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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99화
PAYLUA ORIGINAL · 제99화

99화. 돌아온 사람의 손에 남은 편지

신도가 한 명도 없는 신이 되었다 · 6,080자

오프라인 책장
아라의 대기실 옆에 남은 물잔 두 개는 아주 오래된 것이었다. 마온이 가져온 지도에는 그 방으로 들어가는 작은 옆문이 표시돼 있었다. 공식 반환대 안내망은 그 문을 ‘관리인 통로’라고 불렀지만, 옛 호송 명단에서는 ‘마지막 확인 지점’이라고 적혀 있었다. 누가 관리인인지, 누구의 귀환을 확인하는 곳인지는 어디에도 나오지 않았다. 재하는 먼저 무진 분지 주민 대표들에게 현재 상황을 알렸다. 반환대의 압력은 안정됐고, 긴급 구조는 마무리됐다. 이제 그 안쪽을 다시 조사하는 것은 즉각적인 생명 구조가 아니라 오래된 편지의 수신자와 발송인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위험의 성격이 바뀐 만큼 허가와 지원 방식도 새로 정해야 했다. “오늘 사람을 구했으니 내일도 들어가면 되는 거 아니오?” 한 주민이 물었다. 하심이 대답했다. “구조하는 일과 남의 서랍을 뒤지는 일은 달라야 하오.” 릴리는 이번 탐사에서 자신이 빠지겠다고 말했다. 치료소에서 젖은 집 때문에 감기에 걸린 아이들이 늘었고, 노아도 아직 심한 밤기침을 했다. 그녀는 신전의 일을 모두 자신이 책임지려고 했던 습관을 돌아봤다. “아라가 누군지 알고 싶어요. 하지만 제가 꼭 들어가야 하는 이유는 없어요.” “그래도 지금까지 가장 많이 봤잖아요.” 재하가 말했다. “그러니까 밖에서 기록을 정리할 수도 있죠. 다른 사람도 배울 수 있게요.” 그 말을 듣고 재하는 더는 권하지 않았다. 그가 처음 릴리를 만났을 때, 그녀가 자신을 믿는 순간 모든 일이 해결될 줄 알았다. 지금은 그녀가 자신의 옆에 없을 때도 신전이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이번 탐사는 세다와 마온, 북방 도시의 보관인 하나가 맡았다. 하나는 대기실에 남은 원본을 조사할 권한이 있었지만, 기록을 모두 공개할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다. 출입도 세 명의 합의로 결정했다. 그들은 서로를 견제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위험한 순간에 다른 관점을 보태기 위해 함께 가는 사람들이었다. 통로 안은 지난번보다 조금 밝았다. 외부 우편집의 등불이 구리선을 따라 약하게 비쳤기 때문이다. 세다는 도착 경로를 벽에 따로 표시했다. 돌아갈 때 손으로 만져도 알 수 있도록 매듭을 일정한 간격으로 묶었다. 마온은 배수판 주변의 물높이를 확인했다. 오래된 수문은 여전히 움직였지만, 급격한 역류는 없었다. 마침내 ‘아라의 자리’ 앞에 도착했다. 의자에는 작은 신발 한 짝만 남아 있었다. 앞서 지상으로 올라온 신발과 짝이 맞는 모양이었다. 하나는 사진과 치수를 기록했지만 신발을 치우지 않았다. “반환대가 정말 아라를 기다리는 걸까요?” 세다가 물었다. “장치가 그 사람의 이름으로 작동할 수는 있어요.” 하나가 말했다. “그것이 아라 본인이 아직 살아 있다는 뜻은 아니죠.” 관리인 통로 끝에는 낮은 문이 있었다. 문을 열자 오래된 탁자와 잔 두 개가 나타났다. 물이 남아 있던 잔은 바닥이 조금 깨져 있었고, 다른 잔에는 뚜껑이 덮여 있었다. 탁자 위에는 손바닥만 한 금속판이 놓여 있었다. [관리인 마지막 명령: 귀환자를 기다릴 것] [명령 해제 조건: 마지막 귀환 확인] 마온이 이마를 찌푸렸다. “마지막 귀환을 확인하려면 출구를 열어야 하는데, 출구는 마지막 귀환자가 확인되지 않으면 닫히는 구조였죠.” 세다가 대답했다. “그럼 서로 다른 규칙이 사람을 계속 가두고 있네요.” 하나는 작은 공책을 발견했다. 공책은 불과 몇 장 남지 않았고, 나머지는 찢겨 있었다. 처음 글씨는 차분했고 끝으로 갈수록 흔들렸다. 그 안에는 아라라는 이름과 함께 오래된 수로 공사가 언급되어 있었다. ‘아이를 서쪽 마을까지 보냈다. 물이 다시 차오르기 전에 마지막 문을 닫아야 한다. 아라에게 신발을 보낸다.’ 다음 장에는 더 짧은 문장이 있었다. ‘아이에게 돌아가겠다고 말한 건 내 잘못일까. 돌아갈 수 있는지 확인하고 말했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읽을 수 있는 문장은 이랬다. ‘문을 닫으면 사람들은 산다. 하지만 나는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문을 열면 내가 나가도 다시 물이 밀려든다.’ 하나는 공책을 조심스럽게 덮었다. 문장의 작성자는 자신이 안전을 위해 남았다고 기록했다. 