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 분지 하심의 우편국에서 보낸 증언은 놀라울 만큼 짧았다.
[첫 번째 신의 이름을 물을 때는 그가 누구를 구했는지보다, 누구의 이름을 적지 않았는지 먼저 확인하십시오.]
윤재하는 문장을 읽고 다시 읽었다. 발신자는 하심이 아니라 우편국의 공동 기록반이었다. 하심은 전달 경로를 검증해 주었을 뿐, 내용 전체를 보증하지는 않았다. 증언에는 오래된 우편 자루 하나와 나무판 그림의 출처가 붙어 있었다.
“또 이름을 적지 않은 사람 이야기군요.” 릴리가 말했다.
“우리가 아는 건 아직 거의 없어요.” 재하가 대답했다. “하지만 자꾸 같은 곳을 가리키네요.”
무진 분지의 기록반은 며칠 전 반송 신청을 받았던 원본 편지들 가운데 수신인이 없는 편지 하나가 있다고 했다. 그 편지에는 소금뜰의 지형과 비슷한 수로 그림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발신인이 적혀 있지 않았고, '전달하지 말 것'이라는 지시가 붙어 있었다.
세리아는 먼저 그 편지의 원본 보관 권한을 확인했다. 주민회는 원본을 직접 열람하지 않는 조건으로 문양과 물길의 형태만 보내 왔다. 그림의 복제도 필요한 부분에 한정됐다. 재하는 그 신중함이 고마웠다. 무진 분지는 처음부터 사람들의 말이 누구의 재산도 아니라고 주장해 온 지역이었다.
토렌은 보내온 그림을 보고 급히 창고에서 나무판을 꺼냈다. 강가의 두 사람과 손을 뻗은 그림자가 그려진 판이었다. 그림의 오른쪽 모서리에 있던 지워진 선과 무진 분지 우편 자루의 선이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한 장의 그림이 나뉜 것 같군요.” 미라가 말했다.
“오래전에 복제됐거나 서로 같은 설계를 참고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세리아가 덧붙였다.
재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원본이 어디에 있든 두 지역이 연결돼 있다는 사실은 점점 분명해졌다. 소금뜰의 구조 신호와 무진 분지의 반송 기록이 하나의 우편 체계에서 시작했을 수 있었다.
그날 오후 마을은 공개 검증 자리를 마련했다. 토렌은 노래의 네 구절을 학생들과 함께 불렀고, 아라는 무진 분지에서 확보한 보관 경위를 설명했다. 세리아는 확인되지 않은 부분을 따로 표시했다. 에반은 참석자들이 줄을 너무 길게 서지 않도록 순서를 적었다.
“이런 일이 내 전문이 아니었을 텐데.” 에반이 불평했다.
“원래는 광고로 줄을 만드는 게 전문이었잖아요.” 릴리가 말했다.
“그렇지. 그런데 이제 줄을 줄이라고 하니 정체성이 흔들려.”
바니는 화상 우편 통신에 나타나 우편함 그림을 보여 주었다. 그녀는 아직 어린아이였지만 자신의 마을 편지를 다른 사람에게 모두 넘기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부분만 확인하게 하는 방식에 자부심을 느꼈다.
“저희가 보내지 않은 내용은 추측하지 마세요.”
“알겠어.” 재하가 대답했다.
“신님도 못 본 건 못 봤다고 말해야 해요.”
“엄격한 상사님이네.”
하심이 통신 뒤쪽에서 웃었다. “저 애가 내 일을 다 빼앗겠어.”
검증 중 한 가지 뜻밖의 사실이 드러났다. 무진 분지 편지의 뒷면에는 받는 사람을 나타내는 표식이 있었다. 신이 아니라 '아직 이름을 모르는 사람'을 위한 표식이었다. 소금뜰에서 보았던 여섯 번째 손가락 문양과 연결되는 모양이었지만, 자세히 보면 방향이 반대였다.
“이건 소유권 인장보다 반송 표식에 가깝습니다.” 세리아가 말했다.
“왜 방향이 반대죠?” 재하가 물었다.
오르다가 원격 통신으로 대답했다. “최초 분류원이 만들어질 때 한쪽 표식을 뒤집어 등록한 것으로 보입니다. 원래는 '받아도 되는가'를 묻는 표시였어요. 후대에는 '받아야만 한다'는 명령으로 읽혔죠.”
재하는 손을 들어 여섯 손가락 문양을 바라봤다. 마지막 손가락은 누구의 것도 아닌 빈칸이었다. 그 빈칸을 누가 대신 채울 수 있는가에 따라 신앙 계약 전체가 달라졌다.
그때 마티르가 다시 나타났다. 그는 이번에도 재하에게 후계 책임 승계 동의서를 내밀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용히 물러나지 않았다. 조합이 선임한 독립 심리관이 한 명 동행해 있었다. 심리관은 첫 회신의 원본을 공개할 수 없는 사유를 설명하겠다고 했다.
