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길을 찾기도 전에 물이 먼저 왔다.
무진 분지의 북쪽 수문은 지난 홍수 뒤에 응급 보수를 마친 상태였다. 모래주머니로 둑을 높이고, 사람이 손으로 열 수 있는 여분의 밸브를 만들었다. 그런데 한밤중 반환대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압력이 전해지자, 수문 아래의 오래된 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헬은 그 흔들림이 단순한 지진이 아니라 안쪽에서 미는 물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정상적인 수로라면 바깥 수위가 높은 쪽으로 밀려야 합니다. 지금은 반대예요.”
나헬은 출입문 옆 칠판에 수위 변화를 그렸다. 선은 짧은 시간에 가파르게 올라갔고, 다시 잠깐 멈췄다. 그다음 움직임을 예측하려면 측정을 계속해야 했다.
“마법으로 미리 볼 수는 없나요?” 재하가 물었다.
“미리 볼 수 있더라도 눈앞의 계측값과 비교해야겠죠.” 나헬이 말했다. “저희는 지금 측정 가능한 것부터 확인하겠습니다.”
재하는 지도를 바라봤다. 반환대의 대기실은 원래 지형과 닿지 않는 공간이었다. 그렇지만 내부가 과거 수로와 연결된 것이라면, 봉투만 작은 것이지 유입되는 물의 양까지 작지는 않을 수 있었다.
누리가 경고했다.
[반환대 연결망: 수압 상승]
[무진 분지 북쪽 급수 관로: 역류 가능]
[예상 위험: 북쪽 민가 42호]
에반이 얼굴을 찌푸렸다. “여기까지 와서 고대의 비밀보다 배수로 먼저 고쳐야 해?”
“그게 살아 있는 사람한테 더 급하잖아.” 재하가 대답했다.
카르도는 군용 이동 장비를 마을 밖에 배치하고 주민 대표에게 대피 계획을 설명했다. 예전 같으면 군인이 먼저 진입해 통제했겠지만, 이번에는 길을 아는 주민들이 먼저 동선을 정했다. 골목이 좁고 아이들이 많은 구역에서는 갑옷 입은 병사보다 수레를 끄는 주민들이 더 빨랐다.
“보병을 왼쪽 길로 보내면 되지 않습니까?” 데르온이 물었다.
“그 길에는 지난번에 다친 노인이 살고 있다. 수레를 지나가게 해 둬라.” 카르도가 대답했다.
재하는 릴리에게 연락했다. 그녀는 임시 치료소에서 약품과 담요를 정리하고 있었다. 노아도 도와주고 싶어 했지만, 릴리는 아이가 위험 지역에 들어가지 않도록 친구들과 함께 대피소에서 물컵을 나누는 일을 맡겼다.
“누나, 나도 사람을 구할 수 있어?”
“응.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일을 도우면 돼. 대신 위험한 곳에는 어른들이 갈 거야.”
“신님은 어디 있어?”
“수문에서 줄을 잡고 계셔.”
노아는 그 말을 듣고 의아해했다. “신님은 맨날 줄만 잡아?”
릴리는 웃었다. “가끔은 그게 제일 중요한 일이거든.”
나헬은 수문의 기계실에 들어가 세 개의 손잡이를 순서대로 움직였다. 첫 번째는 정상적으로 돌아갔지만 두 번째는 뻑뻑하게 걸렸다. 세 번째를 돌리자 오래된 관 아래에서 검은 물이 솟아올랐다. 물 자체는 따뜻했다. 계절에 맞지 않는 온도였다.
“반환대 안쪽 수로가 여전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럼 안에 아이가 있으면 물이 차오르는 걸까요?” 재하가 물었다.
“그럴 수 있지만, 물이 어디까지 들어왔는지 몰라요. 신호를 확인해야 합니다.”
세다는 우편집에 설치한 구리선 통신 장치를 다시 켰다. 하심의 서랍에서는 더 이상 세 번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대신 먼 곳에서 찢어지는 천 같은 소리가 들렸다.
“길이 무너지나요?” 릴리가 물었다.
“아마 연결이 늘어나고 있을 거예요.” 세다가 말했다. “소리가 끊어지는 건 멀어져서일 수도 있고, 무언가 사이에 끼어서일 수도 있어요.”
하심은 서랍을 여는 대신 봉투 안쪽에 빛을 비췄다. 어제까지 분명히 그려져 있던 대기실의 문이 물에 번진 잉크처럼 흐려지고 있었다. 길을 잃은 사람이 돌아오는 위치를 찾지 못할 가능성이 생겼다.
재하는 첫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폐허 신전에 도착했을 때 천계의 안내창 하나만이 그에게 위치를 알려 줬다. 안내창이 없었으면 그는 새 세상의 방향조차 몰랐을 것이다. 지금 반환대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그런 안내창도 없었다. 그들은 오랜 시간 사람들의 답장으로 길을 찾아야 했다.
“통신선 신호가 닿나요?”