하지만 그가 정말 얼마나 오래 버텼는지, 그 뒤에 살아서 돌아왔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세다는 통신석을 통해 그 부분만 밖에 전달했다. 재하는 우편집에서 릴리와 함께 들었다. 몇백 년 전의 누군가가 가족을 살리기 위해 문을 닫고 남았다는 기록이었다. 그건 신의 명령도, 영웅이 되려는 선언도 아니었다. 단지 막막한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한 사람의 메모처럼 보였다. “그러면 첫 번째 사람은 누군가를 구하다 못 돌아온 거네요.” 에반이 말했다. “그럴 가능성이 있어요.” 재하가 답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정말 죽었는지는 아직 모르고요.” 공책의 앞부분을 정리하던 세다는 종이 위에 남은 작은 그림들을 발견했다. 물길을 닫는 손잡이가 어떻게 연결됐는지 보여 주는 손그림이었다.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단순한 선으로 그려져 있었다. 문 옆에는 동그란 표시가 있었고, 그 위로 희미한 발자국 두 쌍이 그려져 있었다. “이 발자국들은 누구 것일까요?” 세다가 물었다. 마온은 선의 굵기를 살폈다. “한쪽이 훨씬 작아요. 아이와 어른일 수 있겠죠.” 하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곧바로 덧붙였다. “그림을 남긴 사람이 누구인지, 실제 사건을 그린 건지는 아직 모릅니다.” 그들은 그림을 따로 기록했다. 글을 읽지 못한 사람의 흔적이라 해도 설명할 가치는 있었다. 누군가 자신이 다녀간 길을 그렸다면, 후대의 사람이 다시 길을 찾도록 돕기 위한 의도였을 수도 있었다. 공책 중간에는 날짜 대신 계절을 적어 둔 기록도 있었다. ‘북쪽 바람이 처음 바뀐 밤’, ‘물이 두 번째로 불어난 날’, ‘지붕에서 새가 떠난 아침’. 세다는 이 기록들을 수로의 지층과 비교하기 위해 나헬에게 보냈다. 이 지역의 옛 홍수가 실제로 어느 시기에 일어났는지 알아야 누락된 역사와 연결할 수 있었다. 그 사이 하나는 작은 문장을 발견했다. ‘우리가 다 같이 건넜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마지막 문은 한 사람의 손으로도 닫을 수 있다.’ 그녀는 그 문장을 두 번 읽었다. 공동 구조의 시작을 이야기하는 기록 `000000`에는 여러 사람이 이어서 응답했다고 적혀 있었다. 그렇다면 그보다 앞선 이 메모는 공동 구조가 시작되기까지 한 사람이 혼자 막아야 했던 수문을 기록한 것일까. 아니면 전혀 다른 사건을 닮은 표현일 뿐일까. 세다는 통신을 통해 이 부분을 재하에게 전달했다. “이 메모를 쓴 사람이 최초 구조자일 가능성이 있어요.” 재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릴리와 잠깐 이야기를 나눈 뒤 말했다. “가능성으로 남겨 주세요. 이 사람을 우리가 찾던 영웅이라고 만들기에는 아직 빠릅니다.” 릴리도 동의했다. “그런데 기록한 마음은 전할 수 있겠네요. 사람들을 다 건너게 하고 싶었다는 것.” 에반은 오래된 광고 문구를 떠올렸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대개 단순한 영웅 이야기였다. 대단한 신 한 명이 나타나 모두를 구하는 이야기에는 사람들이 빠르게 마음을 준다. 하지만 이 공책은 달랐다. 한 사람이 문을 닫았지만, 그 앞에는 여러 사람이 아이를 데리고 강을 건넜고, 뒤에는 수문을 고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누구 하나 지워 버리면 전체 이야기가 달라졌다. “이번에는 포스터 만들기 어렵겠어.” 에반이 말했다. 재하가 웃었다. “그러게. 주인공이 너무 많잖아.” “그게 문제라니까.” 하나는 작은 의자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신발 한 짝을 앞에 두고 가만히 바라봤다. 그녀의 할머니는 돌아오지 못한 사람을 위해 신발 한 짝을 문밖에 놓아 두곤 했다고 했다. 신발을 신고 당장 걸어오라는 뜻이 아니라, 돌아갈 자리가 있다는 표시였다고. 하나는 그 옛날 풍습이 아라의 대기실에서 시작된 것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녀는 신발을 옮기지 않았다. 그 물건이 오랜 시간 어디에 있었는지 자체가 조사에 필요한 사실이었다. 조심해서 기록하면서도, 누군가 신발을 그렇게 놓았던 마음을 상상했다. “편지를 찾으면 이 신발도 보내야 할까요?” 세다가 물었다. “그건 수신자에게 물어야 합니다.” 하나가 대답했다. “그리고 수신자가 더 이상 없을 경우, 누구에게 보관을 맡길 수 있는지 확인해야겠죠.” 마온은 바깥 통로를 다시 살폈다. 두 사람이 오래 머무르면 장치가 출입 기록을 혼란스럽게 처리할 수 있어 시간을 정해 두었다. 그들은 잠시 뒤 돌아가야 했다. 