수정 표시가 가득한 종이를 들고 있었고, 다른 사람은 화면 속 목록을 지우고 있었다. 민석은 그 장면을 오래 바라보았다. “그 회사가 이미 판 물건이 얼마나 됩니까?” “현 단계에서 정확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우리 회사가 모든 판매를 직접 담당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묻는 건 책임을 떠넘길 곳이 아니라, 잘못된 설명을 받은 사람이 있는지예요.” 태겸은 다시 앉았다. “조사 범위를 공식적으로 넓히겠습니다. 다만 확인 없이 숫자를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세린은 그 답변을 회의록에 적고 동석자에게 읽어 주었다. 태겸도 수정 없이 인정했다. 민석은 자신이 지금 거대한 금융 범죄의 중심에 있다는 확신을 만들지 않으려 애썼다. 그 확신은 달콤했다. 사건을 하나의 악당과 한 번의 폭로로 끝낼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그러나 실제로 마주한 것은 서로 다르게 말하는 네 종류의 문서였다. 보고서, 계약서, 설명서, 명부. 이 문서들이 언제부터 같은 말을 하는 것으로 취급됐는지 아직 모르는 상태였다. 그는 문득 어머니에게 했던 거짓말이 떠올랐다. 일이 바빠서 주말에 오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실제로는 검은 원장에 남은 숫자를 확인하느라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며칠째 잘 지내느냐는 메시지에 ‘응’ 한 글자만 보내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거래였던 천 원이 자신에게서 빼앗아 간 것은 돈이 아니라 평범한 하루인지도 몰랐다. 회의가 끝날 무렵 태겸은 개인적인 질문을 꺼냈다. “강민석 씨는 왜 계속 본인 이름을 빼 달라고 하는 겁니까? 본인이 원본 보류를 찾아낸 핵심 인물 아닌가요?” “핵심 인물이라고 해서 남의 지급을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최종 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그 최종 버튼이 존재하는 것부터 잘못됐을 수 있죠.” 태겸은 대답하지 못했다. 밖에서 준성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민석의 얼굴을 보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강 짐작했다. “내 이름 나왔지?” “응. 하지만 네가 뭘 승인한 건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아.” “2018년 검토 보고서에 내 서명이 있다는 건 확실해.” 준성은 종이봉투 하나를 건넸다. 보고서의 원본은 아니었다. 열두 장짜리 초안의 수정 이력이었다. 가장 마지막 페이지에 이런 문구가 있었다. ‘수취인 대표: 개발 시험 계정 명칭으로 한정. 실제 당사자 권한과 무관.’ 그리고 그 문장 옆에는 수기로 ‘외부 공개판에서 삭제’라는 지시가 적혀 있었다. “누가 적었어?” 민석이 물었다. “결재선에 서문재 이름이 있어. 하지만 지시 문구를 직접 썼는지는 몰라.” 민석은 문장을 오래 들여다봤다. 누군가 위험을 알고 있었다. 알고도 지웠는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었다. 그 간격을 증거로 메워야 했다. 그날 밤 서윤은 회사의 전직 상품 설명 담당자와 연락이 닿았다. 그는 이름을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지급 완료율이 높다는 숫자만 받았어요. 그게 실제 돈이 건너갔다는 뜻인지 확인하는 서류는 없었습니다. 원장을 믿은 게 아니라, 원장을 믿으라는 보고서를 믿은 거죠.” 서윤은 통화를 마치고 창밖을 보았다. 사람을 속이는 데 반드시 거짓말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사실의 반쪽만 남기는 서식 하나로도 충분했다. 자정 무렵, 민석의 휴대전화에 또 다른 파일이 도착했다. [대표 수취인 지정 신청서] [신청자: 강민석] [작성 시각: 2036.11.20 16:42] [전자서명: 유효] 그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실제로 서명한 적 없는 신청서가, 이번에는 유효하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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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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