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증거는 천장 전체를 채운 숫자였다.
[미응답 발화의 신앙 수요: 9,004,811]
[분류: 잠정 찬성]
재하는 손을 들었다. “아홉백만 명이 무엇에 찬성했습니까?”
기록관은 오래된 규정을 읽었다. 이름을 부르지 않은 기도와 응답받지 못한 발화는 거주 지역의 신격으로 귀속된다는 규정이었다.
재하가 세 개의 기록을 재생했다. 첫 번째는 산속에서 길을 잃은 남자가 외친 구조 요청이었다. 두 번째는 신전에 향한 기도였다. 세 번째는 강물에 휩쓸린 아이가 어머니를 부르는 목소리였다.
“이 셋이 같은 표식이라고요?”
“기존 분류 기준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그럼 기준부터 의심해야겠네요.”
방청석에서는 야유가 나왔다. 어느 농경신은 이 수치를 빼면 풍작 축복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항변했다. 치유신 베르시아는 치료소에 약을 보내는 계약이 무효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재하는 입을 다물었다. 신앙 장부가 왜곡되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실제 공급이 끊길 위험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법정 밖에서는 릴리가 다른 증인들과 만났다. 북방 도시의 보관인, 무진 분지의 하심, 약품을 실어 나르는 수레꾼이 있었다. 모두 같은 주장으로 모인 것은 아니었다. 하심은 편지를 동의로 계산하지 말라고 했고, 수레꾼은 당장 약을 받으러 나올 아이들을 걱정했다.
“한 편을 정하라고 하면 저는 두 쪽 다 못 고르겠어요.” 수레꾼이 말했다.
릴리는 공책을 폈다. “선택지를 왜 두 개만 주죠? 약품 공급은 유지하고, 강제 신앙 계약은 따로 조사할 수 있잖아요.”
재하는 릴리의 의견서를 받아 의장에게 제출했다. 인간의 발언이니 정식 증거가 아니라고 누군가 이의를 제기했지만, 그 자체가 전날 접수번호에 이어지는 기록이었다.
에르테가 망설이다 말했다. “사실 확인과 공급 보전을 분리한 임시 계획서를 받겠습니다.”
기록관은 신성 장부의 숫자를 지우지 않았다. 대신 바로 옆에 새 열을 만들었다.
[동의 여부: 검증 전]
처음으로 아홉백만 명은 찬성자도 반대자도 아닌, 아직 질문받지 않은 사람들로 남았다.
정회 직전 새 기록이 열렸다.
[미응답 발화 유통료 수취인: 원시 수신권 조합]
에반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이건 분류 실수가 아니야. 누군가 이 숫자에 가격표를 붙였어.”
제82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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