“닿을 거예요.” 세다가 말했다. “하지만 수압이 커지면 줄이 끊어질 수도 있어요.”
카르도는 당장 군용 쇠사슬을 넣자고 제안했다가 나헬의 반대에 멈췄다. 너무 무거운 사슬은 좁은 통로를 손상시킬 수 있었다. 대신 마을의 어부들이 사용하는 가벼운 부표와 고무를 덧댄 밧줄을 가져왔다.
“저 사람이 전쟁신 맞습니까?” 한 어부가 물었다.
에반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은 전쟁보다 보급에 소질을 보이긴 해요.”
“전투에서 진 건 아니지?” 카르도가 물었다.
“그렇게 예민하게 나오면 내가 더 하고 싶어지는데.”
어부들의 도움으로 임시 방수벽이 설치됐다. 그러나 수문 압력은 낮아지지 않았다. 나헬은 반환대의 세 번째 출구가 막히면서 물이 무진 분지로 밀려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막힌 문이 열린다면 물은 원래 흐르던 지하 저수지로 빠질 수 있었다.
“그러면 결국 반환대 안쪽에 들어가야 한다는 뜻인가요?” 릴리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물이 차는 시간부터 계산하고 들어가야 합니다.”
재하는 지원자를 바라봤다. 앞선 탐사에서 세다는 다친 무릎이 아직 낫지 않았다. 나헬은 현장에서 수문을 지휘해야 했고, 릴리는 치료소에 남아야 했다. 아무도 무리해 들어갈 수 없었다.
급수 관로의 역류 원인을 찾는 동안 마을은 뜻밖의 선택에 직면했다. 북쪽 수문을 완전히 닫으면 물이 더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수문은 남쪽 치료소와 공동 식당에 물을 보내는 길이기도 했다. 잠깐 닫는다고 해도 언제 다시 열 수 있을지 몰랐다.
“오늘 밤은 닫는 편이 안전합니다.” 나헬이 말했다. “그렇지만 아침까지 이 상태가 유지되면 다른 구역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카르도는 지도를 자세히 살폈다. 남쪽 식당에는 비축 물통이 있었고, 치료소에는 비상 저수조가 있었다. 그는 당장 군용 물통을 운반할 수 있느냐고 데르온에게 물었다. 데르온은 가능하다고 답하면서도, 짐마차가 여러 번 오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얼마나 걸리나?”
“길이 미끄럽지 않다면 두 번 정도 왕복하면 됩니다. 다만 북쪽 민가의 대피를 동시에 진행하려면 인력을 나누어야 합니다.”
나헬은 주민 대표와 함께 선택지를 검토했다. 수문을 절반만 닫으면 북쪽의 위험은 낮아졌지만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다. 완전히 닫으면 안전성이 높아지는 대신 남쪽 공급이 불안해졌다. 그들은 일단 절반을 닫고 수압이 정해진 수준을 넘으면 즉시 전체 폐쇄하기로 했다. 누구 한 사람의 감에 의존하지 않도록 계측 담당도 두었다.
재하는 일을 돕겠다고 앞에 나섰지만 나헬이 손으로 막았다.
“신님은 여기 압력계 쪽에 계세요.”
“저도 관을 붙잡을 수 있는데요.”
“관을 붙잡으면 압력계가 안 보이죠. 숫자가 갑자기 올라가면 먼저 알려 주세요.”
재하는 작게 중얼거렸다. “또 줄잡이처럼 감시 담당이네.”
나헬은 웃었다. “그것도 필요한 일이에요.”
한참 뒤 압력계 바늘이 급격히 움직였다. 재하는 곧장 소리쳤다. 작업자들은 손잡이에서 물러났고, 나헬은 임시 폐쇄 명령을 내렸다. 몇 초 뒤 연결 부위에서 거센 물줄기가 튀어나왔다. 바로 앞에 사람이 있었다면 크게 다칠 수도 있었다.
카르도는 자신이 앞에 나가 물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재하가 팔을 벌려 막았다.
“신님, 지금은 물줄기 말고 사람부터 뒤로 보내 주세요.”
카르도가 잠깐 얼굴을 구겼다. 그러고는 금방 돌아섰다. 신격의 힘으로 관을 막는 방법은 확실하지 않았지만, 군인들에게 안전한 후퇴 경로를 지시하는 일은 분명히 할 수 있었다.
데르온은 젖은 통로에 미끄럼 방지 매트를 놓았다. 주민 대표는 대피소에 머무는 사람들을 확인했고, 마을의 젊은 사람들은 밧줄을 끌고 왔다. 모두가 동시에 다른 일을 했다. 재하는 이 광경을 보며 신이 직접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반드시 실패로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한 노인은 재하에게 다가와 낡은 작은 성상을 내밀었다. 예전 이 지역에서 믿던 이름 없는 신의 모습이라고 했다. 머리 부분이 닳아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다.
“이 신님께 기도하면 수문이 닫히지 않을까요?” 노인이 물었다.
“기도는 하셔도 됩니다. 그런데 수문을 닫을지는 지금 이 관을 아는 사람들이 판단하는 게 안전해요.”