“조합은 최초 회신을 신성 재산으로 등록해 왔습니다. 그런데 기록을 수정하면 상당한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록을 틀리게 둔 채 돈을 벌어 왔다면 그 손실까지 남에게 떠넘길 수는 없습니다.” 재하가 말했다.
“틀리게 등록됐다는 사실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심리관이 답했다.
“맞습니다. 그래서 검증하자는 거죠.”
세리아는 조합이 제출한 자료 가운데 공개 가능한 부분을 확인했다. 첫 회신 작성자의 이름은 지워져 있었지만 당시의 직책과 마지막 업무는 남아 있었다.
[직책: 임시 응답 담당]
[신격: 미부여]
[최종 업무: 구조 현장으로 직접 이동]
[권리 청구: 없음]
재하는 가슴이 뭉클했다. 최초의 신이 정말 이 사람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를 도우러 갔다가 아무런 대가도 청구하지 않은 사람의 기록이 있었다. 신앙을 거래하는 천계에서는 너무 이상해서 기록을 지워 버리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마티르는 문서를 도로 가져가려 했다. 아라가 손을 들어 멈췄다. 이미 공개 심리에 제출한 부분의 사본과 처리 내역을 달라는 요청이었다. 조합은 법적 의무 범위에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재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았다. 어쩌면 이 세계를 바꾸는 일은 엄청난 기적이 아니라 수백 개의 평범한 질문에 정확히 답하는 과정일지도 몰랐다.
첫 회신 작성자의 기록이 공개되자 회의장에서는 뜻밖의 질문이 나왔다. 노아가 손을 들었다.
“신격도 없고 보상도 안 받았으면 왜 그 사람이 최초의 신이라고 불렸어요?”
재하는 아이의 질문이 자신이 가진 모든 의문을 합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세리아는 현재 공개된 장부로는 직위가 바뀐 과정을 완전히 설명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래도 후대의 기록에서 한 사람이 기적의 근원으로 추앙받았다는 흔적은 있었다. 그 사람이 정말 신성을 가졌는지와, 사람들에게 어떤 이름으로 불렸는지는 다른 문제였다.
“그럼 사람들은 왜 그 이야기를 만들었을까요?” 릴리가 물었다.
토렌은 마을의 오래된 노래를 다시 설명했다. 구조하러 간 사람을 기다리며 어린아이들이 돌을 쌓고, 누가 누구를 구했는지 다음 세대에 전하려 했다는 이야기였다. 감사의 마음이 오래 남으면서 점점 큰 전승이 되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선의로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해서 모두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저는 그 이야기가 좋습니다.” 재하가 말했다. “그러나 좋다는 이유로 사실이라고 말하진 않겠습니다.”
한 남자가 손을 들었다. 그는 자신이 평생 전쟁신 카르도를 믿었다며, 이 이야기를 듣고 나면 자신의 신앙이 조롱받는 것 같다고 했다. 카르도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때는 그런 질문을 반역으로 취급했겠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았다.
“내가 받은 기도에 대한 책임은 내게 있다.” 카르도가 말했다. “옛 기록이 무엇으로 밝혀지든 너와 내가 함께한 일을 없던 것으로 만들지는 못한다.”
남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여전히 불편한 표정이었지만 자리에 앉았다. 재하는 그 장면을 보며 신들 또한 자신의 권능과 사람의 믿음을 구분해야 한다는 사실을 느꼈다.
이어서 이다가 공개 의견을 받았다. 자료를 더 확인하자는 사람, 기존 신앙의 의미를 존중해 달라는 사람, 조합의 계약을 당장 중지하자는 사람이 각자 말했다. 특히 주민들은 사적인 편지와 추모 기록이 공개 논쟁에서 함부로 인용되지 않도록 요구했다. 모두가 역사에 관심을 가질 권리가 있지만, 모든 사람이 타인의 모든 기록을 볼 권리를 가진 것은 아니었다.
세리아는 의견을 두 장의 문서로 나누어 적었다. 하나는 사실 조사와 보존 절차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앙 해석과 개인적인 생각에 관한 것이었다. 두 문서가 서로를 침범하지 않도록 하려는 시도였다. 재하는 그 방식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서로 다른 삶을 살던 사람들이 함께 답을 찾기에는 필요한 시작 같았다.
검증 자료를 정리하던 세리아는 하나의 빈 칸을 남겼다. '최초 회신 작성자의 실제 이름'. 누군가는 추측한 이름을 써 넣자고 했지만 그녀는 거절했다. 잘못 적힌 이름은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을 가릴 수 있었다. 릴리는 이름을 못 찾아도 그 사람이 남긴 행동을 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하는 그 말을 마음에 새겼다. 진실을 알고 싶은 마음이 커질수록 아직 모른다고 말할 용기가 더 필요했다.
그날 늦은 오후, 에반은 소금뜰 길목에 새 표지판 하나를 세웠다. 거기에는 어떠한 신의 이름도 적히지 않았다.
