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도의 승전 보고서에는 패배가 없었다.
철수는 전선 재편이었고, 주민이 스스로 탈출한 일은 신성한 유도 작전으로 기록됐다. 살아 돌아온 병사에게도 전쟁신의 보호를 받았다는 이유로 평생 봉헌 의무가 붙었다.
“이 보고서를 공개하시면 신격이 약해집니다.” 부관 데르온이 말했다.
카르도는 낡은 문서를 내려다봤다. “내가 강해지기 위해 기록을 약하게 만들었군.”
재하는 그에게 물었다. “정말 모든 기록을 공개하시겠습니까?”
“원본은 보존할 것이다. 다만 유족에게 피해가 되는 개인 정보는 따로 보호해야겠지.”
세리아와 공동 조사단은 회색 협곡의 전투를 다시 살폈다. 당시 주민 열아홉 명은 전쟁신의 군대가 아니라 근처 농부들의 구조대가 구했다. 그러나 신전 장부에는 카르도의 축복으로 대피했다고 되어 있었다. 그 숫자만큼 신앙 배당도 늘었다.
현장을 기억하는 노병은 자신에게 내려진 영웅 훈장을 손에 쥐고 있었다.
“이걸 부끄러워하라는 겁니까?”
카르도는 천천히 대답했다. “당신의 용기를 부끄러워할 이유는 없다. 내가 당신 대신 결정했다고 적은 기록이 틀렸다는 뜻이다.”
노병은 고개를 떨궜다. “그날 저는 도망쳤습니다. 대신 길에서 만난 가족을 끌고 갔죠. 누군가를 구하라고 명령한 신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살아남을 길을 택하면서 다른 이도 구한 것이다. 내가 그 결정을 가져가서는 안 됐다.”
보고서 정정은 군 내부의 반발을 불렀다. 승전 장부가 줄면 유족 연금 기금이 흔들릴 수 있었다. 카르도는 신격 배당과 실제 연금 지급 의무를 분리해 심사하라고 명령했다.
데르온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신님이 패배를 인정한 날을 승전 기념일로 할까요?”
“그런 날까지 기념할 필요는 없다.”
“그럼 뭐라고 기록하죠?”
“정정 접수일.”
데르온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법정에서는 강제 봉헌 계약의 집행이 일시 정지되었다. 카르도의 신격 평가는 한동안 보류되었다. 그는 이전처럼 많은 신도 앞에서 자신의 이름이 환호받는 모습을 상상하지 않았다. 이제는 자신이 빠진 기록에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정회가 끝나자 경비대가 거래 통지를 가져왔다. 원시 응답권 선물 계약의 보유자가 심리 결과를 미리 알고 있었던 듯 거액의 정산을 요구했다.
카르도는 문서를 접었다. “내 군 기록까지 누가 미리 알고 있었는지 확인해야겠군.”
제86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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