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계 총심리원의 소환장은 아침 식탁 한가운데 떨어졌다.
윤재하는 식빵을 반쯤 찢은 채 금빛 종이를 읽었다.
[원시 규칙 0 정정 심리. 전 등록 신격 출석 의무. 인간 동행 불허.]
“신앙에 대한 재판인데 신도는 못 들어간다고?”
에반이 찻잔을 내려놓았다. “원래 신들의 회의가 그래. 인간은 숫자로만 참석해.”
릴리는 외투를 입으며 말했다. “그럼 오늘부터 바꾸죠.”
심리원은 구름 위에 있었다. 둥근 법정에는 수만 개의 의자가 펼쳐져 있었다. 전쟁신 카르도의 의자는 붉은 대리석으로 만들어졌고, 재하의 의자는 창고에서 꺼낸 듯 삐걱거렸다. 입구에는 인간 증언 접수대가 있었으나 창구는 닫혀 있었다.
“참관만이라도 허용해 주세요.” 릴리가 요청했다.
안내관은 미소 지었다. “신도 의견은 소속 신께서 대신 제출하시면 됩니다.”
“제 말이 그분의 말과 다르면요?”
안내관은 대답하지 못했다.
재하가 접수대를 두드렸다. “그러면 출입 거절 사유를 서면으로 주세요. 접수번호도 발급하시고요.”
에반이 웃었다. “천계 관료들에게 가장 무서운 말 두 개를 한 번에 했군.”
뒤에서 기다리던 신들이 불평했다. 누군가는 지상에서 불길이 번지고 있다며 빨리 회의를 열어야 한다고 했다. 재하는 그 불길이 실제라면 먼저 구조대를 보내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릴리는 문턱 너머의 법정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신앙을 선택했던 순간과 동생 노아가 아팠던 밤은 자신의 기억이었다. 어느 신도 그 기억을 대신 소유할 수 없었다.
한참 뒤 안내관이 작은 접수증을 내밀었다.
[독립 증언 신청: 정식 접수. 심사 대기.]
문은 여전히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거절을 없었던 일로 만들 수도 없게 되었다.
법정 한가운데에 흰 옷을 입은 신이 섰다. 총심리원 의장 에르테였다.
“오늘 우리는 원시 규칙 0이 삭제된 경위와 신앙 응답의 귀속을 심리합니다.”
그가 말을 마치자 의장석 뒤에 열두 줄의 문장이 나타났다.
[소환 신청인: 최초의 신]
[발언권 신청: 12건]
신들이 웅성거렸다. 재하는 무명도시의 기록 000000을 떠올렸다. 구조 요청을 이어 받은 열두 사람의 기록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열두 신을 증명하지는 않았다.
에르테가 물었다. “신격을 증명하라.”
벽에는 아주 짧은 대답이 떠올랐다.
[우리는 신격을 주장한 적이 없다.]
그제야 재하는 알았다. 오늘 이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에게는 처음부터 의자가 없었다.
제81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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