[옛 수로 구역. 길이 미끄러우니 혼자 들어가지 마십시오. 기록실 방문은 주민회 및 관리인에게 문의하십시오.]
“처음으로 광고 효과가 없는 표지판을 만드셨군요.” 재하가 말했다.
“아니다. 아주 중요한 광고야.”
“뭘 광고합니까?”
“길을 안전하게 찾는 방법.”
재하는 웃었다. 표지판의 글씨가 너무 작아 멀리서 읽기 어렵자 릴리는 더 굵게 쓰라고 요구했다. 에반은 불평하면서 다시 칠했다. 오래된 세계의 비밀을 밝히는 일에도 잘 보이는 글씨와 안전한 길이 필요했다.
노아는 표지판 옆에 작게 덧붙였다. '들리면 대답해 줘.' 에반이 그 문장을 지우려 하자 아이는 그 뒤에 다시 썼다. '대답할 수 없으면 다른 사람에게 알려 줘.' 재하는 이번에는 그대로 두었다. 사적인 기도가 아니라 길에서 길을 잃은 사람을 돕기 위한 안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날 해 질 무렵 큰 문제가 일어났다. 소금뜰 분류원의 기록 장치가 한꺼번에 꺼졌다. 원본을 지키던 오르다의 통신도 끊겼다. 누리는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처음에는 오래된 기계의 고장으로 보였지만, 곧 외부 전력 회선이 의도적으로 차단되었다는 정황이 발견됐다.
“누가 끊었습니까?” 재하가 물었다.
“확인 중입니다.” 누리가 답했다.
미라는 현장으로 가기 전에 대체 전원을 준비했다. 에반은 전력 공급 계약서의 집행 기관을 대조했다. 카르도는 병사들을 보내 주민들의 출입로가 통제되지 않도록 했다. 릴리는 치료소 지원 일정과 겹치지 않게 인력을 조정했다. 누구도 한 사람의 명령을 기다리지는 않았다.
그들은 검문소에 도착했을 때 이미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원시 분류원 안쪽에서 작은 종소리가 들렸다. 무진 분지에서 들었던 반송 종과 같은 소리였다. 오르다는 기록실 입구에 서서 힘겹게 손짓했다.
“전원은 끊겼지만 원본은 지켰어요.”
“누가 이런 일을 했습니까?” 재하가 물었다.
“안에서 찾은 사람이 있어요. 오래된 회선이 깨어나면서 첫 번째 판정 전의 장부를 보여 줬습니다.”
오르다는 낡은 판 하나를 내밀었다. 판에는 아직 읽을 수 있는 글자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아래에 붙은 숫자만큼은 분명했다.
[원시 분류 기록 000000]
[발화: 기재되지 않음]
[열람 사유: 최초의 질문을 듣지 않은 자에게]
“000001이 첫 번째 아니었습니까?” 재하가 중얼거렸다.
“우리는 첫 번째로 분류된 말을 찾았죠.” 오르다가 대답했다. “분류되기 전의 말이 없었다는 뜻은 아니에요.”
재하는 판을 보았다. 숫자는 0이었다. 신도가 0명이던 처음의 자신이 떠올랐다. 모두가 0을 아무것도 없다는 뜻으로 취급했다. 하지만 그 숫자 안에는 아직 누구의 것이 되지 않은 말들이 남아 있었다.
그때 낡은 판 아래에 또 다른 문장이 나타났다.
[첫 번째 질문의 보존 장소: 북쪽 하늘 아래, 이름이 없는 도시]
오르다는 긴 숨을 내쉬었다. “이곳에 오셨을 때부터 한 가지를 말하지 못했어요.”
“무엇입니까?”
“최초의 신은 신격을 얻고 나서 이름을 잃었습니다. 그래서 후대 기록에는 이름이 없어요.”
“왜 이름을 잃었죠?”
오르다는 한참 대답하지 못했다. 장갑의 여섯 번째 손가락이 천천히 떨렸다.
“누군가의 말에 대답할 권리를 팔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검은 하늘에 하얀 선 하나가 그어졌다. 지도에서 사라져 있던 북쪽의 광대한 지역이 잠시 드러났다. 그곳에는 도시가 있었다. 지붕도 탑도 보였지만, 이름을 적어 놓은 글씨는 하나도 없었다.
누리가 조용히 말했다.
[새 조사 대상 확인]
[북방 무명도시]
[분류 기록 000000 보존 가능성]
[원시 수신권 조합, 해당 지역에 긴급 봉쇄 신청]
재하는 문서를 덮고 사람들을 둘러봤다.
“또 출입 신청서를 써야겠군요.”
에반이 이마를 짚었다. “너는 세계의 끝에 가서도 접수번호를 찾겠지.”
“번호가 없어도 이야기를 듣는 방법을 찾을 겁니다.”
북쪽에는 또 하나의 도시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아무도 이름을 부르지 않은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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