“신님이 직접 말해 주실 줄 알았소.”
“저는 저 관을 처음 봐서요.”
노인은 잠시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재하가 작업자들을 가리키며 그들이 어떻게 압력을 낮추고 있는지 설명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은 성상을 주머니에 넣고 물통을 옮기는 사람들 곁으로 걸어갔다.
그날 오후 노아는 재하에게 작은 바퀴 달린 장난감을 보여 줬다. 나무 토막 아래에 실을 묶고 밀면 바퀴가 움직였다. 아이는 바퀴 하나가 빠지면 곧장 다시 끼웠고, 잘 굴러가지 않으면 바닥에 작은 돌이 있는지 살폈다.
“고장 났다고 버리면 안 돼요?” 재하가 물었다.
“고치면 되잖아.”
“그럼 못 고치면?”
노아는 잠깐 생각했다. “다른 바퀴가 있는지 물어보지.”
재하는 웃었다. 이야기가 꼭 아주 쉬운 비유처럼 들렸다. 그러나 현실의 수문은 장난감보다 훨씬 복잡했다. 고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순간조차, 누군가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그는 나헬에게 돌아가 물었다. “고칠 사람이 더 필요합니까?”
“필요하죠. 다만 수로 구조를 아는 사람이요.”
재하는 천계 연락망을 열었다. 방금 이 일을 돕고 싶어 하는 신이 몇 명 연락했지만 그중 실제로 배수 시설을 다루어 본 이는 적었다. 그는 기꺼이 돕겠다는 사람들에게 먼저 필요한 교육을 받아 보라고 안내했다. 화려한 권능보다 현장에서 쓸 수 있는 기술이 더 절실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때, 북쪽에서 수리공 한 사람이 자신이 반환대의 옛 출구를 본 적이 있다는 소식이 도착했다. 재하는 즉시 그 사람의 이름과 작업 경험부터 확인했다. 이번에는 희망을 빨리 믿기보다, 정말 안전하게 일을 맡길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그때 북방 무명도시의 젊은 수리공 마온이 도착했다. 그는 옛 반환대의 두 번째 출구를 조사한 경험이 있었다. 세리아가 확인한 기록상, 마온은 오래전부터 붕괴한 배수로를 복구하며 위험한 통로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는 필요한 동료와 장비를 확인한 뒤 자원했다.
“제가 들어가겠다고 하면 신님이 허락해야 합니까?”
재하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위험을 설명하고 여러분의 선택을 존중할 수밖에 없어요. 허락이 필요한 건 출입 관리와 구조 안전 쪽이겠죠.”
마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세다가 통신을 맡고, 나헬은 바깥에서 수압을 지켜봐 주세요. 릴리는 대피소에서 응급조치를 맡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들어가서 막힌 출구를 확인하겠습니다.”
그는 동료 한 명과 함께 우편 서랍 속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안쪽 문이 닫히기 전에 돌아올 시간을 명확하게 정했다. 긴급 회수 장치는 사람이 줄을 당기는 것만으로 작동했다. 카르도의 권능은 꺼 둔 상태였다.
재하는 우편집 밖에 남아 줄을 잡았다. 노아가 그를 보고 물었다.
“신님, 세게 잡으면 빨리 돌아와요?”
“아니. 너무 세게 잡으면 안에서 걸을 수가 없지.”
“그럼 적당히?”
재하는 아이의 말에 웃었다. “그래. 적당히. 그리고 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올 수 있게.”
잠시 뒤 통신기에서 마온의 목소리가 들렸다.
“세 번째 문을 찾았습니다. 돌이 아니라 금속으로 막혀 있습니다. 그런데 금속에 글씨가 있어요.”
“뭐라고 적혀 있죠?” 세리아가 물었다.
마온은 숨을 고르며 글자를 읽었다.
“‘귀환자의 이름을 대조할 수 없을 때에는 출구를 열지 말 것.’”
에반이 얼굴을 굳혔다. “이름을 지운 사람들이 만든 규칙이네.”
바로 그때 수문에서 강한 진동이 전해졌다. 관 바깥의 볼트 하나가 튕겨 나갔다. 나헬이 작업자들에게 후퇴를 지시했다. 북쪽 민가의 대피는 거의 끝났지만, 통로를 잃으면 안에 들어간 두 사람도 나올 수 없었다.
재하는 통신석에 대고 말했다.
“마온, 돌아올 수 있습니까?”
“잠깐만요. 문 아래에 다른 글씨가 있습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름이 없어도 살아 있는 사람은 지나갈 수 있다.’ 누군가 나중에 손으로 새겨 놨어요.”
누리가 경고창을 띄웠다.
[귀환 통로 잔여 유지 시간: 측정 중]
[수문 역류 위험 상승]
재하는 눈을 감았다. 고대의 법칙과 누군가 손으로 새긴 작은 반박문이, 지금 두 사람의 생사와 마을의 안전을 가르고 있었다.
제96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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