원본을 가지고 나가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도, 먼저 구조물의 안전을 지키기로 한 약속을 지켜야 했다. 그때 탁자 아래에서 느린 종소리 하나가 들렸다. 작은 금속판이 흔들리면서 공책 뒤표지를 가볍게 쳤다. 하나는 공책이 완전히 펼쳐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조심스럽게 뒤표지를 들자, 그 안쪽에 얇게 감춰진 종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 하나가 공책 뒤표지를 들췄다. 그 안쪽에 얇은 편지 한 장이 감춰져 있었다. 편지 봉투에는 실밥이 꿰매져 있었다. 멀리서 확인된 아라의 신발과 같은 일곱 가닥 매듭이었다. [수신인: 아라] [발신인: 귀환을 약속한 사람] [배달 상태: 접수 취소] 하나는 놀라움보다 의문을 먼저 표시했다. “누가 접수를 취소한 걸까요?” 세다는 기록 번호를 확인했다. 접수 취소는 편지가 작성된 날로부터 한참 뒤에 이루어졌다. 기록에 따르면 원시 분류 규칙이 바뀌면서 ‘불명확한 귀환 약속’은 ‘신앙 요청’으로 전환되고, 발신자의 편지는 배달 목록에서 제외되었다. “이름을 지운 다음 답장도 막은 거군요.” 마온이 말했다. “누가 그렇게 했는지는 여전히 찾아야 해요.” 하나가 말했다. “하지만 분류 변경이 배달을 막았다는 건 분명합니다.” 하나는 편지의 보존 상태를 확인하고 수신자 열람 권한을 찾았다. 아라 본인의 동의는 당장 받을 수 없었다. 대신 기록의 발송인이 공개를 허락한 범위가 남아 있는지 살펴봤다. 봉투에는 ‘아라가 받지 못하면 다음으로 길을 맡은 사람에게 전달할 것’이라는 문장이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원본을 반출하지 않고, 수신자를 대신하지 않는 선에서 내용을 읽어 볼 수 있는 절차를 신청했다. 허가가 내려지기까지 잠깐 정적이 흘렀다. 에르테는 원시 기록의 남용 가능성을 검토한 뒤, 생존자 보호와 배달 여부 확인에 필요한 문장만 공개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하나는 봉투를 열었다. 편지는 놀랍게도 아주 평범한 내용이었다. ‘아라야. 네가 건너갔다는 말을 들었다. 다행이다. 나는 물길을 닫느라 뒤에 남았다. 네가 돌아와 나를 찾는다면, 기다릴 필요 없다. 네가 가는 길에 먼저 밥을 먹고 잠을 자라. 누군가의 목숨을 네가 평생 책임질 필요는 없다.’ 뒤에는 잉크가 번진 자국이 있었고, 마지막에 한 줄이 남아 있었다. ‘내가 돌아가지 못하더라도 너에게 빚을 남기지 않는다.’ 재하는 통신석을 붙든 손에서 힘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모든 분류 규칙이 사람들의 도움을 미래의 신앙 수익으로 바꾼 세계에서, 최초의 편지는 정반대로 쓰여 있었다. 누군가를 위해 남아 있어도 그 사람에게 빚을 지우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이 편지의 배달이 막혔고, 약속은 수백 년 동안 유효한 계약처럼 남아 있었다. 아라가 정말 아직 살아 있는지와 무관하게 장치는 그 아이의 귀환을 계속 기다렸다. 기다림을 잊지 못하도록 설계된 것이었다. 세다가 물었다. “그럼 편지를 원래 수신자에게 전할 수 없으면 어떻게 하죠?” 하나가 대답했다. “먼저 살아 있는 후손이나 기록의 보관인을 찾고, 그런 사람이 없다면 공적인 기억으로 남길 수 있어요. 하지만 자동으로 어떤 신의 자산으로 올릴 수는 없겠죠.” 바로 그때 대기실 의자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 먼지 쌓인 나무 의자 위에 조그만 손자국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대기자 응답 등록] [내용: 이제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까?] 재하는 놀라서 통신석에 대고 말했다. “우리가 그런 결정을 대신 내릴 순 없어. 하지만 편지에는 기다리지 말라고 적혀 있었어.” 말을 마치자 장치가 다시 반응했다. [원시 대기 명령의 기한: 최초 귀환 확인까지] [대기자의 직접 종료 권한: 미설정] 에반은 머리를 감쌌다. “기다리지 말라는 편지가 이제야 도착했는데, 이 장치는 기다리는 걸 끝낼 권한조차 안 줬다고?” 재하는 대답했다. “그러면 마지막 문제가 남았네. 기다리는 사람에게 기다리지 않을 권리를 돌려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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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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